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류 확대 의지 반영하며 양국 간 1400년 인연 강조한 300Km 여정의 인문적 동행

문재인 대통령이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함께 21일 사마르칸트의 대표적 관광지인 레기스탄 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IPC
문재인 대통령이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함께 21일 사마르칸트의 대표적 관광지인 레기스탄 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IPC

19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한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여러 합의사항을 밝혔다. 그중 첫 항목이 문화교류 확대였다. 특히 '아프라시압 벽화'를 비롯한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협력하기로 했다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해 이 점에 대한 교감이 제법 깊었음을 드러냈다.

아프라시앞 벽화는 사마르칸트에 있다. 옛 소련의 고고학자들이 사마르칸트의 옛 도성인 아프라시압(Afrasiab) 지역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심하게 훼손됐던 7세기 당시의 벽화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까지 찬 두 인물이 나타났다. 고구려 사신들이었다. 그들은 그 시절 왜 사마르칸트까지 갔을까?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팩트 두 가지만은 분명하다. 그 하나는 두 나라의 교류가 이렇듯 1400년 이상 길게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마르칸트의 유구한 역사성이다.

사마르칸트는 2,700년 이상 된 고대 도시다. 하지만 1220년 칭기즈칸에게 정복된 뒤 큰 재앙을 만났다. 그가 사마르칸트의 모든 고대 유적지들을 파괴했다. 그 뒤 14세기 무렵 아미르 티무르가 이곳을 되찾아 ‘동방의 진주’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사마르칸트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양국 간 1400년 이상의 인연을 상징하는 아프라시앞 고구려 사신도 벽화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IPC
문재인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양국 간 1400년 이상의 인연을 상징하는 아프라시앞 고구려 사신도 벽화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IPC

양국 정상은 이날 사마르칸트 곳곳을 둘러봤다. 두 사람이 둘러본 구르에미르(Gur Emir)는 아미르 티무르를 비롯해 그의 손자인 울루그벡과 무함마드 술탄, 샤루흐, 미랸샤 등 모든 왕족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1404년 건립된 이 유적지의 외관은 코란 문구로 장식되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푸른색 높은 돔이 환상적이며, 금색과 청색으로 채색된 이슬람 문양의 내부 돔 역시 화려하다.

또 수많은 관광객들의 환영을 받으며 두 정상이 거닐었던 레기스탄 광장은 ‘모래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 지역의 랜드마크다. 아미르 티무르 시대부터 대규모 노천 시장으로 기능하던 곳을 그의 손자인 울루그벡이 이슬람교육기관인 메드레세로 탈바꿈시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광장 동쪽의 ‘비비하늠 모스크’는 티무르 왕이 사랑했던 비비하늠 왕비를 위해 건축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이밖에도 사마르칸트에는 이 나라의 인문적 역사성을 대표하는 울루그벡(Ulughbeg)의 흔적들도 많다. 울르그벡은 종종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에 비견될 만큼 여러 인문적인 치적을 남기면서 사마르칸트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특히 1419년 그가 세운 천문대는 그의 천문학자적 면모를 웅변하고, 1420년에 세운 울루그벡 메드레세는 당대 최고의 왕립 신학교로 그의 학식과 덕망을 상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마르칸트 방문을 끝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21일 마지막 순방지인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했다. ⓒ우즈베키스탄 IPC
문재인 대통령은 사마르칸트 방문을 끝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21일 마지막 순방지인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했다. ⓒ우즈베키스탄 IPC

또 샤히진다 영묘(Shakhi Zinda Mausoleum) 역시 사마르칸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아프라시압 언덕 남쪽에 있는 사마르칸트 제일의 이슬람 성지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과 순교자를 비롯해 티무르 왕족의 영묘가 길이 200m, 폭 40m 규모의 일직선으로 길게 놓여 있다. 순례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샤히진다는 ‘살아 있는 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마르칸트 방문을 끝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21일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하는 등 여러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북향할 즈음 기자는 반대 방향을 택해 서울로 돌아왔다. 21일 오전 이슬람 카리모프 국제공항의 분위기 또한 비슷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릴 비즈니스 포럼을 위해 누르술탄(구 아스타나)으로 떠나는 사람들과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한국인들로 북적댔다.

우즈베키스탄 국영 채널과의 인터뷰 때문에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내내 타슈켄트에는 비가 자주 왔다. 이날도 밤새 내린 비로 공항 주차장이 흠뻑 젖었다. 박스 이미지는 Uzbekistan 24 채널과 인터뷰 중인 기자 모습이다. ⓒ최희영
우즈베키스탄 국영 채널과의 인터뷰 때문에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내내 타슈켄트에는 비가 자주 왔다. 이날도 밤새 내린 비로 공항 주차장이 흠뻑 젖었다. 박스 이미지는 Uzbekistan 24 채널과 인터뷰 중인 기자 모습이다. ⓒ최희영

타슈켄트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우즈베키스탄 방송과의 인터뷰였다. 해외 취재일 경우 기자도 가끔씩은 이렇듯 취재원으로 변신해 기자적인 물음표를 놓고, 수줍은 답변자의 위치로 바꿔서야 한다. 한국 언론인으로서 느낀 우즈베키스탄 인상이 어땠는가? 어떤 음식이 가장 입에 맞던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날 인터뷰했던 여행전문채널 <Dunyo boylab TV>가 기자의 책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중심이었다면, 이날 공항 인터뷰를 요청했던 <Uzbekistan 24>는 시사채널이라 그런지 책 이야기 외에도 ‘두 정상의 사마르칸트 방문 의미’를 묻는 등 곤혹스런 질문이 여럿 포함됐다.


현장 사람들

김도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3,500명가량의 한인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도윤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내내 분주했다. 18일 문 대통령의 공항영접을 시작으로 20일 동포간담회 환영사까지 그의 여러 역할들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최희영
3,500명가량의 한인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도윤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내내 분주했다. 18일 문 대통령의 공항영접을 시작으로 20일 동포간담회 환영사까지 그의 여러 역할들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최희영

문재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 동안 가장 분주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18일 문 대통령의 공항 영접부터 20일 동포간담회 준비까지 3500명 우즈베키스탄 한인회를 대표해 구석구석 모든 일정을 챙겼다. 특히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그가 행사 첫 순서로 문 대통령 면전에서 낭독한 환영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년 전 30대 중반에 처음 우즈베키스탄과 만났다. 한 중견기업체의 타슈캔트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이곳에 처음 왔고, 그 뒤 회사를 떠나서도 이곳이 좋아 타슈켄트 시민이 됐다. 2016년 임기 2년의 한인회장에 당선된 뒤 2018년 3월 재선에도 성공해 3,500명가량의 한인 사회를 활력 있게 이끌고 있다.
 

허선행 민주평통 우즈베키스탄 지회장 겸 세종학당 학당장

허선행 세종학당 학당장은 20대 시절이던 1992년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들어와 28년째 ‘한글 외교관’으로서의 외길을 걷고 있다. ⓒ최희영
허선행 세종학당 학당장은 20대 시절이던 1992년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들어와 28년째 ‘한글 외교관’으로서의 외길을 걷고 있다. ⓒ최희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평화통일에 필요한 정책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자문하는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기구 의장은 대통령이 맡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 기구의 우즈베키스탄 지회장으로서 의장 방문 일정 내내 여러 역할로 분주했다. 18일 권용우 대사 등과 함께 공항영접에 나선 이유 역시 민주평통 지회장으로서였다.

허 학당장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오래 머문 한국인이다. 1992년부터 타슈켄트 세종학당을 이끌고 있다. 20대 후반 사범대를 졸업한 뒤 한글학교 교사로 부임해 외길 ‘한글 외교관’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배출한 제자만도 1만명가량이다. 말 그대로 그의 ‘선행(先行)’과 ‘선행(善行)’이 낳은 결과가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 한류 전진기지로 만들었다.

김나영 아리랑요양원장

김나영 원장은 김정숙 여사의 이번 아리랑요양원 방문 준비에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많은 관심과 실질적 도움이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최희영
김나영 원장은 김정숙 여사의 이번 아리랑요양원 방문 준비에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많은 관심과 실질적 도움이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최희영

아리랑요양원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양국이 만든 특별한 공간이다. 2010년 개원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2009년 11월 개원 멤버로 합류해 오랜 시간 고려인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챙겨왔다.

특히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부인인 미르지요예바 여사와 함께 아리랑요양원을 찾아 김 원장의 역할이 더욱 돋보였다. 또 20일 동포간담회에서도 한인사회를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언하는 기회까지 가져 행사 참석자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양국 우호 관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

환한 표정으로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 그는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양국 간 공동 관심 사항인 아랄해 환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곧바로 카라칼파크스탄 자치공화국의 주도인 누크스로 향했다. ⓒ최희영
환한 표정으로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 그는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양국 간 공동 관심 사항인 아랄해 환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곧바로 카라칼파크스탄 자치공화국의 주도인 누크스로 향했다. ⓒ최희영

고려대학교(KU)는 2016년부터 한국 교육부의 지원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의과대학(TMA)과 협력해 우즈베키스탄 내 환경보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발탁돼 TMA 내 Environmental and Human Health 학과 강의 지원과 실험실 운영지원, 신설학과 학생들 연구논문 지도 등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연구년을 활용해 1년 내내 거의 모든 시간을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냈다.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맞아 구성된 ‘남북의료협력위원회의 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김종규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 우즈베키스탄 지회장

김종규 지회장(오른쪽)이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이성희 뉴월드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희영
김종규 지회장(오른쪽)이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이성희 뉴월드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희영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 우즈베키스탄 지회는 2004년 처음 결성됐다. 초창기 4개였던 회원사가 지금은 50여개사로 늘어나 양국 경제교류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조직을 7년째 이끌고 있는 김 지회장은 타슈켄트에서 20년 넘게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내 한인기업체 수장으로서 매 분기 대사관, KOTRA, 관세청 등의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고, 차세대 무역 스쿨 대상자 선발 및 파견 등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제45회 상공의 날에는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현권 코아투어 대표

신현권 코아투어 사장이 동포간담회장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그는 2002년 타슈켄트에 처음 들어와 17년째 이곳에 살며 양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최희영
신현권 코아투어 사장이 동포간담회장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그는 2002년 타슈켄트에 처음 들어와 17년째 이곳에 살며 양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최희영

이번처럼 양국 간 대형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가 신현권 코아투어 대표다. 양국을 잇는 대표적 현지 여행사로 타슈켄트를 찾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창구 역할을 맡아서다. 이번 정상회담 일정 중에도 여러 사람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기자 역시 한꺼번에 몰려 가장 곤혹스러웠던 비행기 표 문제와 통역 문제를 그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2002년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들어와 여행사 ‘코아투어’와 한국식품점 ‘한국마가렛’ 등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을 돕기 위한 문화재단 설립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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