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네이버·카카오 뉴스 검색 제휴 첫 기획 시리즈로 ‘역마살 낀 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을 시작합니다. 말산업 전문 기자라고 꼭 승마클럽, 관련 업종만 다루지 않습니다. 전국을 쏘다니며 알게 된 맛집, 일상에서 만나게 된 소소한 장소, 추천받은 명소, 지역 인사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호는 번외편 세 번째 이야기로 혼자 사는 직장인의 저녁 일상과 그가 찾는 단골 맛집을 소개합니다.

회사는 안양, 출입처는 과천, 집은 산본…직장인 ‘엑소더스’ 어디로?
자발적 비혼인 ‘미운우리새끼’…혼술·혼밥 벗어나 동네 맛집 회식 순례
블로그 보고 여러 차례 허탕…친절하면 맛없고, 맛있으면 불친절 딜레마
스페인에서 직접 먹었던 이베리코 맛집 찾아…가격·서비스·맛 모두 합격

▲두어 번 정도일까. 그저 그런, 가까운 동네 고깃집에 가서 고기 2인분 주문하고 혼자 먹으려니 참 처량했다. 텔레비전에서 주인공들은 참 잘도 먹던데 기자에게 ‘독신주의’는 천부당만부당이란 사실을 먹으며 깨달았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연재 제목이 일상이다. 단골도 덧붙였다. 어느덧 10년 경력의 ‘기자질’로 밥벌이하며 다양한 일상을 소화하고, 전국 곳곳 숨은 맛집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알쓸신잡’, 알아둬도 참 쓸데없는 신성한 잡기(雜技)일 뿐이다.

어렸을 때, 아마도 중학생 때일 즈음이다. 하느님에게 서원하며 ‘독신주의’를 소원했는데 어느덧 나이 마흔이 되고 보니 종교와는 멀어졌고 노총각 타령 신세나. 다행히 요즘 시대 유행이 ‘자발적 비혼’이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안식할 뿐이다.

주(主)님 대신 주(酒)님과 매일 대면하니 단골은 대부분 술집. 밥집을 겸하면 금상첨화다. 한창 필드에서 뛸 때는 전국 곳곳에 있는 취재원들과 전국 각지의 맛집에서 저녁마다 ‘회식’이었다. 특히 말산업과 관련 깊은 도시 제주나 영천, 장수 등지로 출장을 가면(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 – 제주편 참고) 함께할 사람도 많고, 맛집을 추천해 주니 걱정 없었다.

대략 2년 전부터는 근무 시간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는데 부러 찾아오는 취재원과 저녁 약속 아니면 한동안 혼밥·혼술을 했다. 발로 뛸 때보다 종아리는 부어오르고, 머릿속에 온갖 데이터는 쌓이니 저녁마다 ‘지우개’를 가동해야 했다. 그래야 숨이라도 쉴 것 같았다. 청탁금지법 시행도 한몫했다. 유일한 취미인 수영(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 – 번외편1 참고)도 끝나면 밤 10시가 넘으니 비자발적이기도 한 선택.

원래 채식을 좋아했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육식’이 당겼다. 텔레비전에서는 혼자 고깃집도 가고 선술집도 가는, 그런 ‘멋짐’을 뿜어내니 유혹에 끌리는 것도 당연지사. 홍대나 경리단길, 가로수길에 있는 맛집은 아니어도 그저 그런 동네 선술집이나 고깃집이 있다면 혼자라도 가볼 용기를 내야 했다.

▲매번 ‘우리’는 맛집은커녕 그저 그런 곳을 쏘다니고 순례하고 방황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정희네’와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과 함께. 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 산본 중심상가에서 조우했다.

외식하지 않고 육식 않던 사람이 동네 맛집을 잘 알 리 없다. 두어 번 정도일까. 그저 그런, 가까운 동네 고깃집에 가서 갈비(또는 삼겹살) 2인분 주문하고 혼자 먹으려니 참 처량했다. 텔레비전에서 주인공들은 참 잘도 먹던데 기자에게 ‘독신주의’는 천부당만부당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술, 고기를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배, 동료와 대동해야만 했다. 뭐든 핑계를 잡아 자비라도 좋으니 회식을 실천했다. 남들은 워라밸이니 소확성이니 ‘119(1차에서 1가지 술로 9시 이전에)’ 회식이니 하지만, ‘강요당한’ 비혼 신세에게 저녁 회식은 천국 그 자체였다.

저녁을 함께할 사람은 해결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각자의 입맛, 주종 등 스타일이 다 달랐다. 누구는 회가 먹고 싶고 누구는 고기가 싫고, 와인은 비싸서 못 먹겠고 양주는 몸에 안 맞는다. 회사는 안양에, 주 출입처는 과천이지만 각자 사는 집도 다 다르다는 점도 문제. 블로그를 찾고 맛집을 검색하는 일도 지쳤다. 그래서 매번 ‘우리’는 맛집은커녕 즉흥적으로 그저 그런 곳을 쏘다니고 순례하고 방황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정희네’와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과 함께.

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 산본 중심상가에서 조우했다. ‘정성껏 4시간 구운 참나무의 향과 맛을 느껴보세요’, ‘세계 4대 진미,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은 한우처럼 부드러운 맛을 자랑합니다’, ‘천연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 등등 문구에 혹했다. “이 집 고기가 스페인 이베리코산이라는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Camino)에 갔을 때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다”라며 우르르 몰려갔다.

마침 지인이 한 달간 휴가를 내고 산티아고를 떠났을 때였다. 2007년 여름, 40여 일간 그 길을 걷고 난 뒤 십 년 뒤에 꼭 다시 오자 했건만, 사무실에 사로잡힌 직장인으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니 스페인산 돼지고기에 소주 한 잔 털어 넣는 것으로 위로를 삼으면 그만이었다.

▲불판도 처음 본 형태인데 가마솥뚜껑의 인덕션 버전이다. 게다가 와이어리스다. 밑반찬은 급식판에 덜어 나와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매장 내 인테리어나 동선, 좌석 배치 등이 달랐다. 물어보니 이곳 주인장은 산본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불판도 처음 본 형태인데 가마솥뚜껑의 인덕션 버전이다. 게다가 와이어리스다. 밑반찬은 급식판에 덜어 나와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종업원들은 마치 자기 사업장처럼 친절로 무장하고 나왔다. 불판 사용법부터 먹는 방법까지 친절히 설명한다. 고기 맛에도 다들 만족했다. 고기를 추가하면 1/3가격만 내면 되니 추가를 안 할 수 없다.

오가는 술잔, 주고받는 이야기꽃 사이에서 하몽(jamon)도, 뿔뽀(pulpo)도, 올리바(oliva)도 빠예야(paella)도 살아난다. 전 세계 어떤 음식도 하나의 재료만으로는 그 맛을 낼 수 없다. 최소한 소금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짠 맛을 잃으면 길가에 버려진다고 했나. 순례자의 길을 다녀왔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오늘 일상도 마찬가지. 혼자 사무실에 앉아 글을 배설하고, 저녁이 되면 다함께 단골을 찾아 뱃속을 채우고, 의미 없는 말들로 삶을 허비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서는 저녁마다 숙소 알베르게 안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린다. 스페인 이베리코 지역은 특히 흑돼지 요리가 유명한데 뒷다리 넓적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하면 그 유명한 ‘하몽.’ 바게트에 치즈와 하몽만 넣고 먹어도 순례자들에게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이베리코 #스페인_산티아고 #하몽 #일키로바베큐 #hola #pilgrim #빛과소금

※역마살 낀 말(馬) 기자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여행이 일상이었다. 성인식을 기념해서는 전국을 무전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대학과 대학원 재학 때는 전 세계를 두루두루 살폈다. 연봉 일억 원을 줘도 사무실에 갇힌 딱딱한 조직 생활, 책 속에 갇힌 연구 생활이 싫다는 그는 조만간 제주에 정착해 해남(海男)에 도전하고 예수처럼 목수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문학’ 출판사를 통해 소설 『여자가 대통령이다』를 발표했고 ‘일몰의 시작’, ‘프리랜서’ 등 습작을 끄적이고 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