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재벌’ 트럼트 대통령, 박세리 선수 만나 골프 ‘화합’ 제안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 걸쳐 초특급 골프장 17개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골프장 재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12곳을 비롯해 ‘골프의 성지’ 영국 스코틀랜드에 2곳, 아일랜드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각각 한 곳이 있다.

지난 2018년 UAE의 두바이에 문을 연 ‘트럼프 월드 골프클럽 두바이’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설계를 맡은 트럼프의 17번째 골프장이었다.

트럼프 소유의 대표적인 골프장은 지난 2004년 문을 연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다. 경영이 어려운 소유주로부터 구입한 다른 골프장과 달리 이 코스는 처음부터 새로 만든 첫 골프장이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 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바로 그 코스다. 또한 그 코스에서는 오는 2022년 미국프로골프협회 PGA투어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PGA 챔피언십 대회’가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골프광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미국을 방문할 때나 트럼프를 일본으로 초대할 때나 골프장 투어를 빼놓지 않았다.

보기 플레이어로 알려진 아베는 지난 4월 27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버지니아 주 스털링 소재의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딩을 함께했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5월 26일 지바현 모바라시에 있는 모바라 골프장에서 하루 종일 함께 골프를 치며 브로맨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첫 방한 당시 청와대는 만찬에 박성현 선수를 초대하려 했지만, 박성현의 LPGA 투어 일정 등으로 불발됐다. 대신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DMZ에서 상봉했다(사진=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 첫 방한 당시 청와대는 만찬에 박성현 선수를 초대하려 했지만, 박성현의 LPGA 투어 일정 등으로 불발됐다. 대신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DMZ에서 상봉했다(사진=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아베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정상의 골프회동은 벌써 다섯 번이나 된다.

트럼프는 골프에 대해서 많은 상식을 갖고 있고,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 아니카 소랜스템, 박세리 등 전, 현직의 세계적인 남녀 정상 골퍼들과의 친분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첫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미국 뉴저지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의 위대한 골프 선수인 박성현이 우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US오픈 대회가 열린 4일 내내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았고, 박성현 선수가 우승하는 순간, 엄지 척을 하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당시 청와대는 만찬에 박성현 선수를 초대하려 했지만, 박성현의 LPGA 투어 일정 등으로 불발이 되었었다.

그러나 지난 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1박2일로 방한했을 때 청와대는 LPGA의 전설, 박세리 감독을 초대했었다.

박 감독은 박세리 키드들을 배출한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이다.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맨발 투혼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 선수가 되기 위해 골퍼로 입문한 1986~88년생들을 ‘박세리 키드 세대’라고 한다.

그 가운데 88년생 소녀들이 받은 영향이 절대적인데, 박인비를 비롯해서 김인경, 신지애, 김하늘 나중에 1987년 생으로 바꾼 최나연 등은 당시 엘리트 체육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10세(초등학교 3~4학년)였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가대표 또는 미국 여자 프로골프 LPGA 정규 멤버가 되었다. 그날 환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박세리 감독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성현을 비롯해 지금 미국여자프로골프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성 골퍼들이 모두 박세리의 성공을 보고 그 꿈을 따라간 ‘박세리 키즈’다”라고 소개를 했다.

골프광인 트럼프도 LPGA 무대에서 스웨덴의 아니카 소랜스탐, 호주의 카리 웹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던 박세리 선수를 익히 알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박세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물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골프광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미국을 방문할 때나 트럼프를 일본으로 초대할 때나 골프장 투어를 빼 놓지 않았다(사진= 위키피디아).
일본의 아베 총리는 골프광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미국을 방문할 때나 트럼프를 일본으로 초대할 때나 골프장 투어를 빼 놓지 않았다(사진= 위키피디아).

트럼프 ; (트럼프가 특유의 눈을 부라리며)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너무 잘한다. 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 것 아니냐?

박세리 ; 아무래도 훈련을 많이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트럼프 ; 앞서 문 대통령님이 소개한 박세리 키즈 가운데 박인비 선수도 포함되나?

박세리 ; 아! 각하, 박인비 선수도···.

트럼프 ; 얼마 전, 홀 오브 페임에 들어갔잖아요.

박세리 ; 네 맞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가입되었습니다. 박인비 선수는 88년 생으로,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박세리 키즈’ 가운데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트럼프 ; 내가 기억하기로는 2017 여자 US오픈 우승 선수도 팍 선수인 것으로 아는데.

박세리 ; 아~ 네~ 박성현 선수!

트럼프 ; 그러면 박세리 당신과 박인비, 박성현 등 ‘팍! 패밀리’와 여자 골프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거 아니냐.

(그때 옆에서 수행하고 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폼페이오 ; 그렇지 않습니다. LPGA 무대에는 팍 패밀리 말고도 이정현6 등 이정현만해도 여러 명 있고, 또 뭐냐 고진영, 김효주, 김세영, 양희영, 최나연 등 다른 성을 가진 선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트럼프 ; 음 그렇군, (박) 세리 씨, 그럼 우리 언제 골프 한번 칠까요?

박세리 ;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추어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트럼프 ; (트럼프가 미국인 특유의 양 어깨를 들어 올리며) 좋아요, 저도 여성이라고 살살 치지 않습니다.

박세리 ; 그리고 저~ 아무리 대통령님이라도 ‘아부 골프’는 안칩니다.

트럼프 ; 아~ 부 골프?

박세리 ; 아베가 치는 게 아~ 부 골프에요.

트럼프 ; 아! 아~부~총~리. 푸들 총리라고도 하지 아마.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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