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

김경태 제6대 부산경남마주협회장이 <말산업저널> 10월 10일 자에 기고한 ‘경마 말관리사 공동 고용 체계가 마주에게 미칠 영향’이라는 글을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혔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한 심정이었을 게다. 지금은 부끄러움과 씁쓸함만 남는다.

마주란 어떤 계층인가? 경마를 담당하는 주체 중 가장 상위 계층에 있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분들로 일정 자격 조건을 갖추고 심사를 통과해야만 마주라는 신분을 얻게 된다. 그런 분들 중 협회장까지 당선되신 분이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 정부의 정책이 어떠한지조차 알지 못한 듯한 생각을 하시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였는 것에 대단히 실망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더욱이 상당수의 마주분들 또한 별도의 기업을 운영하고 계실 터인데 그분들의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어떻게 치부되는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주52 근무제를 포함한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권리에 앞서 최소한으로 지켜져야 할 마지노선이고, 이번 정부에서 그동안 행정해석으로 법이 잘못 집행되는 것을 바로 잡은 조치이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해서 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임금삭감을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조합이 요구했다는 것인가?

더욱이 김경태 협회장님의 글 중 상당 부분은 잘못된 내용이거나 떠도는 소문, 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사실 확인을 위해 조금만 노력했더라도 도저히 이런 글이 나올 수는 없다.

“서울 경마장 관리사 고용 방식은 시간을 때우고 보자는 식의 근무 방식으로 후퇴했다. 조기 출근을 했는데 1주일에 52시간이 초과해 서울조교사협회는 벌금 50억 원을 추징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벌금 50억 원 추징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 11월 8일부터 열흘간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의해 통상임금과 조조출근에 따른 시간외근로수당 미지급 등 체불임금 규모가 그렇다는 것이고 이 부분도 작년 1월~10월에 발생한 것으로 52시간 근무와는 전혀 무관하다.

또한 “1주일에 52시간을 기준으로 초과 근무(over time)를 피하고자 월·화 근무자들은 오전 10:30에 조기 퇴근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법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노사가 합의해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게 왜 웃지 못할 일이란 말인가? 주중 1회 대체휴무는 52시간 근무제 이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제도이며 노동조합은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위해서는 월·화 근무자 주중 1일 휴무를 요구했지만 인력충원이 필요한 조치로 불가피하게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반대하지만 52시간 근무와 관련 탄력근무제, 선택근무제, 유연근무제는 법적으로 시행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노동조합이 백번 양보해 이렇게라도 보완책을 마련해 말 관리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사의 노력이 왜 웃지 못할 일인가?

“특히 올여름같이 무더운 혹서기에 관리사들이 7시에 퇴근하면 열대야 현상이 고조되는 7시에서 10시 사이에 조교사들이 말 관리를 하는 실정이다.”

마필관리사도 어차피 경마를 해야 그 결과로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노동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마가 발생하거나 비상시에는 근무시간에 개의치 않고 마필을 보살핀다. 이번 폭염에도 마찬가지이다. 노사합의사항에는 오후 7시까지로 당직근무를 제한(심야당직을 없앤 것 또한 2012년 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조치이고 후속조치로 관리사 인건비로 야간순찰자를 운영하고 있다)하고 있지만 당직자들 스스로가 늦게까지 물 달아주고 말을 살피는 일을 했다는 점은 왜 다루지 않는지 모르겠다. 반대로 사상 유례없는 이 폭염에 사람인, 마필관리사들의 안전과 건강을 걱정하는 시행체 직원, 마주들, 조교사들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어쩌면 사람보다 말이 우선인 경마장에서 무리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조교사가 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조교 인력은 항상 부족해 말을 제대로 훈련하기가 어렵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가의 말을 구입해 투자한 마주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협회 고용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조교인력이나 사양, 보건관리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인원을 배치함으로써 효율적인 마방운영이 가능하다. 더욱이 조교사 개별고용은 조교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의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수시로 입·퇴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도 커진다.

경력과 호봉 수만 올라가면 월급이 자동으로 인상되기 때문에 나이 많은 관리사는 힘들게 말을 타서 훈련하지 않더라도 월급은 더 챙겨가는 구조다. 공무원 사회의 폐습인 연공서열이 경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은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그분들이 젊은 나이에 경마장에 들어와 수없이 말에서 떨어지고 채이고, 밟히고 뚝섬 시절부터 그렇게 우리 경마역사 70여 년을 만들어 왔다. 말을 타서 훈련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 경력자들이 전부 말을 안 타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다 그만한 대우를 받을만하고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 차원의 합당한 조치이다.

“서울 K 조교사 말에 따르면, 월요일 같은 경우 주 52시간 근무’에 걸려 아침 조교 인력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참으로 웃픈 표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 고위층에 계신 분이 ‘하.나.도 없.는’ 이라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쓰셨다는 게 참 씁쓸하다. 정확히 말하면 노사합의에 의해 월요일 격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사 절반 인원은 출근해 조교를 포함한 마필관리 업무를 한다. 오히려 조교담당자들이 제대로 휴무를 지키지 못한다는 볼맨 소리가 들려온 지 한참이다. 조교인력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면 매주 월요일 300~400두의 조교는 누가 했단 밀인가?

관리사 수가 더 필요하지만, 500명을 초과하면 대기업 취급을 받아 시설 보안과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므로 관리사 인원이 초과하지 않도록 497명으로 맞춰 가용 인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 피해 또한 마주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노동조합과 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는 주52시간 시행과 관련해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마사회와 마주협회가 인력충원을 안되고 현행 인원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방안을 만들라고 했다. 정부정책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신규인력을 채용하라는 것이었고 노사도 공감했지만 시행체와 마주협회가 반대했다. 마주들의 재산인 경주마 관리가 소홀해져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인사권 자체가 조교사에게 없다 보니 외형상 말뿐인 개인 사업자이지 공동 사업자다. 사업주인 조교사가 직원 채용을 못 하기 때문에 인력 관리가 비효율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치열한 우승열패의 세계인 선진 경마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마는 ‘馬七人三’이다. 결국 혈통이 우선이고 마필관리사는 개별 경주마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데 역할이 있다. 소위 말하는 똥말을 서울의 18조에, 부경의 19조의 관리사들이 관리한다고 그랑프리에서 우승하지는 못한다.

작년 마사회와 양대 노총, 외부 전문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회가 참여한 ‘말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협의체’가 운영되었고 그 자리에서도 마필관리사의 집단고용을 우려하는 마주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들었고 무슨 염려를 하는 지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마주들의 입장을 각인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마치 협회고용인 서울의 마필관리사들은 일을 안해도 월급 따박따박 받고, 때 되면 퇴근하는 나태한 집단으로 묘사하는 부경마주협회장님의 시각과 생각에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말씀하신대로 부경 경마장에서 발생한 말관리사 고용 안정 문제는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지만 “선진 경마를 훼손하고 경쟁성 저하와 자유와 경쟁 시장을 왜곡하는 관리사 공동 고용 체계는 유일한 투자자인 마주들의 손실을 초래해 우수 경주마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후진 경마로 추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라는 편향적인 생각과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長으로써의 역할과 책임 또한 담겨 있어야 한다.

신동원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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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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