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사)대한재활승마협회 회장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갔습니다.

역사에 남을 큰 사건이 있었는데 사건이 공론화 됐을 때는 세계 무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지만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 국민 모두를 생각하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일은 새롭게 역사를 써가는 파사현정(破邪顯正)하는 한 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의 여파로 아직도 말산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작년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말馬이 있으면서 시작된 말산업의 가시밭길은 올해에도 지속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재활승마 현장에서 만났었던 말 위에 앉아 행복한 웃음을 짓는 장애아동들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재활승마는 지난 2001년 삼성전자승마단에서 사회공익사업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주로 뇌병변 장애아동들에게 하나의 이벤트로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는 정도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재활승마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했습니다만 장애아동들에 대한 재활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재활의학과를 통해 재활승마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뇌병변 장애아동들이 매 시간 즐겁게 참여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은 물론 관절의 움직임이 개선되고 근력이 강화 되면서 자세교정과 보행 능력 향상에 매우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활승마에서는 ADHD 증상 완화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ADHD 아동들의 의사 표현 증가, 적극적이고 즐거운 모습과 사교적인 행동 등을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ADHD 치료에 있어 재활승마가 기존의 치료법과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적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국제학술지 등에 기고하여 과학적으로도 검증을 받은 상태입니다. 국내 다른 연구자들도 ADHD, 인터넷게임사용장애,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대상으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로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에 한국재활승마학회를 설립하였고, 2017년 12월 22일에는 대한재활승마협회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단법인설립 승인을 받았습니다. 대한재활승마협회는 앞으로 관련 학술 및 교육단체, 재활승마지도사와 치료사, 말산업분야의 여러 전문가와 종사자 단체 등 유관 단체들을 포괄하여 아우르며, 결집된 힘을 모아 우리나라 재활승마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며, 2021년에는 세계재활승마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말산업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활승마는 사람과 말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활동입니다. 1969년에 설립된 미국 내 한 재활승마협회에는 재활승마만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센터가 881개가 소속되어 있고 4,800명의 재활승마지도사가 66,000명의 참가자에게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62,000명의 자원봉사자와 수천 명의 기부자 그리고 7,800마리의 재활승마 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센터들은 기부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말먹이주기부터 센터운영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습에 직접 참여하여하는 봉사자들은 말을 이끌거나(말리더) 말 옆에서 걸으면서 기승자를 직접 도와주는 역할(사이드워커)을 중점적으로 수행합니다. 새해에는 공공승마장을 중심으로 재활승마가 확대 보급된다고 하는데 자원봉사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운동도 하면 어떨까요?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되었고 곧 제2차 5개년 계획이 발표됩니다. 어려운 상황의 말산업 현장에 시기적절한 처방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말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기 시작하지만 사람은 10여년이 훌쩍 지나야 정확한 운동기능이 발휘됩니다. 말산업육성법을 사람에 비유하면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8세가 되었을 뿐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말산업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이라 생각됩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국민들이 말산업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새해에는 말산업이 말처럼 힘찬 도약하며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정서 및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농촌경제 활성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말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재활승마가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사)대한재활승마협회 회장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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