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케기행 35 ] 개이빨처럼 하얀 설산 연봉
[ 피케기행 35 ] 개이빨처럼 하얀 설산 연봉
  • 김홍성 시인
    김홍성 시인 ktmwind@naver.com
  • 승인 2019.05.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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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이빨처럼 하얗고 얼음 써는 커다란 톱처럼 삐죽삐죽한 설산 연봉 너머로 샛별이 떠서 글썽이고 있었다. 샛별이 그렇게 밝은 걸 보니 일출이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올라가서 일출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설산 연봉 저 끝에 샛별이 떠서 글썽이고 있었다. 사진에서는 안 보인다. 

 

얼음 써는 커다란 톱처럼 피케 능선 너머로 삐죽삐죽 드러난 설산 연봉.

 

피케 능선 너머로 보이는 설산 연봉이 개이빨처럼 하얗게 드러났다. 

 

이곳 불부레에서 두 시간을 내려가면 똘루 곰파가 나온다. 지난봄에는 똘루 곰파까지 왔다가 눈이 너무 쌓여 있어서 불부레로 오지 못하고 자프레로 빠졌다. 자프레도 이곳 불부레에서 두 시간 거리다. 똘루 곰파로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갈라지는 길이 자프레로 가는 길이다.

 

불부레에서똘루 곰파 쪽으로 두어 시간 거리인 마이다네에는 앙 다와 씨의 농막이 있다. 앙 다와 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현재 마이다네의 농막에 머물며 가축을 기르고 밭농사를 짓고 있는데, 눈이 오기 전에 빠쁘레 마을로 철수했다가 봄에 다시 마이다네로 올라온다고 했다.

 

앙 다와 씨는 이곳 불부레를 떠나 피케를 거쳐 나울에 도착하는 이틀 동안은 셰르파 호텔(주막집)이 없다고 했다. 피케 베이스캠프인 피케마네에는 치즈 공장이 하나 있기는 있는데 문 닫은 지 오래 됐다고 했다. 그래서 텐트를 하나 장만했던 것이며, 이틀 동안의 식량과 그것을 운반할 사람을 이곳 불부레에서 해결하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침 겸 점심을 먹을 때 앙 다와에게 '사람은 구했냐?'고 물으니'구했다면서식량을 사러 자프레로 내려갔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저녁에 릴두를 먹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앙 다와씨는 우리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두 조카(지미셀파14세, 앙 다와11)를 자프레에 보냈다.

또한 그는 조카들에게 우리의 식량과 취사 장비를 나눠지게 하여 피케 베이스캠프까지 데려갈 생각이었다. 앙 다와 씨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미리 했더라면 나는 펄쩍 뛰었을 것이다. 십대 초반의 소년 소녀를 우리 도보 여행의 짐꾼으로 부려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아동 학대죄를 짓는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안된다고 할까봐서 앙 다와 씨는 혼자 궁리한대로 일을 저질렀던 것 같다. 우리가 릴두를 먹고 난 후, 그러니까 상당히 어두워 진 후에야 지미 셀파와 소년 앙 다와가 자프레 장에서 돌아왔다. 남매는 자기들 몸피만한 짐을 한 짐 씩 짊어지고 한발한발 힘겹게 걸어 집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그때야 알았다. 소년들이 운반해 온 짐 대부분은 우리의 식량인 것을. 측은하다는 느낌 이전에 대견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등짐을 지고 다니며 단련이 되지 않고는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렵지 않겠는가?  

 

막내 아들을 업은 밍마 셰르파 씨. 어머니 옆에 맨발로 서리를 밟고 서 있는 이 집안 막내 딸.

 

막내딸이 어느새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두 막내. 

 

앙 다와 씨와 그의 조카들. 지미 셰르파(14세), 앙 다와 셰르파(11세).  <사진 김희수>  

 

 

자다가 깨보니 판자 틈으로 흐릿한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새벽 4시였다. 전날 초저녁부터 누워 있었기에 허리가 빠지는듯하여 침대에서 일어났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마당에 나와 보니 반공중에 하현달이 떠 있었다. 대지를 하얗게 덮은 서리가 달빛과 별빛을 풍부하게 반사하여 그 빛이 판자 틈을 통해 헛간 안까지 스며들었던 것이다.

 

김 선생이 자는 노란 텐트도 서리로 인해 하얗게 변했다. 텐트 지퍼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 선생이 나왔다. 김 선생은 텐트 속이 훤해서 날이 샌 줄 알았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길섶에다 소변을 보았다. 길섶에서 허연 김이 무럭무럭 났다.

 

개이빨처럼 하얗고, 얼음 써는 커다란 톱처럼 삐죽삐죽한 설산 연봉 너머로 샛별이 떠서 글썽이고 있었다. 샛별이 그렇게 밝은 걸 보니 일출이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올라가서 일출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계속> 

 

지미 셰르파가 집앞에 서서 아침 햇살을 맞고 있다.   

 

아침 햇살이 실내 깊숙히 들어온다. 탁자 위의 중국제 보온병에는 뜨거운 차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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