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 ‘돌콩’ 이태인 마주 인터뷰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우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출정식에서 당시 김인식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국민들에게 밝혔던 말이다. 세계 정상급 메이저리거들이 수두룩한 야구 강국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겠단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종목은 다르지만 ‘위대한 도전’을 통해 국민과 경마팬에게 감동을 전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3월 31일 세계 최고의 상금이 걸린 두바이월드컵클래식에 나선 국내 경주마 ‘돌콩’과 이태인 마주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세계 경마에 한국경마를 알리고, 국민들에게는 경마를 통한 진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경마는 파트2 국가로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경마 수준과 열악한 상황에서 국제 경마무대에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말 운송료와 현지 말 위탁관리비 등 기본적으로 해외 원정에 드는 비용에 국내 경마무대에 나섰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상금 수득의 기회까지 고려한다면 더욱이 쉽지 않다. 2017년 한국마사회가 두바이월드컵카니발 원정을 위해 국내 마주들의 신청을 받은 결과, 단 한명의 마주도 두바이 원정을 신청하지 않았던 과거 사례는 해외 원정에 대한 국내 마주들의 인식과 꺼림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설명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위대한 도전을 펼친 ‘돌콩’과 이태인 마주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개인마주제가 시행된 1993년부터 원년마주로 활동해온 이태인 마주에게 한국경마와 국내 마주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어봤다.

개인마주제 이후 경마문화 많이 변화돼

명마를 만나는 건 마주들의 소망

좋은 기회 얻어 두바이 원정 나서

-개인마주제 출범 당시부터 마주로 활동했다. 과거에 비해 한국경마는 많이 변했는데 어떤 점이 그러한가.

▶한국경마가 탄생한 지 벌써 97년이 지났고, 개인마주제가 도입된 지는 26년이 됐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한국경마도 많이 변했고 발전했다. 개인마주제 도입되기 전까지는 한국마사회가 경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맡았기 때문에 어둡게 비춰질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개인마주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크게 달라졌다고 확신한다. 개인 사업자인 마주를 비롯해 기수와 조교사는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매커니즘을 갖게 됐으며, 이제는 충분히 정착됐다고 본다.

아직까지도 일부 경마산업 종사자들과 대중은 경마에 대해 달갑게만 바라보지 않는데 많이 변했다. 예전의 어두운 이미지는 잊어도 좋다. 지금은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경마를 찾고, 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돌콩’이 아쉽게도 두바이월드컵클래식에서 순위권 진입은 못 했지만, 세계 경마에 한국경마를 제대로 알렸다. 마주로서도 감격스러울 텐데. 소감은.

▶물론 감격스럽다. 대단히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마주 인생에서 명마(名馬)를 만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좋은 인연으로 ‘돌콩’과 함께할 수 있었고, 두바이월드컵클래식 무대까지 설 수 있었단 사실에 감동이다. ‘돌콩’이 두바이 환경에 잘 적응하고 현지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 ‘돌콩’은 천부적으로 높은 적응력을 갖춘 말이다. 20여년이 넘게 말과 지내다 보니 생긴 감각인데 ‘돌콩’은 굉장히 영민하고 사람을 참 좋아한다. 게다가 습득력이 빠르다. 이런 종합적인 요소가 두바이에서 그대로 발현됐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태인 마주는 국내에서의 경마의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이 편견 없이 경마를 바라보고 국민에게 가치를 잘 전달해줘야 한국경마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영유하는 경마를 국내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이태인 마주는 국내에서의 경마의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이 편견 없이 경마를 바라보고 국민에게 가치를 잘 전달해줘야 한국경마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영유하는 경마를 국내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해외 원정이다 보니 두바이월드컵 출전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테다. 어떤 결심으로 출전하게 됐나.

▶실제로 다수의 마주나 경마 관련 전문인들은 두바이 월드컵에 나간다는 사실 자체에 상당히 거리감을 둔다. 그러나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늘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26년간 마주로 살면서 잘 뛰는 명마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돌콩’이 내게 왔고, 기회가 찾아왔다. 두바이원정에 앞서 한국마사회 해외경마 담당자가 와서 내게 제안을 했다. ‘돌콩’은 참 좋은 말이고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 좋은 기회일 것 같다면서. 명마와 타이밍을 모두 맞추긴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경마무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부담은 있었지만 한 번 용기를 냈다. 벌써 70대 중반의 나이로 20~30년간 마주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조그마한 명예지만 마주로서 부끄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두바이 원정에 대한 결심이 섰다.

-두바이는 마방 및 경주 시설 등이 최첨단으로 말 복지가 좋다고 들었다. 직접 두바이 월드컵 현장을 가서 경험해봤는데.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한국에도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이번 두바이 원정을 통해 외부에서는 국내 경주마가 G1 국제 경주인 두바이월드컵클래식까지 진출했다고 높게 평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돌콩’에게 마주 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아 좋다. 두바이는 경주마로 태어나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관리 체계를 갖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돌콩’이 지낼 수 있어 행복했다.

경주마들이 침식하는 마방에서 훈련장까지의 거리는 7.2~7.4km 정도로 평보로 15분가량이 걸린다. 기수를 태우고 가볍게 평보로 거닐다 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그다음부터는 즐겁게 뛰는 것이다. 또 한 20분가량 가면 주경기장이 보이는데 천천히 주변을 맴돌다 본격적인 경주마로서의 스텝을 밟는다. 훈련 후 돌아올 때도 갈 때처럼 편안하게 온다.

직선 형태의 개인 수영장도 갖추고 있어 안정되고 편안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수영 후에는 축구장만 한 초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즐긴다. 뛰는 거리로 봤을 때, 두바이에서 오전 동안 소화한 운동량은 서울에서 실시했던 일주일 치 양보다 많았다. 국내 경마 여건들도 많이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이태인 마주가 생각하는 경마는 어떤 것인가.

▶다수의 국민과 정책 당국은 경마가 도박이고 사행산업이라고 분류하고 바라본다. 하지만 경마는 결코 도박도, 사행산업도 아니다. 경마야말로 사람과 말이 혼연일체가 돼 만드는 하나의 예술이자 드라마, 최고의 가치이다. 경마를 바르게 인식하려는 국내 언론의 자세가 필요하다. 경마에 대한 국내 언론의 계도성과 사실에 입각한 사명감이 부족하다.

경마에 대한 국내 언론의 계도성·사명감 원해

명마는 결코 배신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국내 언론들에게 아쉬운가.

▶‘돌콩’이 두바이월드컵클래식에 나서 활약했음에도 국내 언론은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승을 한 ‘썬더스노우’의 몸값의 1/22밖에 안 되는 국내 경주마가 슈퍼 새러데이에서는 ‘썬더스노우’와 목차밖에 나지 않는 선전을 펼치자 CNN을 비롯한 해외 유수 언론들은 ‘돌콩’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갖더라. ‘돌콩’의 조교사와 인터뷰를 하려고 줄까지 서는 모습을 봤는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인이 영유하는 경마를 국내에서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언론이 한국경마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언론을 통해 잘 소개가 된다면 두바이 원정에 나서도 국내 경마관계자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또한, 관광상품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주는 경마 구성원 중에서도 직접 말을 구매해 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마주의 위상은 해외의 그것에 비해서는 미약한데. 마주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마는 기본적으로 마주에서부터 출발한다. 마주가 경주마를 구매하고 잘 육성·관리할 수 있도록 조교사와 위탁계약을 맺는다. 우리나라의 경마는 출발부터가 일제의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도박성이 강조돼 운영됐다. 광복 이후에는 경마시행체가 말부터 기수까지 전적으로 모든 걸 고용·관리하다보니 도박 비슷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 마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마가 더 밝은 이미지로 갈 수 있도록 마주가 앞장서야 한다. 경주마 구매에서부터 관리·운영, 출주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건전한 경마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모든 마주들은 명마를 만나기를 바라지만 마주로 활동하는 동안 명마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태인 마주는 명마 ‘돌콩’과의 만남에 이어 두바이월드컵이라는 국제 경마대회 출전 타이밍이 잘 들어맞았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모든 마주들은 명마를 만나기를 바라지만 마주로 활동하는 동안 명마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태인 마주는 명마 ‘돌콩’과의 만남에 이어 두바이월드컵이라는 국제 경마대회 출전 타이밍이 잘 들어맞았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일부 국내 마주는 마주라는 지위를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고 상금 수득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마라는 것은 말과 사람이 혼연일체가 돼 펼치는 승부이다. 상금이 따르기에 돈벌이로 비춰질 수 있고 그러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주마를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고, 실제로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마주가 된 분들은 한분 한분이 각 업종에서 성공 내지 성취를 이룬 분들이다. 마주를 취미로 즐기시는 분도 계시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보겠단 생각을 가진 분들도 계시다. 대다수 마주들이 맹목적으로 상금을 좇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경주마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본다는 것은 마주를 하면 할수록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마주일수록 상금을 좇기보다 ‘돌콩’과 같은 명마를 가져보기 위한 소망을 갖고 있다. 어디까지나 선진국 마주들처럼 명마를 가짐으로 자신의 명예와 부, 명망을 가질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낀다고 봐야 한다.

-한국경마에서 이태인 마주는 어떤 마주로 기억되고 싶나.

▶오늘 11경주에 내 말 ‘짱콩’이 뛴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간에 내 말이 뛰면 항상 가슴이 뛴다. ‘말은 열성을 갖고 지원하는 만큼 보답한다’는 마주세계의 통념과 ‘명마는 결코 마주의 노력에 비례할 뿐 결코 배신을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 자신부터 말을 긍정적으로 보고, 말이 원하는 게 뭔지를 살피는 마주가 되고 싶다. 말을 대신해 말이 원하는 걸 해줌으로써 말이 즐거울 수 있고, 이는 즐거운 경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노력들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그런 마주로 기억되고 싶다.

-끝으로 ‘돌콩’과 이태인 마주를 응원한 경마팬과 국민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돌콩’의 선전을 기원하며 국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응원전을 펼쳐주셨다고 들었다. 참 감사하고 은혜를 갚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팬들을 직접 만나서 좋은 의견을 듣고 필요한 이야기들을 해드리고 싶다. 스포츠에서 관객은 참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관객이 받을 수 있는 감동도 분명히 있다. 관객은 경주마 또는 기수편를 자신에게 대입해 대리만족 할 수도 인생에 있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간파해볼 수도 있다.

한국은 스포츠 분야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강국이다. 그럼에도 경마분야는 아직 국제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는 경마에 대한 인식을 바꿔. 세계에 도전을 해야 한다. 경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 경마로서 보국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돌콩’은 2년 연속 두바이월드컵클래식 우승마인 ‘썬더스노우’ 몸값의 1/22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슈퍼 새러데이에서는 치열한 목차 승부로 세계 경마에 한국경마를 알렸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돌콩’은 2년 연속 두바이월드컵클래식 우승마인 ‘썬더스노우’ 몸값의 1/22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슈퍼 새러데이에서는 치열한 목차 승부로 세계 경마에 한국경마를 알렸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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