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가 6월부터 바꾼 규정은

20세 이하 폴란드 피파 월드컵 축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이광연 골키퍼는 천재 선수 이강인 선수에 이어서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광연 골키퍼는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아르헨티나와의 F조 조별 예선과 일본과 16강전 그리고 세네갈과 8강 전 모두 한국 팀 골문을 지키고 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 이광연(강원 FC) 외에도 수원 삼성의 박지만,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최민수 등 3명의 골키퍼를 데리고 갔으나 이광연을 줄곧 주전으로 뛰게 하고 있다.

이광연은 골키퍼치고는 키가 작은 편인 185cm밖에 안 되지만, 탁월한 순발력과 점프력 그리고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데다 승부차기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이광연이 선수단과 함께 전세 비행기(이번 대회 4강 팀부터 전세 비행기 제공)로 12일 경기가 벌어질 루블린에 도착해서 호텔에 여장을 풀자, 룸으로 국제 전화가 걸려 왔다.

17세 이하, 20세 이하 등 각종 월드컵 축구대회는 골키퍼 3명을 엔트리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번 대회부터 승부차기 또는 페널티킥을 할 때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기 전까지,

반드시 한 쪽 발은 라인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광연: 네, 저 이광연입니다.

이운재: 나 이운재다. 골키퍼! 이-운-재.

이광연: 아! 네~ 저, 정말 이운재 골키퍼세요?

이운재: 그렇다니까, 아무튼 4강까지 올라간 거 축하한다. 너 세네갈과 승부차기에서 디아 은디아에가 찬 슈팅 막는 것 봤어. 정말 잘 막았어.

이광연: 선생님이 2002 한일월드컵 때 4강전 스페인전에서 호아킨 선수의 승부차기 슈팅을 막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참~ 저 그 장면 수백 번 돌려 봤어요. 사실 우리 골키퍼들의 교과서예요.

이운재: 어쩌다 걸려든거지 뭐. 그건 그렇고 너 승부차기(페널티킥)할 때 키커 눈을 보더라, 그거 아주 잘하는 거다.

이광연: 네, 그런 것 같아요. 세네갈 마지막 5번째 키커 카뱅 디아뉴는 제 눈을 피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뻥~ 하고 크로스바 위로 차 버리더라구요.

이운재: 바로 그거야, 호아킨도 내 눈을 피하더라니깐.

이광연: 그런데 이제부터예요, 12일 에콰도르전이 고비가 될 것 같아요.

이운재: 키커가 차는 방향을 안다면, 골키퍼는 30cm만 막으면 돼, 골포스트 간 거리가 7m 32cm나 되지만, 골키퍼가 골포스트 정중앙에서 한쪽 골포스트 쪽으로 누워 손을 뻗으면 손과 골포스트 사이는 불과 20~30cm밖에 남지 않거든. 골키퍼가 막지 못하는 공간은 그렇게 넓지 않은 셈이지.

이광연: 근데 키커가 차는 방향을 어떻게 알아요?

이운재: 발목이야. 키커 발목을 보면 어느 방향으로 차는지 알 수 있지.

이광연: 바쁘네요, 키커의 눈, 발목을 다 봐야 하니깐요.

이운재: 순서가 있어, 눈을 마주친 다음에 시선을 발목으로 떨어트리는 거지.

이광연: 승부차기는 그렇구요, 필드골을 어떻게 막아요?

이운재: 인플레이 상태에서는 슈터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월드컵에 출전할 정도의 공격수들은 보통 선수들보다 타이밍이 한 박자 빠르거든. 그리고 골키퍼는 수비진은 물론 필드플레이어들을 지휘해야 한다.

이광연: 네, 명심하겠습니다.

8강 세네갈 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부를 이끈 U20 대표팀 이광연 골키퍼, 그에게서 2002년 활약한 이운재 골키퍼의 향기가 난다.
8강 세네갈 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를 이끈 U20 대표팀 이광연 골키퍼, 그에게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이운재 골키퍼의 향기가 난다.

이운재: 너~ 뭐 징크스 있냐···. 나는 현역 때 경기 당일에는 계란, 미역, 김을 먹지 않았었거든. 미신 같지만 계란 먹으면 알 깐다, 미역 먹으면 미끄러진다, 김 먹으면 김샌다고 해서···.

이광연: 저는 징크스 없어요. 계란, 미역, 김 없어서 못 먹어요.

이운재: 역시 신세대는 다르구나.

이광연: 참, 선배님은 승부차기할 때 어떤 루틴이 있었어요?

이운재: 나는 키커가 차기 전에 미리 움직이지 않아, 나를 중심으로 좌우 1.5m정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막거든, 승부차기 하면 5개 중 3~4개는 그 안에 들어와, 네가 그날(디아 은디아예의 슈팅을) 막아낸 것도 바로 그런 원리거든. 은디아예의 슛이 너의 반경 1.5m 안에 들어왔고 너는 미리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막아낼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미리 움직이지 말고, 자기를 기준으로 좌우 1.5m 이내로 날아오는 슈팅은 막아낸다는 생각을 하면 매우 효과적일 거야.

이광연: 나도 모르게 선배님처럼 막아낸 거네요?

이운재: 그러네.

이광연: 그러면 페널티 키커들은 어떤 심정으로 슈팅을 하는 걸까요?

이운재: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이 결정한 지점으로 차는 경우, 두 번째는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차는 경우, 그 어떤 경우라도 슈팅을 막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거야.

이광연: 그러니까 ‘이기려면 기다리라’는 얘기죠? 오늘 여러모로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제갈용 감독님이 부르시네요.

이운재: 그래, 마지막까지 잘 해라(얘가~ 내가 쓴 유일한 저서 ‘이기려면 기다려라’를 본 건가? 다 알고 물어보는 것 같네).

36년 만에 U-20 대회 준결승에 진출, 4강 신화를 재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12일 새벽 3:30분 에콰도르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단판 대결을 벌인다(사진= fifa.com).
36년 만에 U-20 대회 준결승에 진출, 4강 신화를 재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12일 새벽 3:30분 에콰도르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단판 대결을 벌인다(사진= fifa.com).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야구가 야단법석』,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 등 30여 권에 이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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