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주마들이 드디어 해외로 진출하여 외국의 마필들과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한국마사회(회장 이우재)가 지난 21일(수) ‘한국경주마의 해외원정계획’을 발표했다. 동 계획에 따르면 마사회는 오는 5월 28일(수)부터 6월 1일(일)까지 마주들의 원정신청을 받아 최고의 마필 2두(예비마 2두)를 선정, 7월경부터 미국 동부지역 경마장에서 개최되는 경마대회 및 일반경주에 출주시킨다. 신청조건은 국산마 1~2군 중 상금순위 상위마필에 한하며, 연령은 3세부터 7세까지로 제한되는 반면, 성별의 제한은 없다.

마사회가 출주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미국 현지 경마장은 대부분 미국 전역에 동시중계를 하기 때문에 최소 수십만 명이 한국경주마의 출전경주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사회는 기수들이 입을 복색에 태극문양이 들어가 해외원정은 국가 인지도를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원정대상국을 미국으로 결정한 것은 검역조건과 출전환경 때문이라고 밝힌다. 호주, 뉴질랜드, 두바이, 일본, 유럽 등은 경주마의 검역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현 상태에서 출주가 불가능하지만 미국은 일반마필과 경주마의 검역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검역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애초부터 해외원정국 1순위로 꼽혔다.

경마전략팀 정태인 과장은 “원정국 선정은 검역조건과 경마장 주로, 출전가능 경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며 “앞으로는 검역문제가 해결되면 두바이로 원정을 가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사회는 해외원정에 참여하는 마주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원정마로 선정되면 장기간 국내경주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우수마의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검역과 수송비용, 현지 위탁관리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매월 천만원가량의 장려금과 경마대회 입상시 상금과 별도로 인센티브를 지급키로 했다.

첫 해외원정 대상국가인 미국의 경마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로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전국의 경마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구가 없다. 각 주 별로 각각의 경마시행규정이 있으며, 시행 방법도 주마다 다르다. 경주의 수준도 경마장별로 제각각이어서, 미국의 경주마들은 수준이 낮은 경마장에서 뛰다가 능력을 인정받으면 점차 높은 수준의 경마장으로 옮겨가게 된다. 반대로 아무리 뛰어난 경주마라도 실전에서 성적이 저조하면 점점 상금이 적은 경마장을 찾아 출전해야 한다. 철저한 경쟁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섭서디’도 점점 낮은 경마장으로 이동하다가 필라델피아경마장에서 클레이밍레이스를 통해 한국 땅을 밟게 된 과정이 있다.

워낙 경마산업의 규모가 방대하고 경주마들의 숫자도 많다보니(연간 40,000두의 경주마 생산)상위 경주마들의 능력은 한국의 경주마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켄터키더비나 브리더스컵에 내보내고 싶지만 첫 술에 배부를까. KRA는 첫 해외원정에서는 상금 3만~5만 달러 수준의 경주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마산업은 120여 국가가 ‘서러브레드’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는 글로벌산업이다. 경마를 시행하는 한 국가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86년 우리나라 경마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경주마가 미국경마에 참여하는 길을 뚫고 있다. 86년이라는 잔인한 세월이 흐른 후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이렇게라도 해서 국위를 선양한다면 국내에서의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어떤 경주마가 선정될지 모르지만 선전을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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