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개발팀장

필자는 10여 년 간 경주마 개량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실용화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 동안의 연구결과 및 사업결과로 국내산 경주마의 수출가능성을 입증하고 수출방안을 제시하겠다.

먼저 경마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연구결과물인 DNA정보 기반 종축 선발 및 교배프로그램인 “K-Nicks”에 대해 소개하겠다. 다음으로 K-Nicks라는 경주마 선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미국에서 망아지를 구입하여 경주에 출전시킨 해외종축개발사업 결과를 말하겠다. 마지막으로 경주마개량 가속화 및 수출방안을 제시하겠다.


1. 경마산업 현황
국내에는 3개의 경마장이 있다. 그 중 렛츠런파크 서울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두 곳은 서러브레드(thoroughbred)‘란 품종을 이용하여 경주를 하고 있다. 렛츠런파크 제주는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로 경마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마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7위의 경마시행국이며, 경주 상금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주마로 사용하는 서러브레드는 17세기에 정립된 품종으로 300년 간 엄격한 혈통관리로 개량되었다. 서러브레드는 모든 말 품종 중에서 1000m에서 3000m까지를 가장 빨리 뛴다. 국제혈통서위원회(ISBC)에서 각 국의 혈통등록체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다.

세계 각국이 동일한 등록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국내산마의 수출이 가능하다. 타 가축, 타 품종과의 차이는 종마사업보호를 위해 인공수정을 엄격히 금한다는 것이다.

우수 종마의 부가가치는 매우 높다. 미국의 ‘Tapit’이란 씨수말은 연 500억 원의 교배료 수익을 올리고 있고, ‘Uncle Mo’라는 젊은 씨수말은 말 가격이 2,700억 원에 달한다는 기사가 미국 경마지에 게재된 적도 있다. 국내 챔피언 씨수말인 ‘메니피’는 말가격이 1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국내에는 씨수말 110두, 씨암말 2,500두가 있으며, 한 해 1,400두의 말을 생산하고 있다. 경주마는 약 3,000두로 국내산마 비율이 80%정도이고, 수입마가 20%이다.



▲미국 씨수말 ‘엉클모(Uncle Mo). 1세 경매가는 $220,000 (‘09. 킨랜드 9월 세일).

국내 경주마 육성 및 훈련시설은 대부분 마사회의 제주목장과 장수목장에 설치되어 있다. 마사회는 씨수말 12두로 생산농가 교배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연 50두의 육성마를 농가로부터 매입 훈련시키면서, 조련기술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훈련주로는 마사회 제주목장에 2개, 장수목장에 2개가 있다. 각 목장에는 민간육성조련사가 있어, 마사회 시설을 이용하여 매년 육성마 800여 두를 경주마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목장은 씨암말 2500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86%가 제주도에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훈련주로는 두 곳에 불과하다. 하드웨어적인 생산육성인프라는 경마선진국 대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국가 경주마생산 비교.

미국은 경주마 생산두수 세계 1위국으로 매년 21,000두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에 있어서는 켄터키와 겨울철 조련할 수 있는 플로리다에 육성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일본은 한 해 7,000두를 생산하고 있으며, 광활한 초지가 있는 북해도에서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샤다이팜 등 대규모 목장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소규모의 목장이 제주도에 산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번식마 및 경주마는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경주마생산국답게 시장이 매우 크다. 매년 교배료 총액이 5,000억 원이 되며, 경매에서 매각되는 말의 낙찰 총액이 1조원에 달한다.

국내산마의 국제적 수준은 중위권에 해당됩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경주마의 수준이 향상되어 2016년 국제 경마산업평가에서 Part III에서 Part II로 승격했다.

2017년 두바이월드컵 경주 출전 결과를 보면, 국내산 최고마인 ‘트리플나인’과 세계 최고마인 ‘Arrogate’의 2000m 주파기록 차이는 약 3초입니다.

국내산마의 능력 측정을 위해 2008년부터 미국에 경주마를 보냈다. 2008년에는 미국 경주에서 최하위를 하였지만 2017년에 보낸 국내산마 ‘뉴레전드(부마 메니피)’는 미국 최상위권 신마경주에서 연속 3위를 하며 경쟁력을 보여줬다.

최근 5년간 2,200두가 주로 미국에서 수입됐다. 매년 200억 원의 말 수입비가 발생하고 있다. 매년 경주마 300두, 번식마 150두가 주로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반면 수출실적은 5두로 매우 저조하다.


▲경주마 수출입 현황.

1991년 이후 14년 만인 2005년 국내산마 자급률 목표인 75%를 달성했다. 2000년 중반 이후 국산 경주마의 질적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 20∼40억 원의 씨수말을 1∼2두씩 도입하여, 경주마의 혈통을 개량했다.

2005년 장수목장을 개설하여 경주마의 육성인프라를 강화했다. 또한, 경주마생산육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했다. 2008년부터 산학협력으로 경주마 유전적개량 연구를 시작하여 연구결과를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국내산마는 매우 빠르게 개량되고 있다. 매년 0.15초씩 주파기록이 빨라지고 있으며 23년간 평균 3.4초를 단축했다.



▲국내 챔피언 씨수말 ‘메니피(Menifee)’. 1세 경매가는 $35,000 (‘97. 킨랜드 9월 세일).

2. 경주마 개량 연구 및 실용화

말의 유전능력을 추정하는 것을 ‘유전능력평가’라고 한다.

DNA정보를 이용하기 전에는 경주성적과 혈통데이터를 이용하여 경주마의 유전능력을 추정했다. 주파기록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인 요소를 제거한 후부모와 자식 간의 경주능력의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유전능력을 추정한다.

후대에 물려주는 유전능력을 “육종가(Breeding Value)”라고 한다. 우수한 종마는 당연히 육종가가 높다. 반대로 육종가가 우수한 말이 나중에 우수한 종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유전정보는 DNA를 통해 후대에 전달된다. 모든 유전 정보를 가진 DNA전체를 ‘유전체’라고 한다.

DNA는 A, T, G, C라고 하는 4종류의 염기 사슬로 구성된다. 개체 간 대부분의 DNA는 동일하지만, 1000개당 한 개꼴로 달라진다. 여기서 개체 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측정할 수 있으면 우수한 경주마를 어렸을 때 식별할 수 있다.

‘GG’라는 유전자형을 가진 경주마가 ‘AA’형 말보다 잘 뛰었다면, 앞으로 ‘GG’유전자형을 가진 말을 선발하면 된다. 경주능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다수가 있을 것이고, 그 유전자를 알아내서 합산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DNA정보를 이용하여 ‘종축’을 선발하는 것을 ‘유전체선발’이라고 한다.

유전체선발 하려면 먼저 경주마의 모근을 채취한다. 모근에서 DNA를 추출한 후 DNA칩을 이용하여 유전자형을 알아낸다. 유전자형과 경주성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이것을 참조집단이라고 한다.

이 참조집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주성적과 유전자형 간의 상관관계가 정확할 것이다. 현재 약 3,700두의 참조집단을 구축했으며 지속 확대하고 있다.

유전체 선발은 말의 DNA정보와 경주성적 간의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함수를 만들고, 여기에 어린 말의 유전자형을 대입하여 나온 값인 ‘유전체육종가’를 선발에 이용하는 것이다.


유전체 선발 절차는 다음과 같다.


▲유전체선발 절차.

먼저 경주성적이 있는 말의 유전자형으로 참조집단을 구축한다.

참조집단에서 유전체선발모형을 만든다. 망아지의 유전자형을 그 모형에 대입하면, 유전체육종가가 산출된다. 유전체육종가가 우수한 개체를 종축으로 선발한다.

경주능력에 유리한 유전자형을 2로 불리한 유전자형은 0으로, 중간형은 1로 입력한다. 중요한 유전자형은 가중치가 크다. 각각의 유전자형에 가중치를 곱한 값을 합산하면 유전체육종가가 산출된다.

경주마 개량 연구 결과, 만든 프로그램이 ‘K-Nicks’이다.

‘우수 말을 계속 생산하는 교배 조합’을 뜻하는 ‘닉스(Nicks)’에 ‘K(Korea)’를 붙인 것이다.

케이닉스는 말혈통정보 홈페이지(studbook.kra.co.kr)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우수 말을 식별할 수 있고 최적의 짝을 찾을 수 있다.

씨암말의 마명을 입력하고 씨수말을 체크한 후 조회한다. 종합등급이 가장 높은 씨수말을 선택한다. 태어날 말의 근친정도, 체고(키), 스피드도 확인할 수 있다.

K-Nicks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정보를 이용하여 정확도를 높인 프로그램으로 특허가 4건 등록됐다. 말의 유전 정보를 이용하면 태어날 망아지의 적성, 경주능력, 체중, 키, 털색을 디자인할 수 있다.

앞으로 심장 및 폐의 크기, 굽의 크기, 관골의 굵기, 유전질환발생률 등도 예측 가능하며, 대상경주에서 우승할 확률도 계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 글은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개발팀장이 2018년 2월 21일 개최된 ‘국내산 경주마 생산 선진화 및 국제화 방안’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본지는 저자의 동의를 얻어 원고를 소개합니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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