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7천600만 원 그쳐···평균낙찰가·총낙찰액, 작년 절반 수준
부산마주, 경매 전면 보이콧···위탁생산 제한에 강경 대응
마사회 중재 요구 봇물···경매 통한 거래 활성화 필요성 대두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낙찰률 19.6%. 올해 열리는 첫 말 경매시장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낙찰률에서 여실히 볼 수 있듯 경매 분위기가 꽁꽁 얼다 못해 터져버리는 지경이었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 김창만)는 3월 19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소재 경주마 전용 경매장에서 ‘3월 경주마 제주 경매’를 열었다. 이번 경매는 역대 최저 낙찰률인 19.6%를 기록했으며, 현재 국내 경마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와 말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부진한 경매의 결과에는 부산 마주들의 경매 불참 보이콧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경주마생산자협회가 2월 열린 총회에서 마주들의 ‘위탁 생산’에 대해 제약을 걸자 이에 반발해 부산경남마주협회는 3월 제주 경매에 대한 대대적인 불참을 선언했다. 아울러, 계속되는 국내 불경기 여파가 구매층인 마주들의 지갑을 닫게 했다는 분석과 함께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의 외산마 우대 경주 편성이 국내 말 경매시장의 냉각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매에 참석한 한 경마 관계자는 “한국마사회가 올해 시행하는 경마계획을 보면 국산마 경주가 작년보다 줄어든 감이 없지 않다”며, “국산마 경주가 혼합경주로 바뀌면서 마주들이 굳이 국산마를 사지 않으려 하니 자연스럽게 국내 말 경매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장을 찾은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한국마사회는 국내산 경주마 자급률 75% 이상과 국내산마의 전체 수득 상금의 70% 이상을 목표로 다양한 진흥·우대 정책을 펼쳐왔다”며, “앞으로도 국내산마의 안정적인 유통 생산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말산업저널
▲이날 경매장을 찾은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한국마사회는 국내산 경주마 자급률 75% 이상과 국내산마의 전체 수득 상금의 70% 이상을 목표로 다양한 진흥·우대 정책을 펼쳐왔다”며, “앞으로도 국내산마의 안정적인 유통 생산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말산업저널

 

 

최고가 7천600만 원, 서울 박남성에게 마주 낙찰

평균낙찰가 3천 611만 원·총낙찰액 9억3천900만 원…작년 대비 절반 수준

가장 활기차야 할 올해 첫 경매임에도 최고가는 1억에 상당히 못 미치는 7천600만 원을 기록했다. 평균낙찰가 3천611만 원, 총 낙찰액 9억3천900만 원으로 작년과 동기간 대비 50~60% 수준에 그쳤다.

최고 몸값의 주인공은 모마 ‘스마티비곤’와 부마 ‘아치아치아치’의 자마(생산자: 김창만)로 최고가 7천600만 원에 서울의 박남성 마주에게 낙찰됐다. 부산 마주들의 불참으로 낙찰자 대부분은 서울마주였다. 26인의 낙찰자 중 22인이 서울 마주였으며, 부산마주 3인, 일반인 1인 등 낙찰자였다. 그동안 국내 말 경매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구매력을 보여 온 부산마주들이 불참이 가장 눈에 띄었다.

또한, 경매 과정에서 판매자인 생산자와 구매자인 마주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음을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 다수 연출됐다. 경매 전반에 걸쳐 호가가 예가에 약간 못 미쳐 유찰될 상황에는 경매사가 가격 조정 여부를 여러 차례 타진했지만, 양측의 강경한 태도로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났다.

한 경주마 생산농가 관계자는 “경주마를 키우는 데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데 비해 구매자들은 무조건 싼 가격에 구매하려고만 하니 매번 경매결과가 초라하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경주마 생산농가들은 생산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국산마 생산농가들이 살 수 있도록 한국마사회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최근 몇 년간 얼어붙은 말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경매 과정에서 판매자인 생산자와 구매자인 마주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음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 다수 연출됐다. 텅 비어 있는 경매장의 좌석. ⓒ말산업저널
▲최근 몇 년간 얼어붙은 말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경매 과정에서 판매자인 생산자와 구매자인 마주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음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 다수 연출됐다. 텅 비어 있는 경매장의 좌석. ⓒ말산업저널

 

국내 경주마 시장, 경매보다 개별거래 일반적

일반마주, 국내 경매보다 해외 경매 선호

경주마생산자협회는 본 경매에 집중시키기 위해 작년부터 재경매 미시행을 실시했지만, 현장에서는 경매장에 나온 경주마들을 두루 살펴보고 차후 개별 거래를 통해 구입하겠단 암묵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경매장을 찾은 이들의 숫자는 분명 평소보다 적지 않았다. 경매장을 찾은 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도 어느 때보다 빨리 소진됐고, 경매장 곳곳이 북적였다. 그럼에도 가장 낮은 낙찰률과 낙찰두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기형적인 한국 말 경매 시장의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외국에서는 경매를 통한 거래가 일반적인이지만 국내에서는 개별 거래나 이면 거래 등이 암암리 시행되고 있다.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이먼 조교사는 “대다수의 경마시행국에서는 경매를 통한 경주마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아울러, 해외 경매에는 80~90% 정도의 낙찰률을 보이는데 한국에서는 10~20% 수준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한국 말 경매보다는 상대적으로 투명한 외국 경매시장에서 구매하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관하는 다음 2세마 경매는 5월 14일에 열린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관한 ‘3월 경주마 제주 경매’는 역대 최저 낙찰률인 19.6%를 기록했다. 이번 경매는 현재 국내 경마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와 말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말산업저널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관한 ‘3월 경주마 제주 경매’는 역대 최저 낙찰률인 19.6%를 기록했다. 이번 경매는 현재 국내 경마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와 말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말산업저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