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지만,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

매해 말이면 언론 기관이나 주요 단체들은 10대 뉴스와 분야별 부문 대상을 선정, 발표한다. 해당 기관이나 단체의 공신력에 따라 선정된 뉴스와 상(賞)이 주는 무게는 천차만별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말산업 전문 언론 기관인 레이싱미디어(대표 김문영)는 올해 10대 뉴스로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 발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취임 △제37회 아시아경마회의 성료 △세계재활승마 총회 국내 유치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논란 △‘닉스고’ 미국 브리더즈컵 활약 △‘트리플나인’ 대통령배 4연패 및 그랑프리 석권 소식 등을 선정했다. 추가하자면, 12월 21일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말산업 육성 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를 통과시킨 뉴스도 포함할 수 있겠다. 또한 본사는 2019년 1월 중 20여 개 부문에 이르는 제21회 말산업대상(大賞) 수상자도 설문과 심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회자되는 건 <교수신문>이 그해 핵심 화두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는 것일 게다. 교수신문은 올해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됐다.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임중도원’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내걸고 다양한 개혁 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진통을 겪는 현재를 드러냈다. 2위로 선정된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만 가뜩 끼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나 3위 공재불사(功在不舍. 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도 같은 맥락이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해 주요 단체와 협회, 기관마다 보내주는 신년사에서도 같은 기대, 구호가 반복된다. “과감하게 썩어가는 부분을 도려내면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전부터 어려움은 계속됐는데 현 시점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과도기적인 어려움을 분석해 잘 넘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등등….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의 시, ‘그날’의 마지막 구절이 생각난다. 분명 우리의 현재는 무겁고, 미래는 멀다. 저항 세력은 끝까지 자신이 적폐인지 모른 채 정권이 바뀌면 다시 득세할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대국민 인식 개선 등 수십 년째 반복하는 공염불은 2019년도에도 메아리칠 것이다. 현장 어려움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고착된 사고방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위기는 잘못된 방향에서 오는 고통에서 연유한다”는 광야의 외침도 묻힐 것이다.

어찌해야 하나. 답은 뻔하다. 옳은 방향으로 유턴해 짐을 나눠지고 함께 걸어야 한다. 결과도 뻔하다. 전담기관, 협회, 유관단체 등등 누구도 먼저 선뜻 첫 걸음을 떼지 않을 것이다. 아래로부터, 현장으로부터의 혁신을 이룩할 정도로 우리는 성숙하지 않다.

식자인 척하는 건 싫지만, 기왕 사자성어 하는 김에 마부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말을 소개할까 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발전을 위해 정진한다는 뜻으로 공격할 때는 적이 손 쓸 틈 없이 재빠르게, 말발굽을 멈추지 않고 사지로 몰아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현장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해야 할 우리의 자세, 각오를 담은 말산업계의 올해 사자성어랄까.

요즘 농업계에서는 청년농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정부도 올해 처음으로 청년농 1,600명을 선발해 정착 지원금, 창업 자금 등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도 1,600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최근 말산업계에도 청년들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고향 시골에서 직접 마방을 짓고, 애마와 함께하는 밝고 건강한 모습을 SNS에 담아낸다. 활력 있고 밝게 웃는 모습들에서 미래 청사진을 보고 있다. 무거운 짐 때문에 선배들은 길 위에서 절망했지만, 후배들은 달라지기를. 새해에는 부디 다른 길을 향해 ‘마부정제’의 자세로 경주하기를.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말산업 칼럼 필진으로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가 합류합니다. 현장 중심의 말과 사람 이야기도 다루고, 말산업 전문 언론의 자화상을 담아 현장가 및 종사자들에게 통찰과 아이디어를 던집니다. 특히 국민이 승마와 경마, 말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문화, 예술과 접목한 쉽고 재미있는 칼럼으로 독자들께도 다가가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말산업 정책이 근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수립될 수 있도록 이슈 파이팅을 전개합니다. 제보 및 문의(cromlee21@krj.co.kr)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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