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초기, 식용으로 쓰여···유럽에선 여전히 말고기 즐겨
전쟁물자·이동수단으로 가장 크게 인류 기여
한반도에서도 중요한 자원···전 시대에 걸쳐 말 증진 노력 모습
현대 와서는 승마·경마·재활승마 등 다양한 부문에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국제동물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경주퇴역마 학대 영상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말(馬) 복지와 더불어 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길가에서 쉽사리 볼 수 있었던 말이었지만, 요즘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물은 아니다. 말을 보기 위해서는 교외에 위치한 승마시설을 찾거나 경마공원을 방문해야 한다. 아니면 바다 건너 말의 고장 제주도를 가야만 한다.

이런 변화 속에 정부는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을 통해 국내 말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기약했다. 국민 삶의 질 개선과 함께 고부가 가치 산업인 말산업을 통해 농촌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목적에서이다.

하지만,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과 일련의 사건 등으로 인해 말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도 일반 국민에게 ‘말(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정유라’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게다가 최근 공개된 말 학대 영상으로 인해 말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성숙한 국내 말 문화와 부족한 말 복지 실태가 부끄러운 건 사실이지만, 꿋꿋하게 말산업을 이끌고 발전시켜온 말산업계 종사자들도 함께 싸잡아 욕을 먹게 된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다.

위기가 기회라는 이야기처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말에 대해 바로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말과 국내 말산업을 소개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1부 - 인간에게 유용한 동물, 말

2부 – 말은 어떻게 나뉘나요?

3부 – 말의 이미지

4부 – 한국 말산업이 가야 하는 길

인간에게 있어 유용한 동물을 꼽자면 말은 소와 함께 1·2위를 다툰다. 그만큼 인류의 발전과 인간의 삶에 있어 말의 기여도는 높다.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기원전 4000~3000년 무렵 유라시아 대륙에서 말이 가축화됐다고 본다. 초기 인간들은 말을 식용과 모피용으로 주로 썼으며, 점차 말과 친숙해짐에 따라 활용 범위를 넓혀 이동수단과 전쟁물자 등으로 사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말, 초창기 식용으로 쓰여

말의 가축화 초기 단계인 기원전 4000년경에는 말은 인간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야생마를 가축화했지만, 주요 용도는 식용이었다.

문화권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됐으나 중세를 거쳐 현대까지 유럽의 전 지역에서는 말고기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등이 유럽에서도 가장 말고기를 좋아하는 나라로 꼽힌다.

732년 그레고리오 3세 교황이 말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이교도의 종교 의식과 연계되어 있단 이유로 말고기 소비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꾸준히 소비돼 오고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도 말고기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 삼국지위서동이전에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지낼 때 말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후한서에는 외부인이 침입해 말을 도살해 먹었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 세종 시대에는 말고기 수요가 급증해 중국 사신들의 위로연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연산군은 정력제로 백마만 골라서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1401년 군마로 사용할 말이 줄어 말고기 육포를 진상품으로 올리지 말라는 금지령이 내려졌으며, 그러한 연유로 말고기 소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1940년 발견된 프랑스 라스코(Lascaux) 동굴벽화 모습. 구석기인들은 말의 형상을 묘사해 그림을 그렸다.
1940년 발견된 프랑스 라스코(Lascaux) 동굴벽화 모습. 구석기인들은 말의 형상을 묘사해 그림을 그렸다(사진 출처= Lascaux 벽화 홈페이지).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전쟁물자·이동수단 활용

기원전 2000년경부터는 말이 수렵과 농경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소와 마찬가지로 농경문화에서 사역 동물로 쓰이기도 했지만, 특유의 기동성으로 인해 운송수단 또는 전쟁물자로 주로 쓰였다.

특히, 수레가 발명된 이후부터 운송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1500년경 말 전차를 만들어 전쟁에 사용한 걸로 전해지며, 인근 국가로 전해져 기원전 1000년경에는 그리스인들도 말 전차를 전쟁에 사용했다.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전차 경주를 시행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동양권에서도 말 마차가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발견된 중국 고대 은나라 유물에서는 마차 5대가 발견됐으며, 각각 2마리의 말이 끌도록 설계돼 있었다.

한반도에서의 말

말은 한반도에서도 중요한 파트너이자 자원이었다. 주로 전쟁물자인 군마로써 활용이 중요시됐으며, 전 시대에 걸쳐 국가적인 차원의 군마 증진 노력이 있었다.

정책수립자들은 “나라의 중요한 것은 군사요. 군사의 중요한 것은 말”이라 했으며, “군정은 말보다 급한 것이 없다”고도 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율곡 이이는 ‘전마 확보’를 강조해 조달에 힘쓴 인물이다.

말은 역마, 파발마 등 공문의 전달 및 공무상 관료의 수송 등 업무에도 쓰였다. 관물 수송을 위해 540여 개의 역에 목장 말을 배정했으며, 역리·역졸 등이 말의 공급과 관리를 담당하도록 했다. 정종 대에 들어서는 관리들의 불법적인 승마와 말 관리가 횡행해지자 ‘천예기마금지법’을 제정해 일반 서민은 도보로 여행하게 했다.

함경도와 평안도, 제주도에서는 농업경작에 활용됐다. 제주도는 땅이 건조해 종자가 제대로 발아하지 못했으므로 파종할 때 반드시 말과 소를 몰아 땅을 밟아 단단히 한 뒤 종자를 뿌려 농사를 지었다. 또한 말로 맷돌을 끌어 곡식을 제분하는 ‘구마’가 있었다.

1678년에 전국에 분포한 목장을 그린 필사본 채색지도첩. 보물 제1595-1호로 지정돼 있으며, 첫 장에는 진헌마정색도(進獻馬正色圖), 두 번째 장에는 도군별 목장상황을 담은 회화식 지도, 세 번째 장에는 이 지도첩의 제작 동기와 시기를 알려주는 허목(許穆)의 기문(記文)이 실렸다.
1678년에 전국에 분포한 목장을 그린 필사본 채색지도첩. 보물 제1595-1호로 지정돼 있으며, 첫 장에는 진헌마정색도(進獻馬正色圖), 두 번째 장에는 도군별 목장상황을 담은 회화식 지도, 세 번째 장에는 이 지도첩의 제작 동기와 시기를 알려주는 허목(許穆)의 기문(記文)이 실렸다(사진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현대사회에서도 유익한 존재

18세기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후 말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기차와 자동차 등이 이동수단으로 등장하면서 과거 말의 주요 기능을 대체한 것이다. 20세기 중엽까지 일부 전쟁에서 탄약 수송 등을 담당하는 전쟁마로 활용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기병과 함께 그 기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말은 현대에도 인간에게 여전히 유용한 동물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인류의 레저 욕구가 상승하며 말이 다시 활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은 경마와 승마, 재활승마, 관상용, 식용마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말은 이동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현대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최근에는 유소년 승마와 재활승마 등에도 자주 활용된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말은 이동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현대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최근에는 유소년 승마와 재활승마 등에도 자주 활용된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최초로 시행된 경마가 17세기 근대경마로 변모해 영국에서 시작했으며, 20세기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경마를 즐기고 있다.

승마는 15세기 유럽 기병 마술 발전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해 19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근대 마술의 기초가 확립됐다. 1912년 제5회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최초로 열린 이후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말과 함께하는 승마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재활승마도 인간을 위해 말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이다. 장애인 및 정서적인 부분에 문제를 가진 이들에게 인지적·신체적·감성적·사회적 안녕을 주기 위한 말과 함께하는 모든 활동을 ‘재활승마’로 지칭하며, 공익적인 성격을 띤다.

말(馬)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발전에 가장 기여한 동물로 평가된다. 초기 식용으로 활용되다 점차 길들여지면서 전쟁물자 또는 이동수단으로 쓰이면서 비약적인 인류 발전을 이룩했으며, 현대사회에서는 승마, 경마, 재활승마 등에 활용되며 여전히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말(馬)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발전에 가장 기여한 동물로 평가된다. 초기 식용으로 활용되다 점차 길들여지면서 전쟁물자 또는 이동수단으로 쓰이면서 비약적인 인류 발전을 이룩했으며, 현대사회에서는 승마, 경마, 재활승마 등에 활용되며 여전히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기사는 말산업 국가자격시험 교재 등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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