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발 여파 여전…국내 승마여건은 어려워

경쟁국 일본·아랍은 나날이 투자의 폭 넓혀가…한국승마 새 출발 필요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6회 대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을 목표로 세웠던 한국 선수단은 예상치 못한 일부 종목의 부진으로 당초 목표 달성이 힘들 것으로 비춰진다.

승마 종목의 성적 부진도 목표 미달에 영향을 끼쳤다. 30일 승마 전 종목의 경기 종료 결과, 한국승마는 마장마술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얻어 총 2개의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나름 선전해왔던 종합마술과 장애물에서는 연이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이는 1986년 한국승마가 아시안게임 참가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은1, 동1) 이후 2번째이다.

특히, 마장마술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친 점은 안타깝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종목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 아시아에서 마장마술 최강국의 위상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국내 마장마술의 간판인 황영식과 김동선이 빠진 가운데 한국 마장마술팀이 고군분투했지만 아쉽게도 일본에게 단체전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마장마술 개인전에서도 김혁 선수가 선전했으나 값 비싼 말을 앞세운 홍콩과 말레이시아 선수에게 밀려 동메달에 그쳐야만 했다.

지난 2014년 인천 대회만 하더라도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한국승마가 불과 4년 만에 급격히 추락한 것은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가 크다는 분석이다. 대내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대한승마협회 파행 사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회장의 공백으로 관리단체의 지정 위기에 까지 놓였기 때문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경쟁국들의 말 수준 향상이 대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승마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일본은 올림픽 수준의 라이더를 이번 대회에 파견해 예비 시험무대로 삼고 있으며, 금메달 3개·은메달 1개 등 좋은 성적을 냈다. 국내와는 달리 스폰서 문화에 인색하지 않은 일본 승마는 국제승마에 발맞춰 좋은 말을 출전시키고 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오일머니를 앞세워 장애물 종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온 아랍 국가들은 당초 예상대로 장애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장애물 단체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했으며, 일본과 카타르가 뒤를 이었다. 개인전에서는 쿠웨이트의 ‘알리 알 코라피(ALI ALKHORAFI)’가 우승을 차지했다. 알리와 호흡을 맞춘 출전마 ‘체릴(Cheril)’은 CSI4*에 출전해 상위에 랭크될 만큼 우수한 말이다. 아울러, 아랍 국가 출전 선수 대부분은 승마 선진 무대인 유럽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라이더들로 말 가격만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졌다.

짧은 준비 기간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만, 막막하기만 한 국내 승마 현실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이제는 ‘정유라’, ‘최순실’의 굴레를 벗어나 한국승마가 새롭게 출발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승마는 마장마술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얻어 총 2개의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나름 선전해왔던 종합마술과 장애물에서는 연이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이는 1986년 한국승마가 아시안게임 참가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은1, 동1) 이후 2번째이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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