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월드컵 경마대회, 3개월간 74개 경주·총상금 537억 원 여정 현재 진행 중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9 아시안컵 예선을 통과했다. 어제 1월 16일, 중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슈퍼스타 손흥민, 역대급 골 결정력으로 ‘빛의조’라는 별명을 얻은 황의조 선수를 앞세워 2:0으로 이기고 예선전 3승 전승으로 무난히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아시아 최대 축구 축제인 아시안컵을 보는 스포츠팬들은 방송을 보며 조금 의아했을 것이다. 아시아 인구는 45억 명으로 대륙 중 가장 많은데도 관중석은 많이 비었다. 우리는 밤잠 새우며 지켜보는 국민 스포츠인데, 정작 개최국은 축구에 관심이 없는 걸까.

41조 자산가인 ‘만수르’가 대변하듯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유국으로 GDP 4만7천 달러인 부유한 나라다. 풍요로운 땅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인데 1만4천 명을 수용하는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 등 8개 구장에서 열린 예선 경기 중 매진을 기록한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고, 심지어 1,839명이 관람한 경기도 있다고 한다.

반면 세계 최고 상금을 자랑하며 경마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두바이월드컵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수십만 명의 관중이 열광한다. 부러운 일이다. 두바이 외곽에 위치한 메이단 경마장에서 매년 1월부터 3월까지 열리는 두바이월드컵은 국제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원(F1)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최고의 스포츠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6년 창설한 두바이월드컵이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로 성장한 배경은 ‘홀스맨’인 두바이 국왕, 셰이크 모하메드(Sheik Mohammed)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하메드 국왕은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말을 탔고, 영국 케임브리지로 유학해 승마대회에 출전하고 경마의 매력에 빠졌다고. 현대 경마 종주국은 영국이지만 원조는 아랍, 자신의 고향임을 알게 된 모하메드 국왕은 귀국한 뒤 국가 명예를 높이기 위해 두바이월드컵을 창설하고 세계 최고 경마대회로 만들었다.


▲말들의 경주를 보려고 저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2022년까지 파트Ⅰ 진입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도 언젠가는 저런 날이 오지 않을까(사진= scrappinmom2three.blogspot.com 갈무리).

스토리와 자본, 감동이 있는 세계 최고 경마 월드컵 대회에 2년 만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마도 출전했다. 사진에서 보듯 2017년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선구자, ‘트리플나인’의 후배들로 ‘에이스코리아’, ‘돌콩’, ‘최고머니’, ‘부활의반석’ 등 총 4마리다. 예선(카니발, DWCC)과 준결승(슈퍼새터데이, SS), 결승(시리즈, DWC)으로 나눠 열리는 두바이 경마대회에서 이들의 1차 목표는 예선 통과. 2월 28일까지 54개 서러브레드 경주 예선이 열리는데 전 세계 17개국에서 온 202마리 경주마들과 자웅을 겨룬 뒤 준결승 전 출전을 위한 레이팅을 확보해야 한다.

아직 초반이지만 결과는 아쉽다. 가장 먼저 1월 3일 출전한 ‘에이스코리아’는 첫 경기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10일 출전한 ‘돌콩’도 9마리 중 6위에 그쳤다. 18일 새벽 2000m 장거리 잔디주로 경주에 출전한 ‘부활의반석’도 10마리 중 9위에 그쳤다. 이후 대한민국 국가대표마들은 2~3차례 추가로 예선전에 출전한다는 방침이다.

예선 경주 성적에 따라 다음 단계 출전권을 얻은 경주마는 3월 9일 준결승 ‘슈퍼 새터데이’에 출전하게 되며 준결승 활약 여부에 따라 3월 30일 열리는 결승전 ‘두바이 월드컵 시리즈’ 출전도 가능하다.

3개월간 총 74개 경주, 총상금 약 537억 원, 단일 경주 최다 상금(두바이 월드컵 135억 원)이니 그야말로 초호화 대회이자 전 세계인의 축제. 시행 1세기를 맞이하는 2022년까지 파트Ⅰ 도약을 목표로 하는 한국경마는 국제 경쟁력 확보 및 세계화를 위해 착실히 준비 중이다. 마주, 조교사, 관리사들은 단지 상금을 보고 도전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마의 혼과 명예, 발전 가능성 타진이 우선이기에 함께 기획, 준비했고 사비를 들여 먼 원정길을 떠났다.

이동에 따른 불편과 국내와 환경이 다른 잔디주로 경주, 거리별 적응, 레이팅 차이 등 각종 핸디캡을 안고도 우리가 도전하는 이유는 도박, 사행산업으로만 치부된 경마의 본질과 스포츠로서의 재미 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게다. 무모한 도전 같지만, 차범근, 박지성 같은 용감한 선구자들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은 A매치 6승 4무로 10경기 무패 행진을 달성하며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는 31년 만의 최다 무패 행진을 기록 중이다. 감독 하나 바꿨을 뿐인데 참 많이 변했다. 2014·2018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내고 히딩크 감독 선임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등 팬들을 실망시키며 스포츠계 적폐로 몰렸던 6개월 전과 딴판이다. 감독과 선수가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쳐 성과를 내니 관중석은 다시 꽉꽉 차고 있다.

대한민국 경마산업, 말산업도 이제는 정부와 전담기관, 협회 및 유관 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주인공인 팬(고객)과 말과 함께 중흥기를 맞이해야 할 때가 됐다. 당장은 실패해도,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뚜렷한 철학과 공동 목표 의식이 분명하면 시간은 우리 것이다. 리더도 중요하지만, 팬들의 관심도 절대적이다. 타지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위해 밤잠 지새우며 응원하고 격려하는 팬덤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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