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두’ 20주년·투머치토커 박찬호 선수 근황···‘형이 왜 거기서 나와?’

자유한국당이 2020년 4월에 치러질 총선에 대비해서 2000여 명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영입 대상에 박찬호와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 그리고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자유한국당이 일단 당내 추천을 받아 자체적으로 명단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국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박찬호 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역삼동에 있는 KBO 홍보실에 들어선 박찬호 씨가 홍보실장에게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한만두란 1994년 4월 24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다저스 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박찬호 선수가 페르난도 타티스 선수에게 3회 초 한 이닝에 만루 홈런 2방을 얻어맞은 사건, 앞으로 메이저리그 수백 년 동안에도 나오지 않을 진기록이다. 23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류현진 선발 경기를 찾아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박찬호 선수(사진= MBC 중계화면 캡처).
한만두란 1994년 4월 24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다저스 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박찬호 선수가 페르난도 타티스 선수에게 3회 초 한 이닝에 만루 홈런 2방을 얻어맞은 사건, 앞으로 메이저리그 수백 년 동안에도 나오지 않을 진기록이다. 23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류현진 선발 경기를 찾아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박찬호 선수(사진= MBC 중계화면 캡처).

박찬호: 이 건물이 지난 80년대 우리(한화 그룹) 팀이 제 7구단으로 참여를 하면서 기부채납한 건물이잖아요? 86년부터 지어서 2년여만인 88년에 완공이 되었다지 아마.

홍보실장: 네, 당시 빙그레 이글스팀이 7구단으로 참여를 하면서 가입비 30억 원 대신에 대지구입비, 설계비, 건설비 등 모두 25억 원을 들여 지은 겁니다.

박찬호: 지금은 얼마 정도 하나요?

홍보실장: 네, 자세히는 모르지만 적어도 300억 원 정도는 할 겁니다. 그래도 강남 을지병원 사거리에 있는 ‘박찬호 건물’보다는 싸지요. 그 13층 건물, 500억 원은 나갈걸요?

박찬호: 씰데 없는 소리 말고, 한화(빙그레)가 큰일 했네. 당시 30억 원을 현금으로 냈다면 그 눈먼 돈이 어디로 샜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KBO 자산으로 영구히 남게 되었으니···. 암튼 잠시 후 기자회견 때 기자 분들 편하게 앉아서 취재할 수 있도록 주세요.

홍보실장: 참~ 류현진 선수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 로키즈와의 경기에서 10승에 도전할 때 관중석에 계신 걸 봤는데, 하루 만에 오셨네요.

박찬호: LA에 있는 집에도 들리지 못하고 경기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류)현진이는 아홉수에 단단히 걸려 있더구만. 올 시즌 10승, 통산 50승을 단 1승 남겨 놓고 3게임 연속 실패했으니, 에이그,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기자회견장에는 KBO에 등록된 프로야구 담당 기자들뿐만 아니라, 각 정당을 출입하는 정치 담당 기자들도 다수 포함되었다.

KBO 홍보실장: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관심을 갖고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 오늘 여러분을 만나실 KBO의 박찬호 국제 홍보위원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박찬호: 기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그러면 먼저 제 입장을 말씀드리고 여러분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박찬호 위원은 말을 마치고 A4 용지를 한 장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박찬홉니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에서 저를 인재영입 대상에 올려놓은 것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우선 고맙습니다. 저를 야구, 아니 스포츠 쪽 인재로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공, 사석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정치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 정치를 할 만한 인물이 못 됩니다. 정치인은 서브(service) 즉 봉사 정신과 함께 프루던스(prudence), 굳이 우리말로 사려 그리고 커리지(courage) 즉,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치의 기본은 가치의 배분, 갈등의 조정이기 때문에 마땅히 사려 깊어야 하고, 기존의 법과 관행을 깨야 하므로 대단한 용기도 요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함량미달(含量未達)입니다. 저를 (스포츠 또는 야구) 인재로 봐주시는 것은 고맙습니다만, 앞으로 다시는 정치 쪽으로 끌어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읽은 A4 용지를 안주머니에 넣은 박찬호 씨가 기자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박찬호: 그러면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 자리에 오신 기자분들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네, 저기 연합뉴스 강 기자님!

강 기자: 박찬호 씨는 메이저리그 현역 시절에는 공이 160km에 이를 만큼 빨라서 코리안 특급(Korean Express)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말을 잘해서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라고 불리고 있어서 공당에 들어가셔서 대변인 역할을 맡으시면 잘 할 것 같은데요.

박찬호: 제가 수다쟁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꼬시네요, 야구에 관해서 투머치토커지,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습니다. 에~ 또~ 다른 기자님! 네 저기 부산에서 오셨네요, 부산일보 전 기자님!

전 기자: 그러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콜해도 안 가실 겁니까?

박찬호: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에서 오라고 해도 안 가요, 정치는 안 한 다니깐요! 자~ 다음에 저기~ 하얀 볼펜을 드신 외신기자분.

외신기자: 저~ 한~만~두.

박찬호: 잠깐! 이 자리에서 야구 관련 질문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KBO 홍보실장이 박찬호 씨에게 긴급하게 쪽지를 건넸다)

박찬호: (쪽지를 펴서 읽더니) 나~ 원~ 참, 자유한국당에서 메시지가 왔는데 이번 인제 영입 대상이 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 선수였다는데요,

기자일동: !?!

기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후 박찬호 씨가 혼자 말로 투덜댔다(역시 반민특위를 반문특위로 둘러대는 솜씨 어딜 가나).

기아 타이거즈 박찬호 선수(왼쪽)는 요즘 대세다. 기아 타이거즈 내야수로 공격과 수비의 핵심 멤버다. 메이저리거 박찬호와는 단 한자가 다르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중간 한자가 贊(도울 찬). KIA 박찬호는 중간 한자를 燦(빛날 찬)으로 표기하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박찬호 선수(왼쪽)는 요즘 대세다. 기아 타이거즈 내야수로 공격과 수비의 핵심 멤버다. 메이저리거 박찬호와는 단 한자가 다르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중간 한자가 贊(도울 찬). KIA 박찬호는 중간 한자를 燦(빛날 찬)으로 표기하고 있다.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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