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1주일 후에 열리는 미국 제34회 브리더즈컵 경마대회에 세계 경마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로게이트’, ‘건러너’, ‘스텔라윈드’, ‘하일랜드릴’ 그리고 ‘레이디일라이’ 등 현재 전 세계 경마계를 주름잡는 건각들을 포함, 총 187두의 말들이 출전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민국 대표마는 볼 수 없게 됐다. 한국마사회가 자체 개발한 케이닉스(K-Nicks)의 올해 대표 선발마 ‘미스터크로우(Mr. Crow)’가 브리더즈컵 선발 경주에서 미진한 성적을 기록,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미스터크로우’는 9월 30일 미국 벨몬트파크 경마장에서 열린 G1급 보스버그(Vosburgh) 경마대회에서 6위를 기록했다. 더트 1200m 경주였는데 비가 많이 왔고 출발이 좋지 않아 선행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경주 전 단승식 배당률은 2위로 우승 후보로 지목됐지만, 우천 경주 경험이 없었던 게 변수였다. 데뷔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미스터크로우’는 신마특별중량 경주 등에서 2위와 현격한 차이를 벌리며 우승, 지난해 ‘제이에스초이스’에 이어 올해 브리더즈컵 출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출전문턱에서 좌절되었다.

올해로 34회를 맞이하는 브리더즈컵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11월 3일과 4일, 캘리포니아 주 델마(Del Mar) 경마장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양일간 G1급 13개 경주가 펼쳐지며 총 상금은 2,800만 달러다. 미국 NBCSN과 NBC 방송은 6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브리더즈컵 클래식 경주를 4일 전세계에 생중계한다.
특히 이번 클래식 경주에는 지난해 챔피언이자 북미 최다 상금 수득마, ‘애러게이트’와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세계랭킹 3위까지 오른 ‘건러너’, 론진 터프 경주의 승자 ‘하일랜드릴’, 필리앤메어 터프의 스타 ‘레이디일라이’ 등이 출전할 예정이다. ‘에로게이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 씨수말로 전향해 켄터키주 주드몬트(Juddmonte) 목장에서 남은 마(馬)생을 이어간다.

`경마올림픽`이라 불리는 브리더즈컵 경마대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경마대회다. 2일간에 걸쳐 시리즈경주로 펼쳐진다. 첫째날에는 주브나일 터프(2세 수말 1600m 상금 100만달러) 더트마일(3세이상 1600m 상금 100만달러) 주브나일 필리스 터프(2세 암말 1600m 상금 100만달러) 디스터프(3세 이상 암말 1800m 상금 200만달러) 등 4개의 경주가 펼쳐진다.

둘째날에는 주브나일필리스(2세 암말 1700m 상금 200만달러) 필리앤메어터프(3세이상 암말 2000m 상금 200만달러) 필리앤메어스프린트 3세이상 암말 1400m 상금 100만달러) 터프스프린트(3세이상 1300m 상금 1300만달러) 주브나일(2세 수말 1700m 200만달러) 터프(3세 이상 2400m 상금 300만달러) 스프린트(3세 이상 1200m 상금 150만달러) 마일(3세 이상 1600m 상금 200만달러) 클래식(3세이상 2000m 500만달러) 등 9개 경주가 이어진다.

브리더즈컵은 1970년대 후반 하락세를 타고 있던 미국 경마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생산자이자 마주 존 R. 게인즈가 제안해 열리게 되었다. 생산자들이 갹출하여 상금을 마련했는데, 그 금액은 1천만 달러에 달했다. 경마 활성화를 위해 생산자들은 과감한 투자를 했고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생산자를 뜻하는 브리더(Breeder)의 이름을 따 대회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말산업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정유라 승마특혜 의혹으로 인한 승마산업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사행산업통합독위원회의 규제에 꽁꽁 묶여 있는 경마산업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리사들의 잇단 자살 한국마사회 간부의 연이은 자살, 판매율 1위 예상지의 갑질 횡포......등이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말산업은 온통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마계는 미국 브리더즈컵 축제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대한민국 경마는 출전마 1두도 배출하지 못한 채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말로 아쉬운 대목이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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