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노력은 끝없이 이어진다. 생명과학 의학에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황우석 박사 파동으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열기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경주마 부문에서는 활발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과학 의학자들은 병에 걸려 손상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교체하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생명 연장의 범주를 사람에서 더 나아가 반려동물, 말과 같은 반추동물까지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경주마에 대한 줄기세포치료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도 더 열정적이다. 경주마 ‘최강드림’(거세마, 4세, 마주 전종섭)은 지난해 7월 오른쪽 앞다리 관절에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해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적극적으로 줄기세포 치료 후 부상 전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11월5일에 펼쳐진 대통령배 경마대회까지 출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성적은 최하위였지만 최강의 경주마들이 겨루는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경주마 ‘최강드림’에 대해 직접 치료를 담당한 손용우 한국마사회 진료담당 과장은 “다시는 경주에서 못 볼 수도 있었는데, 꼴등이면 뭐 어떤가요”라며 만족해 했다.

한국마사회는 2014년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줄기세포 관련 MOU를 체결했다. 검역본부 실험실(바이러스 질병과)에서 세포를 개발하고, 이를 한국마사회가 말(馬)에 임상 적용하며 효과를 검증하기로 했다. 2013년 시범적용 3두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약 100두의 말에 줄기세포를 투여한 결과도 유의미했다. 줄기세포로 치료하지 않은 말과 비교했을 때 복귀 후 평균 수득 상금은 줄기세포 투여군이 약 1천만 원 이상 높았다.

또한, 경주 복귀율도 줄기세포 투여군이 10%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완관절 수술마 복귀율 분석을 살펴보면, 줄기세포 투여군은 복귀율이 85.3%로 대조군의 복귀율 75%에 비해 높았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제를 통한 재생치료가 효과적임이 입증되면서 말과 같은 동물의 생명도 연장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특히 경주마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경주기록, 복귀율, 성적 등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명확해 실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는 줄기세포치료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신개념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MOU를 농림축산검역본부, 세포바이오와 3차 체결하며 공동연구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말의 연골과 골 손상부위를 치료하는 줄기세포치료제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경주마의 줄기세포 치료에 있어, 한국마사회 동물병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가 말의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한국마사회와 손을 잡은 것도 임상적용 사례를 찾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운동량이 많아 운동기 질환 발생이 빈번한 경주마는 줄기세포 치료의 임상실험에 매우 적합한 대상이다.

말 성체 줄기세포는 채취 후 3주 이내에 세포 배양이 완료 되며, 2회에 걸쳐 말 부상 부위에 투여 된다. 임상적용 사례가 충분치 않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한 회에 2억 개 이상의 줄기세포가 투여 되어 완관절(앞발목관절, 경주마에서 가장 부상이 많은 관절)의 경우 수술후 6개월 이상 휴양에서 4개월로, 천지굴건염(얕은발가락굽힘힘줄, 경주마 체중을 지지하는 중요한 힘줄)의 경우 9~18개월 휴양에서 7~12개월, 계인대(걸이인대, 경주마의 체중을 지지하는 중요한 인대)의 경우 4~9개월 휴양에서 3~7개월로 재활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로 역경을 극복한 경주마들의 활약이 화제가 되어 다양한 감동스토리를 만들어내 경마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의 경주마들이 국내에서 개발된 치료법을 사용하게 된다면 글로벌산업인 경마산업에서 한국 경마의 위치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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