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없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공기가 좋으면 항상 가방을 챙겨 어디론가 떠나곤 한다. 항상 푸른 하늘을 마주하고 살면 좋으련만, 뿌연 하늘을 만나는 날이 더 많은 일상이 돼버렸다. 카메라를 챙겨 나왔으니 어디든 가야 한다. 사실 날씨가 좋으면 산이든 물이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굳이 멀리 떠날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에는 가까이 있어 놓치는 소중함이 너무 많다. 집 근처에 있는 의왕시 백운호수로 향한다. 오랜 시절 가까이 두고 바라보았던 호수인데, 문득 가보고 싶어졌다. 항상 자동차를 타고 지나다니며 찾아가 봐야지 했는데, 벌써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백운호수를 거닐 수 있는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졌다. 호수 둘레를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책로다. 호수 위를 걷는 건 생각도 안 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준비되어 있어 놀라웠다. 호수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카페들도 많다. 호수를 바라보며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일반 카페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겠지만, 이제 여행자 입장에서 '자릿값'이라는걸 생각하게 된다. 주말 호수 근처로 자동차를 끌고 나오면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백운호수 주변의 카페들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백운호수의 모습이 눈에 가득 찬다. 호수 위로 가지런히 만들어진 길, 멀리 새로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의 모습도 보인다. 어릴 적 백운호수가 꽁꽁 어는 겨울이면 위에서 썰매를 타곤 했다. 그게 내 기억 속 마지막 백운호수의 추억이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어린 시절 추억이 사라져갔다. 백운호수 뒤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온 모습도 아직까지는 낯설다. 호수의 자연도 잘 보존하면서 도심과 잘 어우러진 친환경 아파트 단지가 되길 기대할 뿐이다. 아파트가 완공되고 야경이 멋진 백운호수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해본다.

 

예전보다 수질관리가 잘 되는 걸까? 예전에는 깨끗한 호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은 백운호수는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뉴질랜드나 유럽에서 마주했던 비현실적인 호수의 색은 아니지만, 맑은 하늘 아래 비진 호수의 모습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의왕시 사람들의 안락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백운호수. 왕송호수와 더불어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아파트를 등지고 사진을 찍으니 또 느낌이 다르다. 아무리 좋아도 인간의 인공물보다는 자연이 나타내는 아름다움과는 비교할 수 없다. 백운호수는 1953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호수이다. 의왕시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도 몰랐던 사실이다. 지금은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지며 의왕시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 사랑받는 여행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너무 익숙하고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몰랐던, 소소한 행복을 주는 아름다움이다. 

 

아쉽게도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따로 일몰 사진을 찍어볼까 한다. 호수를 뜨겁게 달구는 햇살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는다. 자연의 생명들이 존재감을 뽐내듯 푸른 손길을 내민다. 무성한 나뭇잎을 옆에 두고 호수 위를 걷는 기분, 삭막한 도심에서 느끼지 못했던 특별함이다. 자연의 기운에 흠뻑 젖어 거닐다 보면 어느덧 호수의 끝자락에 다다른다.

 

마지막으로 백운호수에 왔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항상 옆에 있기에 더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해가 질수록 깊어지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보니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앞으로 종종 사람들을 데리고 함께 백운호수를 찾아야겠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당연하기에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아름다운 여행지가 그러했다. 해외여행, 대한민국 명소를 찾아다니면서 정작 내 옆에 있는 것을 돌아보지 못했다. 앞으로는 이곳을 자주 찾을 듯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마음이 복잡할 때 천천히 호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들었다. 이미 많은 의왕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조만간 해가지는 백운호수의 모습도 마음에 담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가깝지만 돌아보지 못했던 모든 것을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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