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속을 넣은 만두가 나오고 고리에서 금방 내린 락시가 나온다. 문 밖에서 빗물이 튕겨 들어오지만 장작불이 이글이글 타는 화덕의 술 고리 속 뜨거운 단지에는 새 술이 고인다. 여기서 과음하면 안 된다. 아직 아침이고, 들어가 앉아 보고 싶은 주막집은 수두룩하다.

 

조랑말들이 모두 입마개를 하고 있다. 입마개 속에는 혼자만 먹을 귀리가 담겨 있다. 입마개가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여물통이다. ⓒ김홍성    

 

수레스타 씨의 집앞 길은 아침부터 내리는 가을비에 젖고있다. ⓒ김홍성 

 

돌포 바잘 인근 마을의 남정네들이 절구질을 하고 있다. ⓒ김홍성  

 

돌포 바잘의 한 가게 앞 풍경.ⓒ김홍성

 

티하르 명절 아침이다. 짐을 진 조랑말들이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조랑말의 엉덩이와 길바닥 돌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루며 아프게 들린다. 여기는 돌포 바잘의 네왈리 마을. 주막집과 점포들이 길가에 늘어선 마을. 낮에는 소를 위한 가이 자트라가 있고, 밤에는 부자가 되게 해주는 락시미 뿌자가 있다. 어느 집에선가 쿵쿵 절구질 하는 소리가 난다. 

 

돌포 바잘의 주막집 부엌. 철사에 걸어놓은 물소 고기가 부뚜막에서 피어나는 연기로 훈제되고 있다. ⓒ김홍성  

 

물소의 간을 끓인 국에 흰 쌀밥을 먹는 형제. ⓒ김홍성   

 

물소의 간으로 국을 만드는 부인. ⓒ김홍성 

 

구석 쪽 화덕 위에 올린 것이 술 내리는 고리. 오른쪽 화덕 위에서는 간을 삶고 있다. ⓒ김홍성  

 

비는 오다 말다하고, 우리는 기어이 장에 나와 해장술을 마신다. 어린이처럼 작고 천진한 라이 영감과 할망의 좁고 허름한 주막집이다. 아침부터 혀 꼬부라진 체뜨리 영감이 술주정을 하건 말건 스머프 요정처럼 명랑하게 돼지고기를 볶고 락시를 내린다. 카트만두에 산다는 외아들과 며느리의 사진도 보여 주면서 한국에 보내고 싶다고 한다.

또 다른 라이 주막집으로 옮겨 락시 또 몇 잔. 주막집마다 락시 맛이 다르다. 젊은 엄마의 어린 아들 둘이 나란히 앉아 소간으로 끓인 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세 살, 다섯 살 먹은 두 아들을 두고 남편은 6개월 전에 죽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병원도 못 가보고 죽었다고 주절주절 혼잣말 하듯 하면서 만두를 빚는 젊은 엄마.

돼지고기 속을 넣은 만두가 나오고 고리에서 금방 내린 락시가 나온다. 문 밖에서 빗물이 튕겨 들어오지만 장작불이 이글이글 타는 화덕의 술 고리 속 뜨거운 단지에는 새 술이 고인다. 여기서 과음하면 안 된다. 아직 아침이고, 들어가 앉아 보고 싶은 주막집은 수두룩하다.<계속> 

 

무슨 꽃인지 꽃 이름을 잊었지만 티하르 무렵에 피는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왼쪽 장대 사이에 높다랗게 쌓아둔 것은 옥수수.ⓒ김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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