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하재흥·김양선·양재철 조교사 특별 인터뷰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한국경마의 태동기 내지는 정착기부터 왕성히 활동하던 조교사 4인이 29일 은퇴식을 갖고 영예롭게 퇴임했다. 공채 1기 조교사인 정지은, 하재흥, 김양선 조교사와 2기 출신 양재철 조교사가 그들이다.

치열한 승부의 경마의 세계에서 외로운 전략가 내지 지휘관으로 활약하며, 근 4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말과 호흡한 그들이 이제는 주로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심 아쉽다. 경마의 태동기부터 파트2에 진입한 현재까지 조교사로 활동하며 함께해왔기에 한국경마의 발전은 한편으로는 그들의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영예로운 퇴임을 맞은 그들의 소회를 담았다.


1.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교사로 활동을 했다. 정년퇴임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2. 조교사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3. 이젠 젊은 세대들이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4.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시기이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5.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은.


1. 긴 세월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에 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오늘 이 자리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 긴 세월 동안 말과 동고동락하면서 어려움이나 고통이 없었겠나. 많은 희로애락을 겪었다. 기쁠 때는 같이 웃고, 힘들 때는 고통을 서로 분담하면서 기쁘나 슬프나 말과 함께했다. 서로의 눈길을 바라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당시에는 힘들었던 일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3. 가장 기본적인 얘기일 테지만 첫째로 말에 대한 애정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더불어 목적의식도 갖길 바란다. 후배들이 미래 비전을 갖고 말을 위해서 공감을 이룬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잘 헤쳐나갈 것이다. 후배들이 고군분투해준다면 말과 동고동락 속에 명마를 만들어내는 기쁨도 맛볼 수 있을 것이고, 한국경마 발전에도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이제 제도권에서 벗어나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현재도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는 과천시승마협회장, 경기도승마협회 감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말산업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면서 말과의 깊은 인연은 계속 이어갈 것 같다. 향후 말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말로 국민이 행복해지는 미래가 오길 기대한다.

▲김양선 조교사



1. 35조 조교사로 35년간 근무했다. 나름 한국경마 발전에 기여했고, 밀알이 됐다고 자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울경마장 개장이다. 88올림픽 끝나고 1989년에 뚝섬에서 지금의 자리로 경마장을 옮겨 개장을 했을 당시 내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했었다. 당시 서울경마장 개장에 공이 크다고 해서 장관상을 받은 적도 있다.
1992년 ‘개인마주제’ 전환을 위한 과정에서도 기여했다. 일본에 단원을 이끌고 가서 JRA조교사협회를 방문하고, 모든 서류를 가져다가 전부 번역을 해 개인마주제 전환에도 도움을 줬고, 시행체인 마사회와 협력을 통해 전환을 이뤄냈다. 그 이후에도 개인마주제가 정착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을 했다. 경마발전에 밀알이 됐다고 내 스스로 자부한다.

2. 조교사라는 것이 경쟁을 피해갈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본인이 감수를 해야 한다. 내 경우는 마주들이 상당히 나를 신뢰해준 덕분에 마주와의 관계에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도 마주들이 딴 마방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정도로 마주들이 날 신뢰했다. 다만 마주들이 고가의 말을 척척 구입하는 형편이 아니라서 그런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잘 극복을 해서 무난히 좋은 쪽으로 발전을 시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새벽동자가 3관마가 되면서 더비를 먹었는데 그 당시이다. D-10부터 더비 일기를 써 내려갔었는데 아주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기억이 남는 거는 조교사협회 부회장과 노조지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조교사협회 발전에 일조한 거다.

3. 경마를 경쟁만을 부추기는 경쟁 일변도로 수치를 높여가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많은 조교사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조교사는 너무 상금을 못 벌고, 너무 말이 없어서 힘들어 하는 조교사들이 아주 많다. 최근 그만두는 조교사들도 생기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교사가 경쟁을 피해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경쟁을 피해갈 수 없으면 경쟁을 즐기고, 도전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조교사로서의 최고의 날은 이미 지나간 세월이 아니라 남아있는 조교사의 생활이다.


▲하재흥 조교사.

4. 안에서나 밖에서나 한국경마가 아시아지역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서는 그날까지 경마발전에 밀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밖에 있더라도 내가 경마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은 아직 살아갈 수 있는 날이란 생각을 갖고 있어서 딱히 목표가 어떤 거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을 위해 정진해 나갈 거다.





1. 한 45년을 경마장 생활하다 보니 참 오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일도 많았고 기분 나쁜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보람은 있었던 것 같다. 할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내가 은퇴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 아직도 충분히 조교를 할 수 있는데 은퇴한다니 조금은 아쉽다.

2. 가장 기억 남고 좋은 일은 내가 직접 관리하고 조교했던 말이 경마대회 나가서 우승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순간에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던 것 같다.


▲양재철 조교사.

3. 말이라는 동물은 사람이 예뻐해 주고 토닥거려줄수록 주인한테는 수긍을 한다. 그만큼 말에게 파고들어 애정을 주며 친분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말은 사람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기수나 조교하는 사람도 말을 어떻게 컨드롤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오랫동안 달려온 만큼 당분간은 조금 쉴 생각이다. 일은 할 만큼은 했다.

5. 은퇴하면서 아쉬운 점들이 좀 있다. 내가 기수출신이기 때문에 기수들이 경주에서 미숙한 경우 조언도 해주고 싶고, 코치도 해주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누구 못지않게 조교도 할 수 있지만, 요새는 젊은 세대하고는 간극이 크고 현재 경마장 돌아가는 분위기에서는 전혀 안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의 경우는 은퇴 조교사를 재결위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정직원이 아니더라도 고문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기수에게 조언과 코치를 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것들이 전혀 허용이 안 된다. 그게 아쉽다.
그리고, 경마 발전을 위해 기여한 이들에 대한 배려도 아쉽다. 외국에 말 사러 다니면서 본 장면인데 입장료를 내지 않고 어떠한 팻말을 보여주고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같이 간 일행에게 누구인지 물었더니 과거에 조교사로 오래 활동하고, 은퇴한 사람인데 우대증같은 것을 만들어 배려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이 참 부러웠다. 입장료라고 해서 얼마 안되 긴 하지만, 지금까지 자국의 경마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주는 듯한 모습이여서 참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그런 것들을 좀 배웠으면 한다.


▲한국경마의 태동기 내지는 정착기부터 왕성히 활동하던 정지은, 하재흥, 김양선, 양재철 조교사 등 4인이 29일 은퇴식을 갖고 영예롭게 퇴임했다. 근 4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말과 호흡한 그들을 이제 주로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내심 아쉬운 가운데 그들의 소회를 담았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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