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칼럼] 음악·기부·재활 삼박자로 경마장 탈바꿈
[말산업 칼럼] 음악·기부·재활 삼박자로 경마장 탈바꿈
  • 이용준
    이용준 cromlee21@horsebiz.com
  • 승인 2019.06.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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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공원 콘써-트’ 세대·시대 갈등 해소···조화 추구·인식 개선 시발 첫 무대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과정에 있어 핵심 요소는 분열과 갈등, 반목과 혐오를 넘어 조화를 추구하는 노력일 게다. 문재인 정부 3년 차, 적폐 저항은 여전한 데다 아직도 저가 정상인 듯 활개 하는 와중에 선거개혁법,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은 조속히 통과해야 할 ‘뜨거운 감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관용(tolerance) 정신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반, 새로운 체제를 이끌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사실 필자는 이 ‘톨레랑스’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황희 정승처럼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보다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는 유연함은 리더의 덕목을 내세울 뿐, 궁극적으로 인간과 세계의 선함과 악함, 정의와 부정의를 가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분열과 혐오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상대적 수단일 수는 있어도 피조물이 추구할 궁극적 가치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사진으로만 보지만, 참 오랜만이다. 경마장에 젊음과 자유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 우리 안방을 객에게 온전히 내준 일이. 돈과 명예, 자기애에 혈안이 돼서는 맛볼 수 없는 가치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그리고 실천하면 이 훌륭한 인프라와 자원들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건 결국 시간문제다. 장면 담아내느라 공연도 제대로 못 보고, 늦게까지 고생한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에둘러 전하며. ⓒ미디어피아 안치호
이번에도 사진으로만 보지만, 참 오랜만이다. 경마장에 젊음과 자유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 돈과 명예, 자기애에 혈안이 돼서는 맛볼 수 없는 가치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잘난 체가 길었다. 우리 말산업이 가장 대척한 대상은 해소되지 않은 내부 적폐도, 독점 비즈니스 파트너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일상을 사는 국민 대다수. 경마 도입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왜곡된 부분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자처한 역사도 부정할 수 없다. 경마는 도박이고 승마는 귀족 놀음이라는 해묵은 편견, 쉽게 깰 수 없지만 후대인 우리가 바꿔야 할 과제인 건 분명한 이유다.

톨레랑스는 여기서 주관자의 중요한 방법론적 도구로 등장한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지난해 모교 후배들과 한 인터뷰에서 인륜과 관용, 역지사지의 정신을 인간 덕목으로 강조하며 이를 근거로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이라는 공헌 노력, 그 역할을 내세운 바 있다. 이후 △전 국민 승마 체험 도입 △국민 드림 마차 기증 △용산 문화공감센터의 국민 장학관 개장 △힐링 승마 등 공익 승마 확대 등 말산업 전담 기관, 마사회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회 공헌 콘텐츠를 발굴, 시행해오면서 인식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방점은 지난 주말 찍혔다. 6월 8일 토요일 저녁 8시, ‘경마공원 콘써-트’를 개최한 한국마사회는 입장 수익과 매칭한 기부금을 더해 총 4,000만 원을 난치성 소아 환자를 위해 기부했다. ‘뉴트로’ 감성을 입혀 2030세대와 3049세대를 아우른 대형 이벤트로 6,157석 전석이 매진됐다고. 행사에 앞서 일명 ‘퍼네이션(Funation)’으로 조성한 기부금을 소아암 환아와 가족에 직접 기부금을 전달하고, 재활승마도 진행했으며 공연도 함께 관람했다.

과거에는 단지 흥행과 가십거리 또는 ‘눈요기’를 위해 수천만 원씩 들여 유명 아이돌을 불러 경마장 ‘들러리’로 내세웠다면, 이번 ‘경마공원 콘써-트’는 기획부터 참신하고 결과도 좋았던 또 하나의 주요한 사례로 기억될 듯싶다. 갈등하는 세대와 시대, 편견을 풀어내고 말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 가능하다는 첫 무대, 그 시발점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작은 역사가 됐다.

이번에도 사진으로만 보지만, 참 오랜만이다. 경마장에 젊음과 자유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 우리 안방을 객에게 온전히 내준 일이. 돈과 명예, 자기애에 혈안이 돼서는 맛볼 수 없는 가치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그리고 실천하면 이 훌륭한 인프라와 자원들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건 결국 시간문제다. 장면 담아내느라 공연도 제대로 못 보고, 늦게까지 고생한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에둘러 전하며. ⓒ미디어피아 안치호
생각만 조금 바꾸면, 그리고 실천하면 이 훌륭한 인프라와 자원들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건 결국 시간문제다. 장면 담아내느라 공연도 제대로 못 보고, 늦게까지 고생한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에둘러 전하며. ⓒ미디어피아 안치호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낙순 회장 부임 이후 한국마사회는 늦어도 꾸준하게(slowly and steady) 인식 전환, 즉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작지만 많은 일을 하는 게 곳곳에 눈에 띈다. 애물단지였던 86승마경기장은 올해 말까지 개보수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거엔 직원 주차장으로 쓰기도 했고, 승마대회 때마다 먼지가 날려 관중과 고객에 불편을 줬다면 잔디를 깔고 노후 관람석을 개선하고 규사 마장을 조성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출입하는 경마 예상지 기자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했다. ‘보안’ 탓으로 출입증을 매년 갱신하게 해 번거로웠던 과거와 달리 정식 출입증을 발급하면서 사용자 중심의 환경 개선으로 관리와 보안 모두 잡을 수 있게 했다. ‘경마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문화공감센터 내에서 운영하는 지정좌석제 확대 도입이라든지 주차장 유료화로 팬들에게만 짐을 지워 발걸음을 돌리게 했던 정책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한국마사회는 7월 5일부터 장외발매소 이용료와 입장료 인하 및 좌석 운영 모델 변경을 한다고 6월 13일 공식 발표했다).

진정한 변화, 혁신은 내부 공감에서 비롯되지 억지로 밀어붙여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바쁜 가운데 최근 만났던 한 취재원은 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필자에게 늘 안목과 통찰을 던지고, 공감의 리더십을 먼저 선보이는데 이번에도 그는 헤겔 철학의 ‘정반합’에 대해 말했다. 아마도 정상화 과정에 있어서 하모니, 즉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일이 전체를 이롭게 하는 일임을 강조한 것이리라. 관용, 조화, 공감을 추구한 역사는 발전 순환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회 변혁 이론’이라는 독재, 파시즘을 정당화한 오류 또한 ‘반(反)’ 명제로 나타났듯이 헤겔의 절대 철학 역시 결국 하나의 상대 철학이고 도구였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식자인 척하는 필자의 푸념을 포함해 철학은 거의 전부 개똥이라는 것. 결국 실천에 달렸다. 그 실천은 고상한 시대정신(Zeitgeist)이나 어려운 목적성에서 발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곳, 현실에 발붙이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고 먼저 국민에게 다가서려 하며 가족과 같은 직원, 팬들의 애로를 덜어주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마공원 콘써-트’ 그리고 정상화를 향한 ‘국민마사회’의 노력들이 작지만 의미 있다고 감히 평가해본다. 아무쪼록 국민을 향한 헌신과 봉사가 뜬구름 잡거나 홍보용이 아닌, 공기업과 정부 산하 기관의 최우선 가치가 되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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