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대한민국 말산업은 잇단 종사자들의 자살로 멘붕 상태에 빠지고 있다. 주로 경마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관리사의 잇단 자살에 이어 한국마사회 간부 직원의 잇단 자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새해 벽두에 조교사가 자살해 대한민국 말산업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경마 산업 어느 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고 관리사에 이어 시행체인 한국마사회 간부, 급기야 조교사까지 자살을 하니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

과거에는 부정과 관련되어 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근간에 일어나는 자살은 부정보다는 여러 제도의 피해를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경우로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유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마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공정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경마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을 해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경쟁이 멈추는 순간 공정성은 훼손된다. 경주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우수 혈통을 학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경주마가 태어나면 어느 목장이 더 잘 육성시키고 순치시키는가 경쟁한다. 마주는 누가 더 좋은 경주마를 소유하는가 경쟁하고 조교사는 누가 더 경주마를 잘 관리하는가 경쟁한다. 기수는 누구의 기승술이 더 뛰어난가 경쟁하면서 상금을 벌어간다. 경마시행체는 누가 더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경마를 시행하는가 경쟁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경마시행체는 대부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민간이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자키클럽이 시행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가 경마를 독점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세계 100여 경마시행국 중 대한민국과 일본, 인도 3개 나라 밖에 없다. 그것도 일본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중앙경마 39개 경마장은 중앙정부인 농림성 산하의 JRA(일본중앙경마회)가 관장을 하고 지방경마 20여개 경마장은 각 지방자체단체가 관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마사회가 독점 시행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과는 다르다. 경마창시국인 영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미국 홍콩 싱가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부분 경마선진국은 민간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행정기관이 개입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경마는 경마팬과 마주, 생산자 3부문의 희생 위에서 굴러가고 있다. 직접 경마산업에 돈을 투자하는 계층은 이들 뿐이다. 한국마사회 직원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은 자기 자본을 투자하지 않는다. 경마팬과 마주, 생산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시스템은 경마산업을 사양화시킬 뿐이다.

세계의 경마는 서러브레드(thoroughbred)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한다. 그러니 애시당초 ‘한국식 경마’라는 용어가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세계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한국식 경마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말산업은 1차 2차 3차 4차산업이 융복합되어야 완성되는 산업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한 군데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일파만파로 번져나간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조화를 이뤄야하는 특징이 있다. 말산업은 글로벌 산업이다.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경마는 기형적인 형태로 시행하고 있다. 부정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다보니 한국마사회법은 누더기 법이 되고 말았다. 시행령과 규칙으로 내려가면 더욱 규제가 심해진다. 각종 통제와 규제 속에서 계획경마를 하다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파생한다. 경마선진국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한국경마에서는 범법자가 되고 만다. 규제와 통제를 과감하게 푸는 것이 더 이상의 자살을 막는 지름길이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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