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커버(Cover),'덮다'라는데서 기인한 기존 곡을 다른 음악인이 다시 연주하는 커버는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진 곡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어필한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청중들도 알고 있는 곡을 연주자만의 개성과 스타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선호한다. 과거 베토벤, 쇼팽, 리스트, 프로코피에프 등의 곡들을 얼마나 작곡가가의 의도한 바에 가깝게 재연하느냐가 연주론의 핵심인 클래식은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곡들을 연주하기 때문에 커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쇼팽 발라드는 너도나도 치면서 대중가요나 아이돌 또는 영화음악 등을 예술적으로 편곡해서 무대에 올리는 건 아직도 프로연주자들이 망설이고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일례로 독주회에 BTS메들리를 편곡해서 프로그램화 하자는 제안에 좋다고 맞장구는 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독주회에서는 하기 꺼려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직은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로 음악계 내에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심정이 제일 클 것이다.비틀즈 메들리는 실내악이나 악단의 공연시는 심심치 않게 올려 관객의 호응을 바라면서 BTS나 홍진영은 안된다는 게 이율배반적이긴하다. 하긴 지금은 약방의 감초처럼 여러군데 끼어 연주되는 피아졸라만 해도 높은 예술성과 민족적인 고유풍미에도 불구 90년대까지 클래식 정규 레퍼토리로 여기지 않았다. 누가 먼저 하냐가 관건이다. 소프라노 김지현이 <봉정사>를 부르니 초연 1년여도 안된 마당에 그걸 보고 듣고 너도나도 하려고 하고 학계 원로나 권위자들이 연주하면 그게 정식 레퍼토리로 인정이 되니까 말이다.

현재 피아노로 편곡작업 중인 디즈니 영화 실사판 알라딘 OST 중에서 Speechless의 처음 부분
현재 피아노로 편곡작업 중인 디즈니 영화 실사판 알라딘 OST 중에서 Speechless의 처음 부분

 한국 클래식음악계 생태계를 알고 현재 구조 하에 많은 경험과 성찰을 겪은 연주자들은 고집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생존과 정착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하면서 주구장창 주장해 왔던 내 비전과 기획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동참을 하려고 한다. 현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여러 커버들은 보면서 그중 디즈니 실사판 영화 <알라딘>의 <Speechless>를 한층 업그레이드 된 판으로 편곡 함에 있어 실태를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첫째, 장르불문하고 무수히 많은 커버음반

가수 바다도 Speechless를 불렀다. 자신의 공식 채널에 공개하자 조회수 50만 뷰가 돌파했다. 팬들이 바다의 목소리로 Speechless를 듣길 갈망했고 원곡과 비교해 가며 감탄과 찬사가 줄을 잇는다. '바다'같은 인지도가 높은 대중가수도 자신의 채널에 태연의 '사계'부터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국내 가요와 팝송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며 채널 구독자들의 요구에 부흥하고 팬들을 만족시키며 자신만의 색채를 과감없이 뽑내고 있다.

둘째, 클래식 음악인들의 학벌타령은 개나 줘버려????

유학? 돈 있고 공부 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하등 없다. 본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리고 한시라도 젊은 나이에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 클래식음악 발생의 근원과 분위기를 체험하는건 양팔로 떠밀면서 권장할 일이다. 허나 유학의 유무와 학위취득이 '취업'과 '스펙'의 조건으로 전락하는 건 반대고 또 현 상황에서는 책가방 길이와 취직, 음악인으로서 활동과 지명도와는 연관성이 희박하는 사실이 명백하게 들어났다. 지금 유튜브나 미디어 또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음악인들은 콩쿠르 입상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국위선양한 사람들 말고는 다양한 콘텐츠와 접근법으로 음악을 통해 이슈몰이, 화제집중을 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에선 연주만 잘하고 방송이나 눈에 들어나는 콘텐츠의 질이 중요하지 학력은 일차적인 관심도가 아니요 연주력은 판단기준도 거의 없다. 그럼 공부를 많이 한 연주자들이 커버나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간다면 시장에 상품이 더욱 많아져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고 연주자들은 팬을 확보할 수 있어 일거양득 아닌가! 그럼 안그래도 지금 강사법의 시행 및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학교 취업이나 레슨이 줄어드는 판국에 연주자로서 자립하여 레슨이 아닌 다른 걸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곡에 대한 접근, Speechless는 되는데 Cheer Up, Jiny는 안되????

필자가 작곡, 작년 2월 SW아트컴퍼니의 신예 피아니스트 지니 장윤진을 통해 출시된 뮤직 비디오 <Cheer Up, Jiny>(곡명과 동일)은 현재 7월 11일 기준, 조회수 1043회에 불과하다. 그런데 알라딘의 Speechless를 분석하면서 여러모로 <Cheer up, Jiny>와 리듬적으로 선율적으로 악풍과 진행이 유사한 점을 발견했는데 하나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하나는 있는지도 모르는 이런 실태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뮤지션의 지명도 차이? 홍보와 마케팅의 차이? 영화와 대중 미디어의 파급력? 비슷한 작품성과 예술성이라면 만약 Cheer Up이 영화 알라딘에 끼워팔아졌다면 지금보다는 더한 유명세를 타고 알려졌을거란 반증? 악보를 무료로 배포해서 블로그에도 올려 놨는데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하나 분명히 다른 점은 Cheer up이 Speechless보다 피아노 테크닉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 쉬운 버전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칠까?

 

다행스러운 점은 음악은 <기록예술>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로 주목 받고 빵하고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못 받고 소멸되는 것들이 부지기수이다. 운이 없어, 때를 못 만나, 타이밍이 어긋나서 숱한 정보와 상품들의 홍수 속에 그저 제대로 목소리도 한번 내보고 휩쓸려 떠내려가는 거 투성이인 마당에 피아니스트 장윤진이 연주하는 <Cheer Up, Jiny>가 이런 <작은 것들>을 위해 응원하고 언젠가는 빛을 볼거라는 확신하에 오늘도 정진하게 만든다. 모든 작은 것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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