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풀지 못한 3관 달성이 마침내 이루어질 것인가. 켄터키더비 우승마 ‘빅 브라운’(Big Brown)에 거는 기대가 사뭇 커지고 있다. 올해 켄터키더비는 역대대회 가운데 최대의 혼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경주결과 ‘빅 브라운’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세계 경마계가 온통 들썩이고 있다.

지난 1875년 1회대회를 개최한 이후로 세계최고의 경마대회로 자리잡은 는 앞으로 2,3주 간격으로 있을 (1900M), (2400M)와 함께 3관경주로 불리며 3관왕에 오를 경우 엄청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 1978년 ‘어펌드’(affirmed)가 3관왕(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후로 단 한번도 3개대회 모두를 석권한 경주마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휴식기간 없이 강행되는 3개대회는 그야말로 경주마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레이스이다. 2004년과 2003년 우승마 ‘스마티 존스’(smarty jones), ‘퍼니 사이드’(funny cide)도 마지막 대회인 에서 2위에 그치면서 3관 달성이 아쉽게 좌절된 바 있다.

지난 4일 새벽(한국시간) 켄터키 처칠다운즈 경마장에서 열린 제134회 켄터키더비에서 ‘빅 브라운’은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경주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15만여 인파의 환호 속에 3관왕 탄생의 기대감이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빅 브라운’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갖가지 진기록을 낳았다. 4전 전승 가도를 이어가며, 전승으로 켄터키더비 우승을 차지한 마필로는 역대 7번째를 기록하게 되었다. 또한 이전 단지 3전만을 치루고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1915년 암말 ‘리그레트’ 이후 대회사상 2번째의 경주마가 되었다. 지난해 출전 당시 3전 전승을 기록중이던 ‘컬린’(Curlin) 역시 에서는 3위에 그치며 대기록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대회 ‘빅 브라운’의 우승으로, 3관마 탄생을 기대케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경주 내용적으로 볼 때, ‘빅 브라운’은 내로라하는 3세마들을 대상으로 선입권에서 시종일관 외곽을 크게 선회하는 고전을 펼쳤지만 비교적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빅 브라운’이 를 치르기 전 3번의 경주에서 모두 선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전례에 비추어 볼때, 과연 최외곽 출발지인 20번 게이트에서 무리없이 선두권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 바 있지만 선행일변도에서 완전히 탈피하며 또 다른 잠재력을 선보인 것이다. 켄터키더비에서 최외곽 게이트인 20번의 출발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거의 80년 만에 일이다. 1929년 ‘클라이드 반 듀센’(Clyde Van Dusen)이 20번 게이트에서 우승한 이래 처음 있는 것으로, ‘빅 브라운’은 가장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가장 어려운 확률을 뚫어낸 셈이다.

여기에 ‘빅 브라운’은 혈통적인 측면에서 다소 거리적성이 짧을 거라는 예측 역시 보기좋게 뒤엎었다. 부마 ‘Boundary’가 배출한 자마들이 모두 단거리 적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를 앞두고 혈통 전문가들은 ‘빅 브라운’의 우승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상상 이상의 경주력으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물론 경주거리 2,400M로 치러지는 삼관경주 마지막 관문 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을 남기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 30년 만에 3관왕이 탄생한다면 세계 경마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제이에스홀드’라는 걸출한 경주마가 출현해 첫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부산경마장의 경주마를 제외한 상태의 결과여서 반쪽대회라는 오명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아무튼 올해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3관왕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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