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윤 한 로

 

한 수유(須臾) 동안
수염 짐짓, 쓰다듬으며
따악!
져 주는
둥근잎꿩의비름
새순 같은 그 한 수
끝끝내 찾을 길 없으니

그대 제아무리 인간을 이긴들
1,2초 동안
몇 십만 몇 백만 번 얽어 본단들
그댄
꽉 막힌 먹통 바둑일 뿐

 

 


시작 메모
바둑 인공지능으로 구글엔 알파고가 있고, 우리나라 돌바람, 중국 절예, 일본 딥젠고 들이 있다. 이세돌, 박정환, 커제 같은 난다긴다 하는 최고 기사들이 이 인공지능에 이기는 확률은 네 판에 한 판 꼴, 아니 거의 없다. 그중에 가장 센 건 알파고다. 그러나 이젠 알파고는 만나 볼 길조차 없다. 인간 상대가 없어 아예 은퇴했다는 소문이다. 더는 늬들한테 실력을 공개하지 않고 베일 속에 들겠다는 속셈이겠지. 왠지 씁쓸하다. 어떤 책에서 미당 선생은 현대 분, 초 따위 기계적 추상 시간 개념 대신, ‘미인이 손톱을 퉁기는탄지(彈指), ‘군자가 수염을 쓰다듬는수유(須臾)와 같은 동양의 심미적 시간 개념에 대해 말했다. 잠깐이라도 우리가 그러한 시간 속에 산다면 삶이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워지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이런 아름다움 말고도, 저 씁쓸함, 절망, 슬픔, 실패, 외로움, 고통, 가난 그러니까 감히 구글사 알파고 따위가 넘보지 못하는 크나큰 위대함들 수없이 지니고 있다. 그 누구든.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