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둥 곰파 일주문에 들어서자 대웅전 전체가 봄의 햇살을 가득 받고 있었다. 봄 햇살은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이나 벽에 기대어 책을 읽는 어린 스님들도 따스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봄 햇살은 곰파 건너편에 보이는 피케 능선의 흰 눈 위에도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토둥 곰파의 주지 나왕 초졸 스님과 어린 스님들.   

 

어두워진 다음에야 데우라리 고개의 라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사람들 중에 한 청년이 나에게 인사를 했는데 사진 맨오른쪽이 그 청년이다. 이날 아침 작별하기 직전에 찍었다.

 

36일 아침 7시에 앙 마야 셰르파의 조카 일행과 부엌에서 만나 함께 차를 마셨다. 설사로 인해 어제 저녁을 굶은 총각은 그 약을 먹고 설사가 멎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들은 차를 마신 뒤 곧장 고개를 내려갔지만 우리는 이제 서두를 일이 없었다. 우리는 부인에게 아침 식사를 10시 경에 하겠다고 말하고 배낭은 방에 두고 문을 잠근 뒤 산책 삼아 토둥 곰파에 다녀오기로 했다. 

 

토둥 곰파는 데우랄리 언덕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 위에 있다. 라마 게스트하우스의 부인에 의하면 이 곰파에서는 작년부터 정식 학급을 열었다고 했다. 나는 그 학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보고 싶었다.

 

랄리구라스 숲 사이로 난 비탈진 오솔길을 오르다 보니 몇 개의 탑이 나왔고, 그 탑 앞에 서자 멀찍이 토둥 곰파의 일주문이 보였다. 탑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호젓한 길에서는 피케 능선의 우아한 자태가 구름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풍광을 바라보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고 하느라고 100 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길이 좁혀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애써 사진은 신통치 않았다. 

 

일주문에 들어서자 대웅전 전체가 봄 햇살을 가득 받고 있었다. 봄 햇살은 대웅전 오르는 계단이나 벽에 기대어 책을 읽는 어린 스님들도 따스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곰파의 주지 나왕 초졸 스님(56)도 마침 어린 스님들과 함께 있었다. 햇볕에 익어 구리 빛이 도는 크고 둥근 얼굴의 주지 스님은 내가 합장을 하자 빙그레 웃었다.

 

토둥 곰파의 정식 명칭은 통돌 삼텐 초링 곰파라고 주지 스님은 말했다. 스님에 의하면 이 곰파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60 년 전에 처음 지었고, 12 년 전에 대대적인 수리를 했다. 현재 약 50 명의 스님이 사는데, 그중 남자 스님이 10 여 명, 여자 스님이 15, 동승(어린 스님)25 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동승들은 2006년에 이 절에서 설립한 초등학교 학생이기도 하다.

 

 

밝고 따스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남향의 계단이나 벽에는 머리를 깎은 어린 승려들이 경을 읽고 있었다

햇살 속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소년들.

 

토둥 곰파의 주지 나왕 초졸 스님이 햇살을 모아 물을 끓이는 기구를 설명하고 있다.

 

토둥 곰파 가는 길에서 내려다 본 데우라리 고개. 두 개의 마을이 보이는 데 라마게스트하우스 등 호텔들은 아랫 마을 큰길가에 있다.

 

주지 스님에 의하면, 2006년에 9 명으로 시작하여 2007년인 올해 25명으로 늘어난 이 학교는 인근 마을의 셰르파 주민들이 만드는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금을 내는 육성회 회원은 현재 약 200 명인데, 이 중의 반은 카트만두에 거주하는 셰르파들이라고 했다. 이들 카트만두의 셰르파들이 1년에 1,000 - 2,000 루피(15 - 30 달러) 씩 내서 모은 250,000 루피(3,500 달러)와 약간의 정부 지원금이 이 학교의 1년 예산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5,300 루피(75 달러)인데, 이는 정부가 책정한 1 명의 교사의 연봉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액수의 연봉을 받고 학생을 가르칠 교사는 구할 수가 없으므로 지역마다 기성회를 만들고 기금을 거두어서 교사 월급을 준다고 했다.

 

토둥 곰파의 학교를 육성하기 위한 육성회는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데우라리를 비롯한 인근 마을 셰르파 주민 11 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카트만두에 사는 이 지역 출신 셰르파 11 명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했다. 데우라리 육성회의 대표는 우리가 묵은 호텔, 즉 라마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장인 바브 카지 셰르파라고 했다.

 

그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는데 그는 출타중이며 수일이 지나야 돌아 올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카트만두로 돌아가서 카트만두에 있는 육성회의 대표 앙 치링 셰르파를 만나보기로 하고 그의 연락처를 얻어 두었다.

 

토둥 곰파의 학교에서는 현재 주지 스님 혼자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데 1한 달 뒤부터 교사가 와서 네팔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며 해마다 한 학급 씩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계속> 

 

 

통돌 삼텐 초링 곰파 즉 토둥 곰파 들어가는 입구의 세 탑.  

 

햇살 아래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능선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피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