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로 시 쓰기
        
윤 한 로

 

좀 투박스러워도 없어 보여도
덜떨어져 보여도
시가 좀 안 돼도
씹혀도 좀 쪽팔려도
멋대가리 잔대가리
굴리지 말아야 하는데
무얼 쓸 때마다
쓴답시고 나도 모르게
멋대가리 잔대가릴 굴리게 되곤
굴리는 족족,
어떻게 된 건가!
내가 쓰는 말은 일본말 찌꺼기
끼어드는구나 달라붙는구나 그러구러
생각까지 남에 생각
느낌까지 남에 느낌
아아, 진실을 죄 죽이는구나
영혼 마냥 썩어 문드러지누나
쉽고 수수하게 그냥 촌스럽게
꾸밈없이 써야만 했어
먹고 자고 싸고 웃고 울고 놀던
엄마 말로다 써야만 했어
끊는다고 끊으려고 해도
벽에다 머리를 갈아도
끊을 수 없구나 떨굴 수 없구나
멋대가리 잔대가리 때문에 들러붙는
내 왜말 찌꺼기 시 쓰기
똥을
몇 바가지 퍼먹어야 고칠 수 있을라나

 

 


시작 메모
나는 왜 이라고 쓰지 못하고 가옥이라고 쓸까. 나는 왜 에 따르면하면 될 걸 어렵게 에 의하면이라고 할까. ‘감옥에서 온 편지하면 될 걸, 어렵게 어렵게 감옥으로부터의 편지라고 할까. ‘웃는다고 쓰면 될 걸 굳이 미소를 띤다’, ‘미소를 짓는다라고 할까. 곳곳에 뿌리박은 일본말, 왜말 찌꺼기들. 나는 그걸 언제부터, 왜 쓰고 싶어 했을까, 쓰게 됐을까, 그게 왜말 찌꺼기인지 뭔지 알지는 못하면서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이것만은 알겠다. 난 진실한 삶을 살지 못했고, 진정한 아픔이 없었고, 눈물이 없었고, 웃음이 없었고, 뜨거움에다 사랑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무얼 쓸 때마다 쓸 거리가 없고, 그러나 의식의 심층 심연을 헤집는 듯, 나아가 감성까지 촉촉하게 적셔 주는 문장인 듯, 멋대가리는 부리고 싶고, 가르침은 주고 싶고. 그러구러 죄 말발로다 두리뭉실 넘어가자는 게였다. 내 영혼 그것들로 썩어 문드러지는 줄도 모르고. 지금부터라도 , 나무 등등이라고 쓰지 않고, 어릴 때부터 엄마랑 주욱 같이 쓰던 우리말 꽃이랑 나무랑이라고 쓰고 싶다. 쪼들리고 찌푸린 마음 활짝 펴고 싶다. 아아,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