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하반기 JTBC에서 방영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스카이캐슬>은 가상의 고등교육기관인 주남대학교의 정년트랙 교수진과 그 일가족에게 교직원 복지 목적의 사택 제공을 위한 타운하우스인 SKY 캐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용인 드라마이다. 스카이캐슬은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블랙코미디가 섞인 풍자 스릴러 드라마로서 대한민국의 입시 지옥을 제대로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나도 그랬다." "실제로 그렇더라." "현실은 정말로 이렇다." 같은 의견이 많이 나올 정도의 현 상황을 리얼하게 반영한 입시스릴러이다. 혹자는 이 드라마를 보고 설마 저렇게 과장되고 극단적일까 의구심을 품을 수 있지만 국내 명문 예중, 예고를 나온 클래식음악 전공자로서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다른 분야는 몰라도 클래식음악계는 SKY캐슬에서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 JTBC

 클래식음악계에서 연주자 또는 대학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예중-예고 입학과 유학은 필수가 되어버렸다. 소위 말하는 음악계 성골 루트는 다음과 같다

예술학교(중학교) - 예술고등학교 - 서울대학교 - 미국 명문대학 박사학위 취득

이 정도 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런데 저 위의 고리에서 서울대학교를 연세대학교나 이화여자대학교로 대체한다고 해도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오려면 저 위의 모든 과정은 학비만 합해도 어림잡아도 몇 억에 가까울 것이다.

첫째, 꼭 예중, 예고에 진학해야 하는가? 그냥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음악대학 진학도 가능하지 않는가?

물론 가능하지만 예중, 예고에 진학하는 것은 전문성과 집중을 확보하고 인맥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거기서 만난 이너서클이 그대로 대학으로 연결된다. 그럼 다른 인문계 중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전공연계 명문대 진학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둘째, 꼭 서울대학교나 연세대, 이대 등 명문대학에 진학해야 하는가?

이건 대답하기도 어이없어 답변을 패스한다. 실기로 위의 대학을 가려면 본인의 실력은 당연한 것이고 레슨이라 불리는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자명하고 유명 레슨선생님(스카이캐슬에서는 코디)의 레슨비는 학교 진학률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고 레슨을 한번이라도 더 받은 학생이 유리할 것이다.

셋째, 꼭 학비가 비싼 영미권 대학에 가서 굳이 박사학위까지 취득해야 하는가? 유학을 가야 하는가?

예전에야 영미권 박사학위 소지자가 현저히 적었고 학비가 없는 독일이나 성악은 오페라 벨칸토의 발상지 이태리, 목관악기는 프랑스 등으로 유학을 많이 갔지만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는 음악이 기능, 즉 학문이 아닌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서 종합대학에서 우리가 아는 석사네 박사네 하는 학위를 수여하는 것이 아닌 Diplom, 즉 전문가로서의 인정을 해준 자격증을 수여했는데 그런 유럽식 학위제도에 익숙치 않은 한국에서는 미국박사학위자를 우대하고 가산점을 부여하여 채용에 우대하였다. 그러다 보니 미국박사학위는 대학에 교수임용을 위한 플러스 알파 같은 것으로 인식되어 너도나도 미국유학을 선택하게 되어 지금은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이 드물게 되어 버린 것이다. 즉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끼리 경쟁하여 미국 대학 먹여 살리고 치킨게임을 가속화 한 것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은 학과 입학과 졸업을 항상 최우수로 하고 장학금도 안 받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재 중의 인재들만 넘친다. 학비 말고도 생활비를 포함하면 도대체 학업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였을지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다.
 좋다!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이야 더불어 잘살는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닌 내 자식 잘되고 성공하라고 시키는 것이니 10억을 쓰든 100억을 쓰든 그건 본인의 자산투자요 선택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대비 비효율적이고 손해 보는 영역이 또 있을까? 그럼 도대체 이렇게 막대한 지출과 오랜 시간 공부를 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끊임없는 학구열?

아니다! 대학에서 교수로서 취업이다.

 그렇게 해서 교수가 되면 예전엔 입시레슨이네, 뭐네 하면서 부와 명예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그런 호시절은 보고 자라고 그 밑에서 공부한 60~90년대 초반생들까지는 음악가로서의 성공은 교수가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그렇게 돈을 들이고 명문대에 진학해서 자신이 원하는 교수가 되고 아님 다른 좋은 직장을 얻어 공부한 만큼의 돈을 회수하고 현재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에 문제가 있다. 그렇게 돈을 들이고 교육에 올인했는데 성인이 되고 박사까지 취득했음에도 그게 끝이 아닌 돈 쓸 일의 진정한 시작이요 첩첩산중이다.

대학진학이 중고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며 진정한 교육이란 앙가주망(Engagement), 즉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을 배우는 것이다.
대학진학이 중고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며 진정한 교육이란 앙가주망(Engagement), 즉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의 인플레이션이 극도로 심하고 그들이 취업을 원하는 대학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클래식음악의 몰락으로 더 이상의 교수채용은 없을 것이고 있다손 치더라도 기간제와 같은 계약직 또는 갖은 명칭을 같다 붙이지만 결국에는 학교를 위해 임시적으로 쓰고 버리는 그런 고용 시스템의 도입과 포장으로 예전 같은 전임이네 정년보장이네 하는 시절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이미 학문의 보호자, 상아탑의 수명이 다했고 거대자본의 서비스업종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에 교수가 된다하더라도 예전 같은 명예와 안정 그리고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직책이 아닌 고객인 학생을 떠받들고 학생을 유치하는 영업사원 그리고 그렇게 졸업시킨 학생들을 취업까지 시켜야 하는 맞춤형 서비스 업종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그러려고 대학입시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엄마들이 몇 개 안되는 연습실 차지하려고 새벽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가? 그러려고 학교 다닐 때 실기점수 0.5점 차이로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같은 학교 학우를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시기하고 못 잡아 먹어 안달하였는가? 그러려고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닌 시험을 위한 시험,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기존 음악인들 돈벌이에 맞춘 평가와 입시, 콩쿠르에 목 매달았는가?

 SKY캐슬은 드라마가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교육정책이 아니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나 대중에 목말라 있고 돈벌이에만 치중한 입시전문가, 스타강사, 학원들, 에듀테이너들은 절대 못한다. 부모들의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생각들과 싸워가면서 오직 국가백년지계와 일자리가 아닌 사람을 지키려는 사명을 가진 사람만이 우리나라 교육과 미래를 바꿔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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