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선수 인터뷰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승마의 본고장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재희 선수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대회 참가를 위해 장소를 이동한다는 것은 승마에서는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말과 함께 이동을 해야 하고, 특히나 인접한 장소가 아닌 대륙을 건너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많은 비용도 수반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한국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국내 선발전에 참가한 전재희 선수를 만나봤다.

-한국에 온 이유는
8월에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선발전이 있어 참가를 하게 됐다.

-현재는 유럽에서 운동하고 있나.
그렇다. 유럽 벨기에에서 운동하고 있다. 벨기에 챔피언이었던 ‘리벤 디보스(Lieven Devos)’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리벤 코치와는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고,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선발전 출전을 위해 말도 구해주고,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럼 국내가 아닌 유럽에서 말 운송비, 대회 출전비 등을 지원했다는 건가.
그렇다. 스토리가 복잡하긴 한데 리벤 코치가 많은 지원을 해준 건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스폰서십이라고 해서 여러 명이 함께 마주가 되기도 한다. 간혹 2명 또는 3명일 때도 있다. 유럽에서 몇 곳에서 스폰을 해줘서 한국까지 오게 됐다.

-유럽에서 타국 선수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일반적인가.
일반적이진 않다. 분명 쉬운 케이스는 아니었다. 내 경우는 유럽에서 한국까지 이동해야 했고, 말 운송비도 만만치 않았다. 말을 운송하려면 항공 컨테이너가 필요한데 왕복 4,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정말 어렵사리 도움을 받아 한국에 왔는데 열심히 집중해서 선발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다.

-정유라 사태 이후 국내에서 승마 선수를 지원하는 곳은 없다고 알려졌다.
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바로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국내 승마계 상황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전국체전이나 주요 대회 출전을 위해 귀국하다 보면 국내에서 승마하기 정말 어려워졌다는 걸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상보다 어려움은 커 보였다. 유럽에서도 활동을 위해 한국 기업들로부터 스폰서십을 받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국내 상황이 녹록지만 않다고 느낀 다른 점은.
한국에서 시합을 뛰고 있는 말들을 보면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단 점이 그렇다. 그래도 국내 승마 상황이 괜찮을 때는 유럽에서 말도 사고, 좋은 말이 들어오고 이랬다. 하지만, 현재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뛰던 말이 순환되지 않고 그대로 나서고 있다. 기업 등이 지원한다면 말이 순환되고 더 좋은 승마 환경과 승마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회의 공백을 선수의 입장에서 체감하는지.
물론이다. 중요한 포인트인데 협회가 정상적 운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소 선수들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제 경우에는 유럽에서 운동을 하고 있어 정확한 선발전 날짜가 중요했다. 선발전을 위해서는 유럽에서 한국을 와야 하는데 미정인 상태라 컨디션 잡기도 어려웠고, 이번에도 거의 찍기 수준으로 한국행 날짜를 정했다. 당장 내일이라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검역소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검역소에서는 운동할 수 없어 충분한 시간과 일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한국 일부 기업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들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스티븐의 박윤경 대표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첫 번째로 스티븐승마클럽에서 스폰을 해주셨고, 제 사정을 듣고 케이토토에서도 도움을 주셨다. 게스코리아에서는 현물 협찬을 해서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해주셨다.

▲전재희 선수 안장에 새겨진 스폰서 기업의 이미지.

-유럽의 경우는 승마가 말 생산농가를 비롯해 기업, 승마선수 등이 산업적으로 수익을 낸다던데 어떤 구조인가.
유럽에서는 말 때문에 현금이 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산업이 산업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어린 말을 생산해 트레이닝한 후 팔거나, 어릴 때 사서 좋은 말로 성장시켜 재판매하는 등 순환 구조가 있다. 또 좋은 말을 갖고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기록을 내고, 그 말을 높은 값에 파는 경우도 있다.

-그럼 농가 수입이 괜찮은 편인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천차만별이다. 마치 주식과 같다. 말이 어렸을 때 상대적으로 싸게 사서 성장시켜 다시 팔고, 이런 과정이 순환 반복되면서 농가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낸다. 키운 말이 대박이 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어린 말을 판매하는 옥션 등도 종종 열리고, 말들이 순환돼 경제가 돌아간다.

-한국 선수가 유럽까지 가게 된 이유는 뭔가.
어렸을 때부터 김승환 코치 밑에서 배웠었는데 그때 친분이 있던 리벤 코치와 왕래하면서 벨기에와 인연을 맺었다. 유럽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승마 시스템이고, 승마의 본고장이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활동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말을 잘 타서 나중에 유럽까지 진출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단순히 유럽에서 활동한다고 타국의 어린 선수에게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전 선수의 실력과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닌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준 것 같다. 공부가 끝나고 나면, 정말 말만 타고, 또 말만 탈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왔다. 인천 아사안게임에서 한국 대표를 하고 유럽을 나갔는데 정말 갈 길이 멀다는 걸 다시 체감했다. 그 과정에서 제 모습을 인정해준 것 같다. 리우올림픽 승마 종목 금메달리스트가 쉰세 살일 정도로 승마는 길게 보는 운동인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열정으로 노력해가겠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앞두고 긴장될 거 같은데.
5월 31일, 6월 2일과 4일 등 3일에 걸쳐 3라운드 방식으로 선발전을 치른다. 지난 인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해봤고,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많은 도움으로 온 만큼 열심히 할 것이고, 웃으면서 벨기에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향후 목표나 비전은.
앞으로 정말 한국승마가 발전이 됐으면 좋겠고, 발전이 되려면 한국승마 선수 중에서도 유럽에서 주목받고 빛을 내는 선수가 필요하다. 그 선수가 내가 됐으면 좋겠고, 그만큼 열심히 할 자신도 돼 있다. 그렇게 해서 유럽에서도 한국선수가 말을 저렇게 잘 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최고 난도 5스타에서도 메달권에 들고, 금메달도 따고 그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내 바람이자 꿈이다.

▲승마의 본고장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재희 선수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유럽과 한국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국내 선발전에 참가한 전재희 선수를 만나 유럽과 한국의 승마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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