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산업육성정책토론회
(1) 위기에 중첩된 2009 경마산업

2009년 경마산업은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중첩되는 가운데, 경마각계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들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경마산업을 힘들게 한 것은 우선 외부적으로 합법적 경마산업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를 남발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지속적인 규제로 인한 위기감이다. 내부적으로는 세계경마산업의 하락세 속에서 국내경마산업이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속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경마산업 전반에 걸친 사감위의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경마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또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경마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세계적인 높은 세금 원천징수, 그리고 경주로 문제와 심판에 대한 불신임과 끊이지 않는 경마관계자의 경마부정 등이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올해 한국 경마산업을 둘러싼 각종 내외부적인 위기와 경마산업이 헤쳐나온 과정을 살펴보고, 다음 호에서 위기의 한국 경마산업이 찾아야 하는 돌파구를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다. (편집자 주)

▲ 경마산업의 최대 위기 ‘사감위 규제’
2009년의 경마산업은 고난의 가시밭길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집중 규제 속에서 출발을 한 가운데,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격언을 교훈 삼아 위기속에 놓인 한국 경마산업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고, 영원한 숙제가 되어버린 대국민 이미지 개선과 함께 FTA 이후 한국농촌에 불어닥칠 경제악화를 덜어야 한다는 짐까지 짊어져야만 했다.
사감위가 매출총량제의 전격 시행에 이어 경마산업에 대대적인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경마계 관계자는 물론 농축산 관계자, 학계, 정계에서 사감위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규제에 대한 지탄이 터져 나왔다.
사감위는 올해 사행산업 전체 총량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9월 재정기획부의 GDP 성장률을 재조정으로 전체 총량을 15조9천960억원으로 증량하면서 카지노 1조579억원(↑ 53억원), 경마가 7조3천105억원(↑ 363억원), 경륜이 2조2천447억원(↑ 111억원), 경정이 6천679억원(↑ 33억원), 복권이 2조4천703억원(↑ 122억원), 체육진흥투표권이 1조5천353억원(↑ 76억원) 등으로 총량을 조정했다. 이로써 경마산업은 지난해 7조4천300억원의 매출에서 약 1천200억원 정도가 감소하는 총량을 배정받았다.
‘사감위는 "사행산업으로 인한 부작용을 공급규제 정책을 통해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매출총량제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일선관계자들은 합법사업만 규제하고 불법사업은 오히려 부추긴다고 강력하게 비난을 하고 있다. 사행산업에 대해 매출총량을 설정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이며 매출총량은 강제 사항이다.
사감위가 일방적인 매출총량제를 지정하면서 인위적인 산업위축을 불어온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올해 경마매출은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돼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경마매출 감소는 총량규제 여파로 경마일수가 94일로 전년대비 4일 축소되고 경주수도 1,081경주로 33경주가 축소된 여파도 있지만, 사감위의 규제로 인해 온라인 베팅(KNetz)이 1월1일부터 신규회원 가입을 중단했고, 7월에 전면 폐지되면서 이용객들이 급격히 이탈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사감위가 장외발매소에 대한 대대적인 감소 정책과 이용객 수 제한 등을 펼치면서 매출감소가 이뤄진 것이다.
사감위는 이밖에도 경마, 경륜, 경정 등 사행산업 지면광고에 ‘대박, 고배당’ 등의 문구 사용을 금지하고, 경고문구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사행산업에 대한 광고규제에 나섰다. 사감위는 사행산업 건전화의 일환으로 사행산업 영업광고에 사용되는 ‘대박, 고배당, 일확천금, 몇 배, 최고 금액’ 등이 금전적 이익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한다고 판단, 지면광고에 이러한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 물러설 수 없는 ‘전자카드제’
경마계의 현안 문제중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바로 전자카드제 도입문제다. 사감위는 모든 사행사업 이용자에 대해 전자카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전자카드 시행방안을 올해 6월말까지 확정하고 2011년부터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전국민적인 반대여론이 거세지면서 아직까지 전자카드 시행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일단 내년 1월로 확정일을 연기하고 있다.
전자카드제는 로또복권 등 복권은 제외한 채 경마,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카지노(강원랜드) 등에 한해 현금 이용을 금지하고 의무적으로 전자카드를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전자카드제도가 도입되면 신원을 확인하고 카드를 발급 받은 뒤 일정 금액을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중복발급은 금지를 하고 있어 타인의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기도 어려운 구조다. 사감위는 전자카드제가 시행되면 구매자들이 베팅 상한선(10만원)을 지키게 돼 사행성이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전자카드 시행방안 확정을 앞두고 이에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카드 시행으로 인해 매출 급감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과 기본권 침해 등의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감위는 전자카드가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비실명 카드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공공레저협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전자카드가 실정법을 무더기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시연을 통해 사감위의 전자카드 방식이 개인정보 유출에 심각하게 노출됐다는 주장이 입증되기도 했다.
또한 전자카드 도입과 관련해 농축산단체와 각 사행산업계, 스포츠계, 정치권에서도 들불처럼 반대여론이 확산되면서 전자카드 신중론을 넘어 사감위의 불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 나라를 좀먹는 사설경마
사감위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경마산업의 위기를 중첩시키는 불법 사설경마의 심각한 수준이 실제로 드러났다.
불법 사설경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마사회 경마보안센터가 지난 7월까지 불법 사설경마의 단속건수가 지난해 건수를 넘어섰다고 밝혀 최근 사감위의 규제와 온라인베팅 폐지 등으로 인해 불법 사설경마의 규모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마사회 경마보안센터는 최근 불법사설경마 실태 보고를 통해 올해 7월말 기준 총 53건, 367명이 사설경마 단속현장에서 체포되었다고 발표했다. 과거 사설경마 단속건수는 2006년 24건, 2007년 31건, 2008년 48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제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백 건에 달한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88조원으로, 합법 사행산업 규모의 여섯 배에 달한다. 합법 경마 매출이 한 해 약 7조원 정도이므로, 불법 사설경마도 이것의 여섯 배 정도인 40조원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사설경마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합법 경마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와 사감위를 비롯한 각종 규제 때문이다. 현재 마사회로부터 마권구매시에 경마팬들이 납부하는 원천세율은 16%에 달한다. 홍콩·영국에서는 마권 원천세가 폐지되었고,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2% 정도에 불과하다. 비교적 세금을 많이 걷는 일본도 10%밖에 안 된다. 게다가 국내 경마팬들은 100배 이상 고배당을 적중시켰을 때 배당이익의 22%를 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한 경주당 십만 원 이상 구매할 수 없게 하는 구매상한선도 외국에는 없는 제도다.

▲ 온라인베팅 부활 여론 대두
사설경마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예고되는 가운데, 이를 막기위한 제도적인 장치와 대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론 오히려 사설,불법도박을 부추기고 있다. 바로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경마베팅이 금지된 것이다.
사감위 및 친사감위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올해 7월 경마에서 온라인베팅이 전격 폐지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마사회의 온라인 베팅 회원수는 4만여명으로 지난해 온라인 베팅 시장 규모는 경마 총매출의 약 3∼4% 수준인 28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터넷 베팅은 상한선 준수와 차명가입 불가능이라는 순기능으로 인해 부정적인 경마인식을 바꿔주는 것은 물론 국민의 참여확대를 가능케해 경마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경마의 확대를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나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법제처에 경마에서의 인터넷 베팅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법적해석을 요청하면서 결국 온라인베팅 폐지로 이어지게 됐다.
그동안 온라인 베팅을 이용해온 경마팬들은 본장이나 장외 발매소를 찾아야 하는 불편과 발매창구의 혼잡도가 더욱 높아져, 결코 적지 않은 경마팬이 불법,사설경마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사감위의 각종 규제로 인해 경마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베팅이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면, 경마팬의 불법·사설경마로의 유출을 조장하게 되며 세수 감소와 축발기금 손실은 물론 말산업 순환사이클의 붕괴로 인해 국내 말·경마산업이 근간마저 흔들릴 것이다.

▲ 경마산업 전반에 나타난 문제점
마사회는 2009년을 새출발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마 환급률 인상과 삼복승 시행 확대, 통합경주 확대 등과 더불어 경마산업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승마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에는 국민 말타기 운동 전진기지 역할 및 경마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KRA호스파크」(가칭) 조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지난해 11월 「KRA호스파크」 사업의 기본구상을 수립했고, 경기도는 12월 화옹간척지 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경기도에서 주민공청회를 개최했고, 지난 4월 농림수산식품부에 AFK단지조성 기본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한국마사회는 마사회가 사업주체로 참여하게될 경주마 Zone을 「KRA호스파크」(가칭)로 명명하고, 경주마휴양조련시설과 마문화센터, 승마교육센터, 재활승마센터, 말연구소 설치를 구상중이다.
마사회는 「KRA호스파크」를 사업별 기능을 유지하면서 부지 전체를 ‘말종합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제4경마장 건설이 논의단계에서 본격적인 추진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마사회는 지난 10월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신규 경마장 후보지 공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신규 경마장 후보지 공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현재 전북의 장수와 정읍, 전남의 담양, 경북의 영천과 상주, 인천시 등이 후보지 신청을 해 현장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올해내로 제4경마장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2천500억원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신규 경마장은 오는 2014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새해부터는 경마 환급률이 73%로 인상돼 경마팬은 약 700억원을 더 돌려받을 수 있었다. 무려 14년만에 환급률이 인상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경마의 환급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에서 최고의 환급률을 자랑하는 영국(89%)과 호주(88%)와는 차마 비교를 할 수 없는 정도고, 홍콩(83%)·미국(79%)·일본(75%)도 우리에 비해선 상당히 높은 환급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경마매출에 붙는 세금은 기타소득세를 포함하여 20%가 훨씬 넘는다. 경마상금 등을 주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수익금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경마팬은 자신의 투자금액의 30%가 넘는 돈을 원천징수 당한 상태에서 경마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 경마가 시행되면서 경마관계자는 물론이고 경마팬도 경마매출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한국경마가 IMF 시기에도 상승세를 지속했고, 한 때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경제불황속에서도 회복세를 보임으로써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 올해 경마매출은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로 사감위의 규제 여파가 모아지면서 실질적인 매출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한국경마의 현실이다. 사감위 규제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경마산업을 옥죄어 오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사회기여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경마시행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1월 일부 경마팬이 심의미지정을 이유로 심판실에 강력한 항의를 보인 바 있다. 결국 1회성으로 끝이 나긴 했지만 아직도 경마팬에게 마사회는 공정과 신뢰의 부족을 지적받고 있다.
경주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과 서울에서는 경마대회에 최소 출전두수인 5두만이 출전한 가운데 펼쳐진 바 있다. 올해 마사회에서 경마대회의 원활한 진행과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경마대회의 최소 출전두수를 5두로 낮춘 바 있는데, 단촐한 출전마들로 인해 경마팬의 불만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한 올해 경마관계자 10여명이 경마부정으로 인해 면허취소 등의 제재를 받으면서 경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일도 되풀이 됐다. 마사회는 올해 1월 경마부정을 근절하기 위해 ‘자수권고 기간’을 운영했지만, 이후에도 경마부정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잠깐 내린 눈과 급강하한 기온으로 인해 경주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해 경마팬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천재지변이라 일컬을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면 경마팬의 이해가 따랐겠지만, 상황대처를 위한 시간이 결코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경마팬을 입장시킨 가운데, 늦장대응처럼 보이는 관계자들의 일처리는 마사회의 긴급사태 대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나오게 만들었다.
올해 경주시행 결과를 볼 때 여전히 시행체와 유관단체간 의사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인 가운데, 한국경마가 세계속에서 경쟁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모든 관계자가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각 경마단체장들의 되풀이되는 말들이 대답없는 메아리로 그친 것 같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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