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말 전문 동물병원 개원 및 운영 현황 발표…국내 말 수의학 분야 첨병 역할 기대
강옥득 교수, “재활승마에 대한 관심 필요”
윤민중 교수, 신흥 말산업 메카 플로리다주 소개…말 과학 프로그램 등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특정 산업을 지탱하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토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중 대표적 집단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계일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을 들여다보는 학자들은 정부나 정치권, 산업계가 행여 놓치거나 간과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국내 말산업은 지난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 이후 5년이란 기간동안 양적 향상과 확장을 이뤘다. 하지만, 완벽하게 하나의 산업으로는 정착하지 못했고 산업계 여기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말산업의 질적 향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학계의 의견도 적극 반영될 것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지난 2월 27일 제주대학교에서 2018년 마연구회 학술포럼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그 현장의 소리를 요약, 정리했다.

■제주대학교 동물병원 운영 현황 - (서종필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4년 1월 2일 국내 최초로 말산업특구로 지정됐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말 두수를 가진 지리적 여건으로 말산업과 관련된 기관 및 단체들도 다수 위치해 있다. 제주대에 말 전문 동물병원이 유치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서종필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

경마를 시행하는 한국마사회에 말 전문 병원이 있으나 계속 늘어나는 말 진료 수요를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서 국비 20억, 도비 20억, 자부담 10억 등 총 50억 원이 투입돼 말 전문 동물병원이 개원했다.

일반적인 동물병원의 건립과는 다른 국내 최초의 말 동물병원의 구축 사례인 만큼 설계의 시공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로점이 있었다. 말의 특성을 고려해 마방 창살의 시공을 요청했는데 요구한 것과 달리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마사회가 말산업 현장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발간한 매뉴얼 책자는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다.

제주대 말 동물병원이 갖는 강점은 수의과대학에 포진한 각 분야별 전문 교수들의 협진이다. 상주 인력은 총 5명으로 다소 인력의 부족함은 있지만 비상주 인력인 제주대 수의과대학 교수진의 도움으로 전문화된 말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말 동물병원 1호 환자는 각막궤양(corneal melting ulcer) 케이스로 내원한 녀석이었는데 운 좋게도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처음 왔을 때는 각막이 많이 녹아내려 있었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진료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변을 했다. 마주의 결단으로 치료에 들어가게 됐고, 한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3시간 만에 한 번씩 안약을 넣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나빠지기도 했지만, 퇴원하기 전에는 상당히 진전이 있었고 지금 회복이 많이 된 상태이다.
 

▲제주대학교는 작년 7월 13일 원희룡 제주도지사, 허향진 제주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말 전문 동물병원 개원식을 개최했다. 말 전문 동물병원 전경.

■재활승마 국내외 연구 동향 - (강옥득 성덕대 재활승마복지과 교수)

재활승마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들은 재활승마가 말을 재활하는 건지 사람을 재활하는 건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재활승마는 전신 운동인 승마를 통해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도모하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재활치료 방법이자 스포츠이다.

그럼 왜 굳이 말을 사용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말의 3차원적 움직임을 이용해 재활치료 방법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의 뼈는 사람 뼈와 흡사하고 걸음걸이 또한 비슷하다. 사람이 독립보행이 어려운 경우 말을 타고 보행할 경우 사람이 직접 걷는 것의 98% 효과를 낸다고 한다.
 

▲발표 중인 강옥득 성덕대 재활승마복지과 교수.

재활승마를 하면 신체적 효과, 심리·사회적 효과, 감각 운동 효과 등이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물리치료 등을 통해서도 신체적 효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승마에는 심리·사회적 효과 및 감각 운동 효과가 더욱 눈에 띄게 나타난다.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 발표를 하고 싶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못했었다. 그런데 승마를 하면서 스스로 많이 바뀐 경험을 했고, 그를 토대로 재활승마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재활승마의 유형에 대해 완벽하게 구분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치료승마(Hippotherapy), 강습승마(Therapeutic Riding), 레저/스포츠(Leisure/Sports) 등으로 구분한다. 어떤 학자는 4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치료승마(Hippotherapy)와 강습승마(Therapeutic Riding)의 차이점 중 하나는 기승자가 말의 고삐를 잡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인데 고삐를 안 잡는 경우가 치료승마(Hippotherapy)이다. 물리치료 기계를 이용한 대신에 말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개념으로 기승자가 고삐를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강습승마는 기승자가 말을 직접 조정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01년 삼성전자 승마단에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실시한 게 재활승마 첫 사례이다. 현재 국제재활승마협회(PATH)와 세계장애인승마협회(FRDI)의 정회원이며, 2009년 3월에는 재활승마 전용마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한국마사회에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2007년부터는 ‘찾아가는 재활승마’를 실시했다. 2012년에는 승마힐링센터를 개장해 국내에 재활승마 다시 한번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말 과학 프로그램 - (윤민중 경북대 말/특수동물학과 교수)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이하 ‘UF’)에서 연구 및 교육, 사업 참여 등을 통해 미국 대학에서의 주요 말산업 발전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고 일하고 있는지 경험하고 왔다.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이 되면서부터 말산업 관련 교육 등이 본격화 됐고, 전국에 많은 교육 관련 학과들이 생겨났는데, 운영적인 측면 등 고민과 어려움이 많을 것도 사실이다. 발표가 좋은 참고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
 

▲윤민중 경북대 말/특수동물학과 교수가 ‘플로리다주의 말산업 현황 및 플로리다주립대학의 말 과학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말산업 현황을 간략히 설명하면, 미국 내 신흥 말산업의 고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학교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플로리다주는 보유 말 두수가 50만여 두, 말산업 종사자 수 44만여 명이다. 이는 말산업 고장으로 잘 알려진 켄터키주보다 18만여 두, 24만여 명이 많은 수치로 경주마가 아닌 Showing 및 레크레이션용으로 쓰이는 다른 품종의 말을 이용한 산업도 함께 잘 발달돼 있다. 말산업 주요 도시는 오칼라(Ocala)로 오칼라 지역의 말산업 규모는 26억 달러 수준이다.

최근 켄터키더비에서 우승한 말들이 대부분 플로리다에서 생산된 말들이다. 켄터키의 유명한 목장주들이 플로리다에도 목장을 갖고 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암말을 내려서 번식, 생산, 조련시키고, 말들을 다시 올려 훈련시킨 후 더비에 출전시키고 있다.

말산업으로 굉장히 유명한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대학이 플로리다주립대학인데 말산업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축산학과는 교수 38명 정도이로 학부 세부 전공은 △Animal Biology △Equine Specialization △Food Animal Specialization 등 3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1~2학년 때에는 축산학(Animal Science)에 대한 기초학문을 배우고, 상위 학년에서는 세부 전공별로 더욱 세분화된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의 미션 가운데 ‘Extension’이 특징적인데 플로리다주 농축어업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학교에서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채워가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교수들도 학교 소속이 있고, Extension 소속이 있는데 Extension 소속 교수 중에는 강의를 안 하는 분도 있다. 그냥 플로리다주 농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연구하고 해결한 다음 현장 교육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다.

대학이 지역 내 유·청소년 승마 교육의 메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해당 지역에서 말 타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학부모들까지 직접 미팅을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관리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UF에 진학하게 되고, 교육 과정을 거쳐 말산업 현장에 나가는 구조이다.

또한, 플로리다주 농축어업 발전을 목표로 연방 정부, 주정부, 카운티 연합으로 설립된 기관인 ‘UF/IFAS(The University of Florida’s / Institute of Food and Agricultural Sciences)’가 있다. 국내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제주 축산진흥원이 제주에 있는 대학과 연계해 합쳐지는 형태라면 이해하기 쉽다. 재정은 주정부에서 46%를 지원하고, 학교 측에서 37%, 기타 기부 등으로 마련된다.

주정부의 안정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UF/IFAS에서의 책임도 다한다. 지난해 플로리다에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플로리다주의 말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UF/IFAS 소속 교수들은 다른 지역으로 피난가지 않고 남아 현장을 책임졌다. 플로리다주 말산업 종사자들이 허리케인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화 상담을 하고 지난 간 후에는 피해복구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했다.

UF는 우수한 교수진은 물론 말 과학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교육·연구시설은 Horse teaching unit와 Equine Science Center가 있어 이곳에서 모든 실습이 이뤄진다. 교과과정은 졸업학점 120점 중 70학점이 교양 및 축산학 기본 과목이며, 나머지 50학점이 말과 관련된 교과목이다.

모든 수업은 실습 및 견학 위주로 이뤄지며, 사람의 주기가 아닌 말의 생애주기에 맞춰 실습수업을 배정한다. 말산업 현장 관계자 20여 명을 초청해 실제로 현장에서 필요한 교과 과정이 어떤 것인지 듣고 수업시수를 배정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말 과학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조련된 말들은 학교 축제와 겸한 말 경매 이벤트를 통해 판매된다. 오는 4월 21일 경매가 예정돼 있다(사진 출처= UF/IFAS 홈페이지 캡쳐).

말 과학 프로그램은 번식부터 분만, 망아지 관리, 2세마 조련, 씨수말 및 씨암말 관리까지 학생들이 직접 실습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직접 키운 말들을 ‘UF’라고 브랜딩을 시켜 말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학교 축제와 겸해서 말 경매가 진행되며, 올해는 4월 21일 열린다. 말 경매가 개최되면 플로리다주 각 농가에서 말을 사려고 방문하고, 한화 400만 원 정도 선에서 판매된다. 수익금은 말을 키운 학생들의 인건비, 사료비 등으로 쓰인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말의 번식부터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거치면서 졸업 후 바로 말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만들어 지고 있다.

※본 기사의 내용은 학술포럼에서 발표한 자료 및 발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2일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말산업의 양적 향상을 넘어 질적 향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산업계 및 학계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데 이 시점에 말산업 학계가 학술대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27일 제주대학교에서는 2018년 마연구회 학술포럼이 열렸는데 그 현장의 소리를 요약, 정리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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