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마루 주막은 눈 속에 파묻힌 형국이었는데, 주막 안에 들어서 보니 8 명이나 되는 짐꾼들이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주막집의 부뚜막 벽에는 커다란 사발에 밥이 가득 담긴 그림이 흰 흙으로 그려져 있었다. 흰밥이나마 배불리 먹고 싶다는 소원을 그린 것이지 싶었다.

큰 밥사발에 흰밥이 설산처럼 높겨 담겨있는 부뚜막 그림. 부뚜막 그림으로 인하여 부엌 전체가 신전의 제단처럼 보인다. 부엌이 신전이라면 부엌에서 불과 물을 다루어 음식을 만드는 이는 사제다. 

 

아침 7시 조금 넘어서 준베시를 떠났는데 람주라라(해발 3530 미터) 마루턱에 도착한 시간은 1130분이었다. 자주 쉬었으며, 눈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느라고 4시간이나 걸렸다. 바람이 세차서 미칠듯 펄럭이던 타르초가 찢어지기도 했다. 그런 바람 속에 길게 늘어선 마네탑들은 이 고개가 라메찹 지역과 솔루 쿰부 지역의 경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고개 마루 주막은 눈 속에 파묻힌 형국이었는데, 안에 들어서서 보니 8 명이나 되는 짐꾼들이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주막집의 부뚜막 벽에는 커다란 사발에 밥이 가득 담긴 그림이 흰 흙으로 그려져 있었다. 밥이나마 배불리 먹고 싶다는 소원을 그렸지 싶었다. 이 날은 날이 좋아서 람주라라 상공에는 카트만두와 루클라를 잇는 비행기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며칠 동안 날씨가 안 좋아서 비행기가 못 뜨는 바람에 루클라 공항에는 많은 승객들이 몰려 있었던 것이다.

 

총누리에 의하면 4-5 년 전에 카트만두에서 루클라로 가던 비행기가 이곳 상공에서 추락하여 승무원 및 승객 15 명 전원이 사망했다. 기상이 비행 조건에 안 맞으면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데도 그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갑작스런 기상 변화가 원인이라고 했다.

 

 

람주라라의 주막. 현지인들은 이런 주막을 '셰르파 호텔'이라고 불렀다.  

 

 

람주라라에서 점심을 먹고 나자 1230 분이었다. 고개 마루에서 마을은 그리 멀지 않았으나 짐꾼들이 다니면서 다져놓은 눈길이 비좁고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한 무거운 짐을 진 짐꾼들이 맞은편에서 다가오면 한쪽으로 비켜 줘야했는데, 다져진 눈길 밖에 쌓인 눈은 허벅지나 허리까지 빠질 정도로 깊어서 한 번 빠졌다 하면 발을 빼기가 힘들었다.

 

람주라 마을에서는 피케가 잘 보였다. 실제 지형과 지도를 놓고 대조해 보니 룸불 히말에서 곧장 남쪽으로 뻗어 내려온 산줄기가 람주라라 고개를 이룬 후 다시 우뚝 치솟아 이룬 봉우리 두 개가 피케 1, 2 였다. 이 산줄기는 피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줄기를 뻗었는데 그중 남쪽 오컬둥가 지방으로 뻗어간 주된 줄기는 솔루 쿰부와 라메찹의 경계를 이루었다. 

 

온통 눈 속에 파묻힌 람주라 마을의 어느 이층 롯지 앞에는 피케 정상까지 왕복 5시간 30분에 안내해 준다는 영문 안내판이 있었다. 이 안내판에는 피케에 다녀오는 도중에 먹을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 준다고 덧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폭설로 눈이 허리까지 빠지는 길로는 온종일 걸어도 어려울 것 같았다. 총누리는 눈이 전혀 없어도 왕복 5시간 30 분에 피케 정상에 다녀온다는 건 무리라면서 안내판을 나무랬다. 그는 내가 안내판을 믿고 피케 정상에 가자고 할까봐 걱정되었나 보았다. 

 

 

주막 마당에는 짐을 지고온 손님들이 짐을 쉽게 벗고 쉽게 질 수 있게끔 단을 만들어 놓았다.  

 

 

오후가 되자 구름이 모이더니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람주라 마을에서 닥추 마을로 내려가는 눈길에서, 그리고 닥추에서 고옘으로 내려가는 눈 녹은 길에서 각각 한 두 팀씩 모두 두 세 팀 정도의 서양 남녀 트레킹 팀을 만났다.

 

그들은 이날 람주라 마을에서 자고 다음날 고개를 넘어 준베시로 간다고 했다. 네팔인 가이드에 의하면, 이들은 지리에서 출발했으며 대부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또는 깔라파딸이 목표였고, 돌아오는 길에는 루클라에서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 소요 되는 예상 일정은 모두 23일이라고 했다.<계속> 

 

람주라라 초입의 셰르파 호텔. 뒤에 보이는 능선이 람주라라이다. 

 

준베시 쪽에서 람주라라로 가는 길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짐을 진 사람이 지팡이에 의지하여 눈길을 걷고 있다.  

 

람주라라의 주막 부뚜막 아궁이 속에서 장작이 타고 있다.  

 

짐을 진 사람들이 람주라라를 오르고 있다. 

 

짐진 사람들의 발이 간 자리마다 눈이 다져져서 길을 이루고 있다. 

 

람주라 마을을 향해 앞서가는 총누리. 

 

서양 트레커들을 위한 BAR. BAR라는 영어는 우리말로 주막집 아닐까?    

 

여기 Notice 밑에 나오는 약자 P.K. 는 피케를 말한다. 5시간 반 만에 피케를 둘러볼 수 있다고 써있다.  

 

람주라 마을. 눈이 많이 왔다. 

 

서양 트레커 두 명이 눈 쌓인 람주라 마을을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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