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0
[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0
  • 박시우 시인
    박시우 시인 symnopedie@hanmail.net
  • 승인 2019.05.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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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플루트 사중주
수채화풍의 죽음이 그려지는 ‘그날이 오며는’

머지않아 나는 죽을 거야

산에서건

고원지대에서건

어디메에서건

모짜르트의 프루트 가락이 되어

죽을 거야

나는 이 세상엔 맞지 아니하므로

병들어 있으므로

머지않아 죽을 거야

끝없는 평야가 되어

뭉게구름이 되어

양떼를 몰고 가는 소년이 되어서

죽을 거야

-김종삼 ‘그날이 오며는’ 전문

▲쿠이겐 형제가 바로크 시대의 플루트인 ‘트라베르소 플루트’로 연주한 모차르트 플루트 사중주 전곡 음반. ⓒ박시우
▲쿠이겐 형제가 바로크 시대의 플루트인 ‘트라베르소 플루트’로 연주한 모차르트 플루트 사중주 전곡 음반. ⓒ박시우

김종삼은 '그날이 오며는'에서 자기 죽음을 한편의 그림일기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산에서나 고원에서나 모차르트의 플루트 가락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에 맞지 않고 병들어 있기 때문이며, 그날이 오면 끝없는 평야나 뭉게구름, 목동이 되어 죽을 거라고 고백합니다.

이 시가 『시문학』에 발표되었던 1980년 1월, 김종삼은 폭음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무렵의 시들을 보면 죽음을 예감한 듯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 넋두리 신세 한탄에 머물지 않고 수채화풍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는 김종삼 시문학의 특징인 회화적 이미지와 함께 플루트 음악을 병치시켰기 때문입니다. 화려하고 밝은 소리를 내는 악기 플루트는 ‘병’과 ‘죽음’이라는 실존에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동화 같은 판타지를 만들어냅니다.

낯선 외국어나 생소한 고유명사를 넣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시작법은 김종삼의 전유물인데, 어설프지 않은 세련된 일체감을 선보입니다.

▲2018년 11월 『김종삼정집』과 함께 출간된 『김종삼 매혹시편』 ⓒ북치는소년
▲2018년 11월 『김종삼정집』과 함께 출간된 『김종삼 매혹시편』 ⓒ북치는소년

모차르트는 협주곡과 사중주, 소나타 등에 걸쳐 여러 곡의 플루트 작품을 썼습니다. 당시 플루트는 현대 악기로 개량되기 전이라 모차르트는 작곡을 꺼렸지만, 하나같이 명곡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모두 4곡의 플루트 사중주를 작곡했습니다. 플루트 사중주에는 플루트를 비롯해 현악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들어갑니다. 이 가운데 제3번 K.285b 1악장 알레그로 선율은 어릴 적에 자주 들었던 동요 '어린이 왈츠'와 비슷합니다.

현대 악기로 개량되기 전 바로크 시대의 ‘트라베르소 플루트’로 녹음한 쿠이겐 형제의 연주는 싱그럽고 소박한 앙상블이 매력입니다. 현대 플루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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