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부산경마장은 한국마사회가 일괄 구매하여 마주들에게 재분양하는 외국산 경주마 구매방식을 바꿔 2008년부터 개별구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2008년인 올해 들어서도 마사회가 경주마를 직접 사들여 부산경마장에서 재분양하는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경마산업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로 발전해간다.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단계에서부터 실전 투입 그리고 다시 생산에 투입되는 순환사이클의 전 과정에서 경쟁력이 그 생명으로 자리하고 있다. 때로 경쟁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나친 경쟁령의 강화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하여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을 양산시키고 이들이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고 또한 불평불만 세력이 되어 안정을 헤치기 십상이다. 그렇더라도 300년이 넘는 현대 경마의 역사를 살펴볼 때 경쟁이 없이는 성공을 할 수 없었다. 경마산업이 발전된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경쟁 정책이 구사되고 있다. 특히 경마산업은 ‘서러브레드’(Throughbred)라는 단일 혈통의 마필로 이루어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와의 경쟁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가 오늘날 세계의 허브도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의 시발은 경마로부터 비롯되었다. 왕족인 막툼가에서 오일달러를 등에 업고 세계의 유명 경주마들을 사들이고 세계 최고 상금을 내건 ‘두바이 월드컵 경마대회’를 창설하면서 사막 도시를 일약 세계의 중심 도시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마 86년의 역사를 살펴볼 때 지금까지도 곳곳에 소위 ‘계획경마’로 미화할 수 있는 공산주의식 나눠먹기 제도와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경마를 시행하던 완벽한 공산주의식 경마는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이번주 수요일(28일)에는 부산경마장에서 한국마사회가 일괄적으로 구매한 경주마에 대한 재경매가 있었다. 당초 한국마사회는 경마산업발전을 위한 중장기계획에서 2008년부터는 부산경마장도 개별구매를 허용하기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계획은 흐지부지 되고 ‘일괄구매 재분양’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울경마장의 마주제 초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경매에서는 지난해 경매보다 4백만원이나 비싼 경매신청료 2천7백만원을 받았으며 23명의 마주가 경매신청료를 내고도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매에 참여하지 못한 마주의 상황을 개인사정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경매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은 기회박탈일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절대적인 신청자의 수는 예년보다 많아 한국마사회는 안정된 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부산경마장의 경주마분양방식이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이번에 분양된 경주마들이 모두 미국산마라는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주마들보다 미국 경주마들이 한국의 경마장 즉 서울과 부산을 가리지 않고 더 잘달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주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산을 선호하게 되고 그것이 성공적인 경매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호주나 뉴질랜드 또는 일본산을 들여왔을 때 경매참여가 저조하게 되면 남는 경주마에 대한 책임은 한국마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어떤 경주마를 선택하든 그것은 마주의 고유 권한이다. 나눠주기 식의 제도는 언제가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경마장도 하루속히 외국산 개별구매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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