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승마협회가 또다시 회장 선출에 실패했다. 협회는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관리단체 지정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승마협회는 7월 30일과 31일 양일간에 걸쳐 ‘제38대 대한승마협회 보궐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 일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후보자도 등록하지 않아 결국 다시 한 번 회장 선출이 무산됐다.

이로써 대한승마협회는 대한체육회 정관 제12조 1항 2호 “60일 이상 회원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에 해당하게 됐으며, 향후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따라 관리단체 지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비춰진다. 관리단체 지정은 선택적 규정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의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되지만, 계속 반복되는 협회의 파행으로 인해 관리단체 지정이 유력해 보인다.

대한승마협회는 어렵게 선출한 배창환 회장이 6월말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회장 공백사태를 맞았다. 지난 7월 9일과 10일 1차 후보자 등록 공고를 통해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지만 아무도 등록하지 않아 한 차례 무산됐으며, 재선거 공고 절차에서도 동일하게 후보 등록이 전무했다.

승마계에서는 박남신 전 전국승마연합회 회장과 조한호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등이 회장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과 소문이 돌았으나, 최종적으로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연일 계속되는 회장 공백 사태에 대해 승마계 일각에서는 자아비판과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 승마인은 “승마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게 전혀 없고, 파벌 등은 여전하다. 이 상황에 누가 나서고 회장으로 나서고 싶어 하겠느냐”며, “자신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하는 정서와 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그 누가 회장에 오든지 협회 정상화는 먼일이 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한승마협회의 관리단체 지정과는 별개로 당분간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다. 관리단체 지정을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8월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승마협회의 관리단체 지정은 빠르면 9월에서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대한승마협회 소속 대의원들은 5월28일 배창환 대한승마협회장 등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소집요구서에는 재적 대의원 19인 중 11인이 서명했다. 배창환 회장이 3월 28일 정식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의 일이었다. 총회를 요구한 대의원 측은 선거 당시와 취임 후 배 회장이 약속한 사항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대의원의 소통 요구에도 충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불신임 이유로 들었다. 주요한 이유로는 △출연금 10억 원 약속 미이행 △목적성 기금의 부당 사용 △각종 규정 위반 등이다.

이에 대해 배창환 회장 측은 “이미 출연금 2억 원은 협회에 내놓았으며, 나머지 8억 원도 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불신임하고자 하는 분위기에서는 어느 누가 출연금을 쉽게 낼 수 있겠느냐”며, “현재 대의원들과 대화에 대한 의지가 있으며, 공식적인 자리에 나와 관련된 내용을 얘기한다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과 관련이 없는 한 승마인은 현 상황에 대해 분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승마협회가 파행을 거듭한 지 벌써 2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승마계 일부 인사는 자기의 이익만을 내세우고 있어 개탄스럽다”며, “새로운 회장 출범과 함께 내세운 승마인 자정 결의문도 허울 좋은 겉치레일 뿐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배창환 회장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엘리트 승마계 전체가 난파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엘리트승마의 버팀목이던 한국마사회 승마단까지 해체되어 승마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승마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진통의 과정일뿐이라는 시각도 있어 변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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