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축협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영상 본 네티즌, 한국마사회 향한 비난 쏟아져
말 학대 사건과는 연관 없는 마사회…애꿎은 비난에 어리둥절
1993년 개인마주제 전환…경주 퇴역마 처분 권한은 각 마주에게 있어
경주퇴역마 및 미활용마 활용 방안 마련 시급
지속적인 연구 통해 개선 노력해야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국제 동물단체인 페타(PETA)가 3일 미국에서 국내로 수입된 국내 경주마들의 학대 영상을 공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페타는 한국으로 수출된 경주마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케이팝? 케이 고통! 한국 최대 말 도축장 안에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계정를 통해 공개했다.

3분 분량의 영상에는 경주 퇴역마들이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과 구타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경주마로 활용되던 말들이 경주 퇴역 후 무참하게 끌려가 도축되는 현장을 페타 조사관들이 2018년 4월부터 올해 2월경까지 약 10개월간에 위장 잠입해 9차례에 걸쳐 촬영한 것이다.

영상을 통해 드러난 행위는 분명 동물보호법에 비춰 볼 때 위법이며,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3일 영상 공개와 함께 말 학대 사건의 해당 당사자인 제주축협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도축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경주마를 학대하는 영상(사진 출처= 페타).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3일 영상 공개와 함께 말 학대 사건의 해당 당사자인 제주축협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도축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경주마를 학대하는 영상(사진 출처= 페타).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3일 영상 공개와 함께 말 학대 사건의 해당 당사자인 제주축협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국제적으로도 동물을 수송할 때 때리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굳이 때리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한쪽 눈에 깃발 같은 것을 갖다 대면 말들이 방향을 튼다고 하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며,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가축 품종별 특성에 맞춘 도축 시설이 있어야 함에도 다른 가축 기계를 이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더욱이 다른 동물이 보는 데서 도축을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개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비난 대상은 한국마사회(?)

기사를 접한 네티즌은 애꿎게도(?) 한국마사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이 모두 한국마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말(馬)과 관련된 것은 모두 한국마사회가 관장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이유로 빚어진 오해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말 학대 사건은 한국마사회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해당 말들의 소유권은 한국마사회가 아닌 개인 마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축 시설도 한국마사회와는 전혀 무관한 시설이다.

1993년 개인마주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경마에서 경주에 뛰는 경주마들의 소유권은 마주들에게 돌아갔다. 이전까지 경주마부터 기수, 조교사까지 모두 마사회가 채용해 운영해오던 것을 세계적인 경마 시스템에 맞춰 변화시켰다. 하지만, 경마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대중은 말과 관련된 사안만 나오면 마사회의 책임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시행체로 경주를 주최·주관할 뿐 경주마들의 활용과 처분에 대한 권한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각 경주마는 개인 마주들의 소유 아래에 있기에 퇴역한 후에는 휴양을 보내든 도축을 하든지 일절 관여할 수 없는 구조이다.

비판과는 다르게 한국마사회는 말 복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매년 말 복지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작년 말에는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 말 복지 관련 책자를 발간해 전국 말산업 관련 단체와 사업체에 전파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말 복지 단체들과 협력을 통해 미성숙한 국내 말 복지 문화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 복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말 복지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작년 말에는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 말 복지 관련 책자를 발간해 전국 말산업 관련 단체와 사업체에 전파했다. 작년 8월 22일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에서 열린 제1차 말 복지 세미나 모습. ⓒ말산업저널 황인성
한국마사회는 말 복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말 복지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작년 말에는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 말 복지 관련 책자를 발간해 전국 말산업 관련 단체와 사업체에 전파했다. 작년 8월 22일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에서 열린 제1차 말 복지 세미나 모습. ⓒ말산업저널 황인성

 

관련 영상에 등장하는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말 복지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부 직원으로 작년 국내에서 열렸던 아시아 경마회의에서 세계 경마 관계자들 앞에서 발언했던 모습이다. 전체 발언이 아닌 부분 발췌이기에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졌지만 실제로는 아직 미흡한 말 복지 상황 개선을 위해 관계자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한 내용의 발표였다.

말산업육성전담기관 한국마사회, 말 복지 위한 중추적 역할 해야

경주퇴역마 활용 방안 마련 가장 시급

한국마사회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말 복지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내 유일의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 건전한 말산업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말 복지는 이를 위해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제 말 관련 단체들에서 매년 논의되는 주요 이슈가 ‘말 복지’일 만큼 동물복지적인 접근이 중요시 되고 있다. 국제승마연맹은 작년 10월 열린 총회에서 말 복지 관련 규정을 강화했으며, 국제경마계도 마찬가지로 말 복지에 대해 큰 관심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주퇴역마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 매년 1300여 두의 경주퇴역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무분별한 말 도축과 말 학대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다.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에서는 작년 연구용역을 통해 미활용마의 용도 다각화 방안 연구를 진행해 올해 초 최종보고회를 실시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야지만 경주퇴역마의 정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1300여 두의 경주퇴역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인 한국마사회의 노력이 시급하다. 말 복지 개선과 더불어 경주퇴역마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등 선행돼야 할 것이다.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매년 1300여 두의 경주퇴역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인 한국마사회의 노력이 시급하다. 말 복지 개선과 더불어 경주퇴역마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등 선행돼야 한다.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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