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칼럼] 장제사협회 통합이 시사하는 점
[말산업 칼럼] 장제사협회 통합이 시사하는 점
  • 이용준
    이용준 webmaster@horsebiz.co.kr
  • 승인 2018.12.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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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협회 아우르고 ‘아래로부터’ 정책 수립 위한 통합 협회 발족해야
말산업 가운데 가장 낯설고 이색적인 분야는 사실 귀족 스포츠라는 승마도, 도박이란 멍에를 쓴 경마도 아니다. 말에 편자를 댄다는 장제(裝蹄), 쉽게 말하면 말의 신발 역할을 하는 말발굽을 만드는 분야다.

장제를 전문으로 하는 말발굽 기술자를 일컬어 장제사라고 하는데 국내에는 70여 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국가 공인 자격으로 1급 장제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특별한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뜨거운 용광로 옆에서 긴 쇠막대를 녹이고 망치로 두들겨 편자를 만들고 못질하는 그들은 거칠 것 없는, 투박한 ‘상남자’ 그 자체다. 온몸의 에너지를 편자에 담아내는 열정은 그들이 흘리는 땀, 온통 근육질뿐인 팔뚝, 도제식 교육으로 맺어진 의리로 분출된다고 할까.

세간에는 ‘억대 연봉’ 등 화려한 모습만 알려졌지만, 사비를 들여 행사 지원을 나가는가 하면 전국 곳곳 현장을 누비며 가장 밑바닥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한다. 말 운동기 질환 가운데 7~80%가 말발굽과 관련 있어 장제사들의 일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처럼 우리에겐 낯설지만, 말산업 선진국에서는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는 속담이 늘 회자되듯 장제는 말산업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분야다. 특히 편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액자, 액세서리 등 부가산업 창출에도 일조하고 있다.

과거 장제사들은 한국마사회 교육 및 자격생들과 외부 또는 승마장 중심의 민간으로 나눠져 활동했다. 협회도 한국장제사협회와 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현 사단법인 한국장제사협회)로 이원화돼 서로를 견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한솥밥’을 먹는 이들은 그간 전국챔피언장제사대회 및 관련 협회들과 업무 협약, 해외 선진 교육 및 합동 보수 교육 등으로 꾸준히 교류했고 결국 2018년 11월 29일, 양 단체의 역사적인 통합을 이뤄냈다. 명실공이 이제는 장제사를 대표할 단일 협회가 출범한 것이다.

통합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동수 (사)한국장제사협회장은 장제사들 가운데 최고참 선배로 유럽과 일본 등 말산업 선진국에서 유학했으며 아시안게임 대표 장제사, 대학 교수를 역임하는 등 이 분야 최고 현장 전문가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오래전부터 후학 양성과 협회간 교류를 꾸준히 주창했으며, 장제사와 관련한 칼럼을 직접 연재하면서 말산업 홍보에도 앞장섰다. 장제사들의 통합 열망이 가장 주요했겠지만, 어려웠던 지난 상황에서도 핵심 리더인 김동수 회장의 남다른 인식,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양 단체의 통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제사협회의 통합은 각자도생의 길만 걸었던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반목하고 갈등했음에도 말산업 발전이라는 진정성과 대의를 품고,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놓지 않고 꾸준히 한길만 걸으며 희생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기적과 같은 통합을 이뤄냈다는 사실은 자신만이 최고며 자칭 전문가라는 우리 자화상을 다시금 반성하게 한다. 특히 민간이 중심이 돼 협회를 재구성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만 않다고 증명된 건 정부와 한국마사회의 ‘위로부터의’ 정책 수립 대신 이제 현장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할 때가 우리에게도 도래했고, 민간과 현장이 주인이 된 통합 협회 발족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 반갑기까지 하다.

발은 생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신체 부위다. “발을 닦아준다”는 행위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진중한 의사 표현이자 회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박지성, 김연아, 강수진의 발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내와 노력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말에게도 발은 중요하다. 하지만 말은 자기 발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다. 말을 그저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관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말의 신발을 신기는 사람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한 장제사 그들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 이번 주부터 말산업 칼럼 필진으로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가 합류합니다. 칼럼이라고 딱딱한 정책 이야기, ‘꼰대식’ 주장과 평가만 다루지 않습니다. 현장 중심의 말과 사람 이야기도 다루고, 말산업 전문 언론의 자화상이 담긴 일종의 기자 수첩, 뒷이야기도 담아냅니다. 특히 글과 책을 ‘못 읽고’ 사진과 영상을 ‘보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현장가 및 종사자들에게 통찰과 아이디어도 던지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말산업 정책이 근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수립될 수 있도록 이슈 파이팅을 전개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승마와 경마, 말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문화, 예술과 접목한 쉽고 재미있는 칼럼으로 독자들께도 다가가고자 합니다. 제보 및 문의(cromlee21@krj.co.kr)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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