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제6대 부산경남마주협회장, 서광목장 대표

“말관리사 고용 안정 문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관리사 공동 고용하면 유일한 투자자인 마주 손실을 초래해 투자 위축 등 악순환 초래할 것”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이하 부경 경마장)의 관리사 고용 체계를 개별 고용 체계에서 조교사협회 공동 고용 체계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경마 관계자들과 마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간 선진 경마 구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국경마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헌신, 노력해 왔던 부경 경마장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교사가 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체계는 경마를 시행하는 모든 나라에서 보편적이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고용 형태다.

경마의 핵심은 박진감과 경쟁성이기 때문에 관리사 등 말산업 관계자는 힘을 합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경주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서울 경마장의 관리사 고용 체계를 바라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경마장 관리사 고용 방식은 시간을 때우고 보자는 식의 근무 방식으로 후퇴했다. 조기 출근을 했는데 1주일에 52시간이 초과해 서울조교사협회는 벌금 50억 원을 추징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1주일에 52시간을 기준으로 초과 근무(over time)를 피하고자 월·화 근무자들은 오전 10:30에 조기 퇴근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승해야만 생존하는 치열한 경쟁 구조가 깨지고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공장의 근무 형태로 변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같이 무더운 혹서기에 관리사들이 7시에 퇴근하면 열대야 현상이 고조되는 7시에서 10시 사이에 조교사들이 말 관리를 하는 실정이다.

말관리사는 살아 있는 생물인 말을 다루는 직업이다. 말은 예민해 몸 상태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심한 훈련과 좁은 마방 생활로 스트레스와 질병이 자주 발생하고, 관리가 조금만 소홀하면 질병이 확대돼 경주마로서 치명적이다.

조교사가 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조교 인력은 항상 부족해 말을 제대로 훈련하기가 어렵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가의 말을 구입해 투자한 마주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력과 호봉 수만 올라가면 월급이 자동으로 인상되기 때문에 나이 많은 관리사는 힘들게 말을 타서 훈련하지 않더라도 월급은 더 챙겨가는 구조다. 공무원 사회의 폐습인 연공서열이 경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 K 조교사 말에 따르면, 월요일 같은 경우 ‘주 52시간 근무’에 걸려 아침 조교 인력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관리사 수가 더 필요하지만, 500명을 초과하면 대기업 취급을 받아 시설 보안과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므로 관리사 인원이 초과하지 않도록 497명으로 맞춰 가용 인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 피해 또한 마주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인사권 자체가 조교사에게 없다 보니 외형상 말뿐인 개인 사업자이지 공동 사업자다. 사업주인 조교사가 직원 채용을 못 하기 때문에 인력 관리가 비효율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치열한 우승열패의 세계인 선진 경마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마사회는 정치권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 S 조교사 말에 의하면, 말 관리 사업장에 노조가 결성돼 관리사들은 천국이고 주 52시간 근무 시간에 구속돼 말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말을 맡긴 마주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서울 B 조교사는 부경경마본부에서 여러 제재를 동원해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조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강압적으로 조교사들을 조교사협회에 가입시켜 협회 고용을 강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마사회 소속 조교사들이라면 몰라도 개인 사업자인 조교사에게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장 생산직 근무자라면 몰라도 살아 있는 생물의 관리에 시간을 맞춘다는 건 모순덩어리다. 저녁 7시 이후부터 아침 6시까지 관리사가 없으니 말들이 열대야로 갈증이 나도 물을 먹을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7시 이후 말이 사고를 당하면 마주들의 책임과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부경 경마장에서 발생한 말관리사 고용 안정 문제는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지만 선진 경마를 훼손하고 경쟁성 저하와 자유와 경쟁 시장을 왜곡하는 관리사 공동 고용 체계는 유일한 투자자인 마주들의 손실을 초래해 우수 경주마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후진 경마로 추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 김경태 제6대 부산경남마주협회장, 서광목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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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교열=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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