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해를 정리하고 되돌아보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이긴 하나 국정감사 맞아 되돌아본 올해 경마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굵직굵직한 이슈보다는 정말 수많은 사건과 분야에 대한 비판과 질책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전 국민적 이슈로 부각됐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말 관리사의 자살사건과 최근 연달아 발생한 마사회 간부의 자살 사건 등이 주요 화두였다. 아울러, 불법 사설 경마의 확산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강구하라는 강력한 요구도 있었다.

올해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고 27일 종일 열린 국정감사를 취재하면서 한편으로는 통쾌함을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이 느껴졌다.

작년 말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국마사회 내의 분위기와 기조에 약간의 변화가 있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감추려고만 하는 조직 문화는 여전하다는 느낌을 항상 받곤 한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려 말해보면 그야말로 속을 알 수 없는 ‘복마장(腹馬場)’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복마장’이란 표현을 들으며 통쾌함을 느꼈다. 취재를 위해 줄곧 출입하는 마사회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는 공기업임에도 무엇이 감춰야 하는 것들이 많은지 의문이 들기 일쑤였다. 아마도 폐쇄적인 분위기는 마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성격에 기인한 듯하다. 경마가 스포츠 이전에 사행산업으로 낙인 찍혀 많은 규정과 제약 속에 머물다 보니 자유로운 분위기보다는 경직되고 자기방어적으로 된 것이다.

올해 발생한 사건들도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마사회 조직 문화와 궤를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말 관리사들의 죽음에 앞서 노사 간의 갈등은 충분히 드러났던 걸로 알려졌다. 말 관리사 노조 측은 한국마사회 담당자와 간담회도 몇 차례 했으며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직접 고용 관계를 맺지 않았기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현장에 있는 조교사와 말 관리사에게는 마사회는 경마계에서는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 아쉬운 점은 ‘경마산업’과 ‘말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원들에게 느꼈다. 물론, 수많은 국정사안과 업무에 치이는 국회의원들이기에 모든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정감사를 취재해온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매년 경마 매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그에 따라 축산발전기금도 줄어들고 있는데, 국감장에서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한국마사회에는 더욱 많은 기여와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당장 매출은 줄고 있는데 한국마사회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 제약적이다. 사행성 산업으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급격하게 증가하고 불법 사설 경마 등에 단속 권한도 한국마사회는 갖고 있지 않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한국마사회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마사회’와 연관이 되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시키고, 몰아내기에만 급급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민에게 직접적 혜택보다는 국가 세수 확보를 통한 간접적인 기여가 큰데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떠한 일이든지 ‘채찍과 당근’이 적절해야 한다. 어느 순간까지는 채찍이 유용하고 효율적일 수 있으나 그 이상은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을 포함한 정치권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다른 사행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온라인 마권 발행’ 허용을 비롯해 해외 경마선진국에 비해 제약이 많은 각종 경마 시행 규정의 완화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7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는 굵직굵직한 이슈보다는 정말 수많은 사건과 분야에 대한 비판과 질책이 이어졌다. 올해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고 27일 종일 열린 국정감사를 취재하면서 한편으로는 통쾌함을 또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이 느껴졌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사회를 속을 알 수 없는 복마장이라고 일컬으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냐고 물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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