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 남반구(뉴질랜드, 호주) 경주마, 여름과 겨울 성적차 뚜렷
- 북반구 마필은 계절별 성적 상관관계 적어

경마에는 ‘남반구에서 온 말들은 봄철에 강하다’는 속설이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온화한 기후를 가진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말들은 한국의 추운 겨운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봄이 오고 날씨가 풀리면 그제야 실력 발휘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변수들을 분석해야 하는 경마팬들에게 산지와 계절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다. 더군다나 마필의 생산지와 계절별 성적은 관계가 있는 것인지, 관계가 있다면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검증을 해 본 사례는 없다. 그래서 남반구에서 온 말이 봄철에 강하다는 것은 그저 그럴듯한 속설로만 전해져왔다. 사실 봄에 잘 뛰는 말은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잘 뛰기 때문에 경마팬들은 계절변수는 무시하는 것이 속 편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마필의 산지와 날씨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속설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반구와 북반구의 마필들은 계절별로 확연히 대비되는 경주 성적을 보였다. 마필의 산지와 계절에 따른 성적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무작위로 20두의 현역 외산마를 선정, 경주성적을 분석을 실시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수입된 마필 10두와 미국과 일본 등 북반구에서 수입된 마필 10두가 분석대상이었다. 데뷔 이후 전 경주성적을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 4계절로 나누어 평균착순을 냈는데, 분석결과 남반구 마필들은 추측한대로 겨울에 평균착순 4.8의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남반구 마필들이 가장 잘 달리는 계절은 봄이 아니라 여름이었다. 여름의 평균착순은 4.03, 봄의 평균착순은 4.54였다. 가을은 4.7로 겨울 다음으로 성적이 안 좋았다. 결국 남반구 마필들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반구 마필들은 이와는 반대로 추운 겨울에 평균 착순 4.67의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나머지 계절은 봄 4.86, 여름 4.86, 가을 4.9로 비슷한 성적을 냈다.
분석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반구 마필은 계절에 따른 성적의 기복이 심한 편이고, 북반구 마필은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겨울철 경주에서 남반구 마필에 베팅할 때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별 마필의 성적을 놓고 보면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띤다. 뉴질랜드산 ‘수퍼주니어’(외2, 수, 4세, 45조 김순근 조교사)처럼 여름철 3착, 겨울철 7.8착의 전형적인 남쪽나라 기질을 보여주는 마필이 있는가 하면, ‘가마동자’(외1, 거, 3세, 12조 서범석 조교사)처럼 여름(1착)에도 겨울(1.3착)에도 잘 달리는 마필도 있으며, ‘백전무패’(외1, 거, 3세, 8조 김춘근 조교사)처럼 봄(2.7착)이나 여름(2.3착)보다 겨울(1.3착)에 오히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돌연변이도 있기 때문이다. 북반구 마필도 마찬가지여서 ‘앵거스엠파이어’(외1, 수, 4세)처럼 여름(4.5착)보다 겨울(2착)에 잘 달리는 말이 있는가 하면 ‘강한군주’(외2, 수, 5세, 45조 김순근 조교사)처럼 오히려 더운 여름(1.8착)에 추운 겨울(7.2착)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북반구 마필도 있었다.
계절별 경주성적을 분석한 마사회 관계자는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어 일률적으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남반구 마필이 더운 날씨에서 잘 달린다는 속설은 맞다”고 말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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