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속을 넣은 만두가 나오고 고리에서 금방 내린 락시가 나온다. 문 밖에서 빗물이 튕겨 들어오지만 장작불이 이글이글 타는 화덕의 술 고리 속 뜨거운 단지에는 새 술이 고인다. 여기서 과음하면 안 된다. 아직 아침이고, 들어가 앉아 보고 싶은 주막집은 수두룩하다.
티하르 명절 아침이다. 짐을 진 조랑말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조랑말의 엉덩이와 길바닥 돌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루며 아프게 들린다. 여기는 돌포 바잘의 네왈리 마을. 주막집과 점포들이 길가에 늘어선 마을. 낮에는 소를 위한 가이 자트라가 있고, 밤에는 부자가 되게 해주는 락시미 뿌자가 있다. 어느 집에선가 쿵쿵 절구질 하는 소리가 난다.
비는 오다 말다하고, 우리는 기어이 장에 나와 해장술을 마신다. 어린이처럼 작고 천진한 라이 영감과 할망의 좁고 허름한 주막집이다. 아침부터 혀 꼬부라진 체뜨리 영감이 술주정을 하건 말건 스머프 요정처럼 명랑하게 돼지고기를 볶고 락시를 내린다. 카트만두에 산다는 외아들과 며느리의 사진도 보여 주면서 한국에 보내고 싶다고 한다.
또 다른 라이 주막집으로 옮겨 락시 또 몇 잔. 주막집마다 락시 맛이 다르다. 젊은 엄마의 어린 아들 둘이 나란히 앉아 소간으로 끓인 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세 살, 다섯 살 먹은 두 아들을 두고 남편은 6개월 전에 죽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병원도 못 가보고 죽었다고 주절주절 혼잣말 하듯 하면서 만두를 빚는 젊은 엄마.
돼지고기 속을 넣은 만두가 나오고 고리에서 금방 내린 락시가 나온다. 문 밖에서 빗물이 튕겨 들어오지만 장작불이 이글이글 타는 화덕의 술 고리 속 뜨거운 단지에는 새 술이 고인다. 여기서 과음하면 안 된다. 아직 아침이고, 들어가 앉아 보고 싶은 주막집은 수두룩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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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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