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 하재흥입니다’ 출간…후배들에게 남기는 ‘손 편지’
35조 소속으로 철저한 자기 관리 속 35년간 937회 우승
“경마는 인간이 만든 예술…경마문화 바꿔야 할 개혁 시기”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1983년 6월 5일 조교사로 데뷔한 이래 1만532번의 출전, 937번의 우승과 1011회 준우승을 기록하며 현역 조교사 중 최다승을 기록한 하재흥 조교사가 말과 함께한 45년의 시간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6월 30일 정년 은퇴를 한 하재흥 조교사는 기수 10년, 조교사 35년 도합 45년간 600여 두의 말과 함께한 ‘살아 있는 신화’이자 동료, 후배들에게는 정신적 지주로 그 이름을 알렸다.

그의 삶이 오롯이 담긴 회고록, ‘조교사, 하재흥입니다’는 19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1기 기수 후보생 모집 공고를 보고 기수가 된 그는 성실함과 뚝심으로 말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게 됐다.

“기수는 공인이다. 공인은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직업인인데 기수는 많은 경마팬들 앞에서 말을 타야 하는 절대공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철한 직업 의식과 본인 스스로 관리를 잘 해야만 스타 직업인이 될 수 있다.”

경마는 공산품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강조한 그는 마주와 기수, 조교사 등 경마 관계자들의 역할과 자질, 의무 그리고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무엇보다 1996년 무궁화배를 우승했던 ‘뷔로라’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경주마 훈련과 말 보는 법 등에 대해서도 적시했다.

“경주마가 탄생되기까지 나름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여러 어려움도 많고 많은 노동력과 정성이 필요한 점은 공통사항이다. ‘뷔로라’를 통해 느낀 것은 말이란 사람이 정성을 쏟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한다는 진리다.”

말과 함께한 45년을 소회한 흔적 모두가 소중하지만, 6장 ‘종합 예술 경주’와 7장 ‘경마의 미래’는 경마산업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백미(白眉). 하재흥 조교사는 현재 한국경마의 현주소가 경직되고 살벌해 적막이 감돌 정도라며 국산 경주마의 실적 수준이 아직 낮고, 주로 문제 등 말 중심의 시설이 아직 낙후한 점 그리고 상향 평준화되지 않은 기승술 및 사양·조교 관리를 언급하며 성장에만 치우쳐 질적 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시행체 한국마사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하재흥 조교사는 불평과 개선 사항이 있음에도 요즘 현장에서 대화가 실종됐다면서 그 원인으로 “일일이 지적하는 데 지쳤고, 해봐야 시정되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시행체인 마사회는 주인 행세나 하면서 모든 권한을 다 지닌 채 외형을 키우는 데만 집착하고 있고, 마주·조교사·기수와 그들 협회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라며,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수립 전에 관련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현장 근무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일갈한다.

경마산업이 경쟁 일변도로 치우친 현 상황도 우려하며 “경마 자체가 본질적으로 뜨겁고 치열한 경쟁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여기에 시행체마저 제도적, 인위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면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르지 않다”라며, “종사자들을 극단의 경쟁 환경으로 몰아넣는 것이 좋은 정책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라고도 했다.

특히 경마를 건전 레저 스포츠로 바꾸자며 “지금이 경마문화를 변화시킬 적기이자 개혁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베팅 문화를 바꿀 것과 올바른 경마 정보를 선택할 것, 일반 정보를 활용할 것을 주문하며 우승 결정 요소 등 모든 노하우를 담아냈다.

45년간 그를 만들어준 건 말과 경마팬임을 잊지 않고 “경마의 주인은 팬이고 경마장의 주인은 말”이라며 “우리는 팬들이 즐겁고 편하게 경마를 즐기게끔 돕고, 말들이 경주로에서 잘 달릴 수 있도록 시설과 현장을 관리해야 하는 조연”이라고 밝혔다.

후배들을 위한 ‘노하우’이자 ‘지혜서’이기 때문일까. 정호익·권승주·서범석 조교사, 문세영 기수 등 후배들은 물론 신영인 서울마주협회 마사팀장, 김수진 아나운서와 이희경 서울경마 기자 등 동종업 종사자들이 추천사를 남겨 45년 그의 삶을 긍정하고 응원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내 자신이 훌륭해서도 아니고 잘난 척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떠나갈 때가 되니 허전하기도 하고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뭔가 주고 갈 게 없나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도움이 안 되더라도 손 편지라 생각해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것 같다.”

※하재흥 조교사
1972년 기수양성소 1기 수석 졸업
2004~2006년 조교사협회장
2015년 가천대학교 체육학과 졸업
2016년 10월 현역 900승 달성
2017년 제주국제대학교 대학원 마산업학과 석사 학위 취득(논문: 경마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
2018년 6월 정년 은퇴(통산 10532전 937승, 1011준우승)


▲45년간 600여 두의 말과 함께한 하재흥 조교사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손 편지’, ‘조교사, 하재흥입니다’를 출간했다. “기수가 처절한 승부사라면 조교사는 고독한 승부사다”라는 모토가 눈에 띈다. 하재흥 조교사는 레이싱미디어 김문영 대표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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