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1) 대공황에 접어든 세계 경마산업
(2) 경주마 생산 과포화 시대
(3) 불황 극복의 돌파구를 찾아서
(4) 룰 통합에 역점을 두다
(5) 인터넷 베팅 쟁점은 무엇
(5) 인공주로, 과연 대세인가

지난 10월 한국마사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한국경마 선진화를 위한 국제경마심포지엄”에서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경마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제화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해 관계자들로 하여금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매출순위 세계 7위, 경주마 생산규모 세계 15위(2008년 기준) 표면적으로는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고는 하나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는 고작 “파트3” 국가일 뿐이다. 경마 최후진국 수준을 벗어난 정도라는 얘기다.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 경마국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지향하는지 그리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올 한해 있었던 세계경마의 주요 이슈들을 시리즈로 연재, 그들이 추구하는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편집자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발한지도 1년이 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정권의 출범과 함께 8천억 달러 우리 돈 약 12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누적되어온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한파는 모든 스포츠 분야에도 예외 없이 몰아 닥쳤고, 특히 미국 경마산업에 있어서는 침체 이상의 “대공황”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외신의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날개가 없는 추락
올해 1월 미국 에퀴베이스(Equibase)社가 발표한 경마경제지표에 따르면, 2008년 미국내 경마 매출규모는 136억 7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7.16%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마 개최일은 1.18%, 경마상금 총액은 1.33%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전미 경주마 협회(NTRA)의 알렉스 월드롭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의 악화와 경마 산업내부의 요소가 감소의 원인”이라고 밝히며, “무엇보다 시뮬캐스트(simulcast) 즉, 경마실황중계의 송출과 관련해 경마장 간 이견으로 매출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며, 2009년에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하강곡선은 더욱 빠르게 추락하며 이러한 낙관론을 불식시켰다. 매출은 올해 초부터 동기대비 두자리수 하락률을 보인데 이어 상반기에만 전년대비 16.9%의 감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고 말았다.
결국 2009년 미국 경마의 총매출액은 122억 달러 수준(추정치)으로 199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데 이어 상금 총액도 전년대비 5.79% 감소한 10억 9천만불에 그치며 관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미국내 최대 경마장인 처칠다운즈를 비롯해 터프웨이 파크, 앨리스 파크, 킨랜드 경마장 등이 발표한 2010년 경마 개최일수가 10-25%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알려져 내년 미국의 경마산업은 끝없이 어두운 터널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최악의 사태는 민간기업에 의해 영리목적으로 운영되는 경마장에도 치명타를 던졌다. 특히 미국 최대 경마기업인 매그너 엔터테인먼트(Magna Entertainment. 이하 MEC)의 파산은 올해 경마계 최대 이슈였다.
부채 총액 5-10억불(추정치), 누적 적자총액 5억7천만 달러의 적자운영과 경기침체로 인한 은행권 자금의 이탈이 원인이었다. 산타 아니타 파크, 론스타 파크, 걸프 스트림 파크 등 모두 9개 경마장을 소유하고 있는 MEC가 침몰할 경우 각 경마장에 종사하고 있는 고용인 2만 5천명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행히 MEC측의 파산보호(워크아웃) 신청이 승인되면서 주요 경마장의 매각 등 회생 절차를 통해 사태는 봉합되는 듯 했지만, 이어 캘리포니아 주(州) 소유의 델마 경마장 매각, 뉴욕시 내의 장외발매를 관장하고 있는 뉴욕 장외발매 공사의 파산보호 신청 등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경마산업 구조조정 폭풍에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단위: 억 달러)
2009 122.8
2008 136.7
2007 147.2
2006 147.8
2005 146.3
2004 151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경마산업
경기침체로 인한 경마산업의 위기는 미국 뿐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점진적인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다.
파운드화(貨)의 폭락으로 국가 전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경마 재정 지원의 감소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우선 살고 보자”는 식의 고육지책이 경마산업을 벼랑끝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한 예로 지난 10월12일 영국 고든 브라운 수상은 국가 재정적자 위기 타개책으로 주요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며, 매각 고려대상에는 국영 마권 발매 공사인 토트(Tote)사가 포함되었던 것.
영국경마의 마권 발매 역할은 크게 국영기업인 토트(Tote)와 북메이커 즉, 사설 마권발매 업자에 의해 분담되어 있으며, 이중 북메이커의 매상이 97%를, 토트는 나머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토트의 매출액 대부분은 경마 지원금으로 책정되고 있으며, 전체 지원금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토트사의 매각가능성에 영국 경마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브라운 수상의 매각 발표는 임기말 정권교체를 우려해 처방한 정치적인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오고는 있으나 경기 급랭이 경마산업을 찬밥신세로 전락시켰음에 틀림없다.
영국 마권세부과위원회(Levy Board)측은, 올해 6350만 파운드(한화 약 1200억원)였던 경마 보조금에 대해 2010년에는 5700만 파운드(약 1090억원)로 8.8% 삭감안을 발표했다. 또한 2011년에는 경마 보조금이 5000만 파운드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마권세의 70%이상을 책정하고 있는 경마 보조금은 경마산업의 중추적인 자금 역할을 하고 있으며, 보조금 감소에 따른 경마상금의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경마 보조금의 감소는 마권 매출의 하락에 따른 것으로, 영국 마권세부과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마권세수액은 1억 1500만 파운드에서 2008년에는 9100만 파운드, 그리고 2009년 전망치는 8500만 파운드 선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영국 주요 북메이커社인 ‘윌리엄힐’, ‘라드브록’ 등이 인터넷 베팅을 세금이 적은 해외에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인터넷 베팅에서의 세수액도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EU(유럽공동체) 조약에 의하면 인터넷 베팅세는 서버가 있는 국가만이 세금을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위:만 영국파운드)
2007 5340.1
2008 5551.5
2009 6350
2010 5700(예정)
2011 5000(전망)

세계에서 가장 든든한 재정지원을 받아왔던 아일랜드의 경마산업도 심각한 경기후퇴의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아일랜드 정부는 분기별 37억 유로(약 6조 2천억원)에 달하는 재정적자 보존을 위해 경마 보조금 감소와 마권세 증세의 더블펀치를 날리며 아일랜드 경마산업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간 바 있다. 이 결과로 경마협회(Horse Racing Ireland: HRI)는 지난해 말 2009년의 경주상금을 전년 대비 11%, 액수로는 660만 유로(한화 111억원)를 삭감했으며, 내년에도 추가적인 감소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HRI의 최고 경영 책임자 브라이언 카바나 회장은 “국가 전체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마예산의 삭감은 고통분담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경주상금의 삭감은 자칫 출전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인건비의 감소 역시 경주공정 관련 업무의 질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부가상금 형식으로 지급되던 기업 스폰서 료도 지난해 920만 유로에서 올해는 40%이상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 다음회에서는 “경주마 생산 과포화 시대”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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