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기업 조직구조 개선방안 연구’ 이후 추가 활로 모색 필요
사업본부제 허점 극복하고 조직 문화 개선 위한 탕탕평평 인사 기대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일반 대중이 한국마사회를 처음 알 때 접하는 단어는 세 가지다. ‘도박’, ‘경마’ 그리고 ‘신의 직장.’

최근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초봉이 3천900만 원을 넘는 ‘알토란’으로 인식됐기도 했다. 신의 직장이라는 말은 높은 연봉 뿐 아니라 (극소수겠지만) 보신주의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의 파벌을 상기시킨다.

근 한 달째 기관장 공석인 한국마사회는 문재인 정부로 정권 교체 이후 첫 임명될 신임 회장의 임명을 곧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과제로 조직 안정이 지목되고 있다. 현명관 전 회장 재임 당시 성과 및 경쟁 구조로 몇몇 임직원들이 저성과자로 부당하게 내몰렸고, 이양호 전 회장 때도 이들에 대한 복권이 미진했다는 언론에 대한 내부 투서가 이어지고 있는 복잡한 상황. 마치 1998년 실질적 정권 교체 이후 첫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직이 크게 뒤바뀐 당시와 ‘데자뷔’다.

이런 가운데 한국마사회 어영택 자격검정원장이 10여 년 전 발표한 「우리나라 공기업 조직구조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라는 논문이 마사회 조직 안정을 위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논문은 사행산업 가운데 특히 위기에 직면한 경마산업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마사회가 지속 성장하려면 사기업의 조직 방식인 ‘사업부제 조직 구조’를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단위적 분화 원리에 따라 사업부를 편성하고 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분권적 조직 구조로 급격한 변화에 따른 조직의 충격을 완화하고 안정성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논문에 따르면, 한국마사회 조직은 1962년 2과(정원 19명), 1972년 1실 8과 4담당(34명), 1982년 3실(부) 13과 1담당(150명), 1992년 8실(부) 11차장 36과(426명), 2004년 19실(처) 52팀 4부속기관(869명) 순으로 변모해왔다. 2016년에는 5개 본부, 3개 지역본부, 2개 추진본부, 19개 실처와 17개 부속기관 그리고 4개 권역본부(총 52팀, 38개 담당, 7개T/F팀)에서 2017년에는 2개 추진본부는 없어지고, 20실처와 13개 부속기관, 4개 권역본부(59부, 29개 담당)로 바뀌었다.

이미 10년 전 발표된 연구 결과이기에 상당수는 현 한국마사회 조직 구조에 반영됐다. 기획조정실 산하에 경영전략단을 신설해 3개 경마장 기능을 조정, 통합한다는 점, 사업총괄처를 부회장 직속으로 신설해 기획 기능을 이관한다는 점, 예전의 경마운영본부와 사업운영본부를 서울경마본부 등으로 분화해 사업본부제를 도입,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렇게 하면 본부장의 업적 책임이 명확해지고, 경영최고결정권자가 전략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등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된다는 장점이 있기에 사업본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게 논문의 핵심 테제다.

특이한 점은 경륜을 운영하는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직 구조를 소개하며 운영본부 중심 그리고 과·팀제 혼합 운영 등 상호 혼재된 구조로 언급했다는 점. 이는 현재 한국마사회 조직 구조와 상당수 유사하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사업본부제를 도입할 때 예상되는 문제를 논문에서 미리 밝혔다는 점인데 비용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본부 실무자의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본부장의 기업가적 마인드나 리더십이 부족한 경우 소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는 것. 따라서 점진·장기적으로 경력 관리를 통한 인재 양성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마사회 조직과 관련해 대내외에서 지적받는 부분으로는 기수별 폐쇄적 파벌 문제 다음으로 회장 직속으로 경영전략실이 있음에도 부서간 소통이 미흡하다거나 본부, 또는 부서별 사업 홍보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경마 중심의 조직 체계 고착으로 말산업육성본부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사업본부제가 본부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그 외 부서나 지방으로 발령되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핵심 보직 등 한정된 자리에 경쟁이 붙으니 ‘좌천 인사’ 문제가 지속해 발생, 파벌이 만들어지는 점도 핵심 사안.

특히 제2차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 발표 이후 차기 한국마사회장의 모토가 승마산업 적극 육성을 통한 말산업, 경마산업 이미지 변화로 집약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대적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은 상반기 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초임 연봉이 3천903만 원, 939명 정규직 평균 연봉이 8천482만 원, 191명의 무기계약직 보수가 3천876만 원인 ‘신의 직장’ 임금 체계도 사회 통념과 괴리가 크다. 물론 일부겠지만, 끼리끼리 그리고 보신주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조직의 근본 문제로 이 부분이 지목되고 있는 것도 사실.

사업본부제 허점을 극복하고 지속 발전을 위한 조직 개편 논의와 더불어 내부 조직 문화 변화를 위한 탕탕평평한 정책이 시행되기를 말산업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 한국마사회 조직도는 경마 인프라 중심의 구조가 두드러진다. 특히 ‘이미지혁신추진단’에 ‘기업문화팀’, ‘마케팅팀’, ‘사회공헌팀’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홍보실에 ‘마문화팀’을 별도로 지목한 점도 마찬가지(자료= 어영택 저, 「우리나라 공기업 조직구조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갈무리).

▲현명관 회장 당시 조직도(위)와 이양호 회장 부임 후 달라진 조직도(아래). 조직도를 보면 최고경영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현 회장 때는 신사업 및 테마파크, 성과 관리가 주를 이뤘다면 이양호 회장은 일자리 기획 및 미래경영전략과 인재교육을 통한 사업 구체화 및 정리에 초점을 둔 것을 알 수 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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