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승마계 위기 상황이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2년여가 지난 현재 승마장을 찾는 인구가 급감한 것은 물론 문을 닫기로 결정하는 승마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영의 어려움 때문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승마장을 포함하면 실제 위기 상황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트승마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승마협회까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어 걱정을 키우고 있다. 대한승마협회는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전원이 부재중인 상태이며, 올해 예정된 협회 행사 모두가 사실상 중단되었다. 대의원들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집행부의 역할을 대신하고는 있으나, 제한된 권한으로 인해 전반적인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내달 열릴 예정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승마경기 출전여부이다. ‘아시안게임’은 현재 국내 승마 수준과 여건상 실질적으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국제승마대회로 승마선수들은 오매불망 출전을 원하고 있다.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말 운송비 등 많은 제반 비용이 소요되는데 결재권을 가진 집행부의 부재와 협회의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모든 것이 막막한 상황이다. 급하게 9일 임시 대의원 총회 개최를 통해 ‘재정자립 적립금’ 사용 승인의 건을 통과시켜 기금의 사용에 대한 물꼬는 텄지만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금 사용 승인이 있어야만 한다. 결국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결심에 따라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작금의 위기 상황은 승마계 내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1월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서 물러난 이후 2차례의 보궐선거를 치르며, 2인의 신임회장이 나왔으나. 내부 갈등으로 인해 회장의 취임과 사임이 반복되며, 현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삼성이 물러난 후 보궐선거에서는 승마 원로인 손명원 회장이 당선됐으나, 적폐로 분류되는 인사가 여전히 손 회장 진영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이사진 구성부터 큰 난항을 겪었다. 결국 손 회장은 반년 만에 이사회 개최를 위한 최소 이사 선임 절차도 이루지 못하고 사임했으며, 승마협회는 또 한 번의 업무 공백을 맞게 됐다.

한 번의 후보자 미등록 사태를 겪은 후 어렵사리 배창환 회장이 올해 1월 신임회장에 당선됐지만 선거 당시 약속했던 협회 기부금 출연 등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일부 대의원들이 임원 전원 불신임의 움직임을 보였다. 배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대의원 총회에서는 나머지 임원진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켜 협회 집행부가 전무한 상태이다. 승마계는 여전히 내부 갈등 중이며, 중심이 돼야 할 협회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해 9일과 10일 대한승마협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신청을 받았으나,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다. 대한승마협회는 향후 재공고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차후에도 회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될 위기를 맞게 된다.

승마계에서는 차라리 관리단체로 지정을 받는 편이 더 좋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승마계 뿐만아니라 경마계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신규팬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의 팬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 감소 현황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 산업의 경영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경주마 생산농가는 생산 육성한 예비 경주마들이 팔리지 않아 울상이다. 손해를 보는 마주가 늘어남에 따라 자격을 포기하는 마주가 늘어나다보니 경주마소비 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과거 마주를 모집할 때면 수십대일의 경쟁률까지 보였지만 지금은 먼 옛날 애기가 되어버렸다.

한국마사회는 고육지책으로 상시마주모집 체계로 전환했지만 신통치 않다. 말산업 총체적 위기상황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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