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최근 잇달아 한국마사회 간부들이 자살을 하여 말산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장례절차 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위원장 전병준)은 10월 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본관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무능한 경영진 규탄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9일과 13일 숨진 두 마사회 간부의 죽음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이 너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연달아 발생한 마사회 직원의 죽음과 관련해 가장 우선돼야 할 유족들에 대한 위로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사망 시점은 지난주임에도 불구하고 어제서야 현수막을 붙였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노조 측은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경영진이 해야 할 것은 유족 위로이다. 그런데 아직도 유족에 대한 위로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조직원을 보호 못하는 무능한 경영진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 시 대응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고작 할 수 있는 게 위로금 100만 원뿐이다”며, “사건을 수습할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두 번째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회장의 행보도 문제 삼았다. 13일 오전 회장에게 사건이 보고됐을 텐데 이틀간 휴가를 내고 14일 구미의 한 축제에 참석했다는 사실에 대해 비판했다. “두 명의 직원이 사망한 일이 발생했으면 만사 제쳐놓고 조직을 추스르고 유족을 위로하는 게 상식”이라며, “결국 14일 모친의 요청으로 버섯축제에 가셨다고 하는데 이는 구태의연한 변명이며, 오늘 집회는 이에 대한 조직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 측은 이번에 발생한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발생한 말 관리사의 죽음과 관련해 집단 우울증세가 있어 심리 상담을 했던 것처럼 마사회 내부 직원들에 대한 심리 상당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도 요구했다. 두 명의 한국마사회 직원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10월19일 첫 집회가 열린 가운데 다음 주 목요일에는 상급 노동단체인 공공노련과 함께 중식 집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대한민국 말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서 마구 흔들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몰고온 정유라 승마특혜 의혹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대한민국 말산업은 잇단 종사자들의 자살로 혼란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5명의 경마산업 종사자가 자살을 했다. 추석연휴 기간인 10월9일에는 한국마사회 신사업추진단장을 역임했던 간부가 자살을 해 충격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3일 만인 10월12일에는 부산경남지역본부 K부장이 자살을 했다. 그의 일기장에는 상급 직원에 대한 원망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경마예상지 판매율 1위인 에이스경마의 갑질 횡포가 경마정보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얼마 안가 말산업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자조적인 외침도 들린다.

경마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공정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경마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을 해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경쟁이 멈추는 순간 공정성은 훼손된다. 경주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우수 혈통을 학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경주마가 태어나면 어느 목장이 더 잘 육성시키고 순치시키는가 경쟁한다. 마주는 누가 더 좋은 경주마를 소유하는가 경쟁하고 조교사는 누가 더 경주마를 잘 관리하는가 경쟁한다. 치열한 경쟁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경마는 경쟁이 멈추는 순간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다. 경마산업 구조의 선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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