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예 재결위원 체험기
한국마사회, 공정 경마를 위해 엄격한 재결 과정 거쳐
연중 ‘명예심판위원 참관 프로그램’ 운영···투명성 제고 및 경마 홍보의 장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하나의 경마 경주가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준비와 절차를 거친다. 경주를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단 몇 분간 보여 지는 치열한 경주마들의 질주이지만, 이를 온전한 경마 상품으로 내놓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엄정한 절차가 수반돼야하는 것이다.

특히, 경마는 베팅(betting)이 접목된 레저 스포츠로 건전한 발전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올바른 판정 업무가 필수적이다. 과거 유일한 베팅 스포츠였던 한국경마는 폭력조직들의 승부조작 주요 타켓이 되며, 불공정 경마란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한국마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해 공정한 경마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특히, 공정한 경마 시행을 위해 재결위원회를 구성하고, 엄격한 판정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모습들은 합리적인 경마, 레저 경마의 가치를 높여가는 행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재결위에서는 공정한 경마 시행의 현장 모습을 직접 보이기 위해 ‘명예심판위원 참관 프로그램’을 연중 상시 운영 중이다. 하루 동안 일일 명예심판위원이 되어 경마가 공정하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이색 체험뿐 아니라 경마의 전반적인 시스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본지 기자는 14일 명예심판위원으로 임명돼 하루 동안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경마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떠한 준비 과정들을 거치는지 알아봤다.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몇 마리의 경주마를 출발대에 세워놓고 누가 더 빠른지를 가리는 게 경마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경마가 완성되기까지는 세밀한 준비와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 경주 출발 시각 1시간 전 장안소에 들어서는 경주마의 개체를 확인하고 마체검사하는 모습.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몇 마리의 경주마를 출발대에 세워놓고 누가 더 빠른지를 가리는 게 경마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경마가 완성되기까지는 세밀한 준비와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 경주 출발 시각 1시간 전 장안소에 들어서는 경주마의 개체를 확인하고 마체검사하는 모습.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 경주 1시간 전 – 장안소 집합·마체 검사·장안 검사

경주 출발 시각 1시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경주 준비 절차가 시작된다. 공식적인 첫 경주 절차는 출전마의 ‘장안소 집합’이다. 경주에 나서야 하는 출전 등록된 말들은 출발하기 1시간 전까지 경주로 지하에 있는 장안소에 모여야 한다. 모이는 과정 속에서 말 전문 수의사들이 투입돼 출전하는 경주마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즉, ‘마체검사’이다. 해당 말 개체가 오늘 출전하기로 한 말이 맞는지를 인식칩 판독을 통해 확인하고, 경주에 뛰어도 될 수 있을지를 다각도로 점검하는 것이다. 아울러, 말의 장구류 등이 제대로 착용됐는지를 보는 ‘장안 검사’ 등도 바로 진행된다.

■ 경주 50분 전

이어서 경주 전 출전마가 부담해야 할 무게를 확인하는 ‘전검량’이 진행된다. 이때 각 경주마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부담 중량’이라고 하는데 기수의 체중, 각종 장구류의 무게 등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경주마별로 부담중량이 다른데 이는 경주마가 지닌 능력 차이에 인위적인 조정을 통해 모든 경주마가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매번 똑같은 경주마가 우승한다면 흥미가 떨어질 테지만, 부담중량을 통한 조정으로 경주는 더욱 재미있어 진다.

‘부담중량’의 종류는 말의 연령에 따라 규정된 마령중량, 일정 기간 동안 각 경주마가 벌어들인 상금의 합계에 따라 차등을 주는 별정중량, 경주마의 능력별로 핸디캡전문위원에 의해 부여되는 핸디캡중량이 있다.

■ 경주 30분 전

경주 출발 30분 전부터는 일반 관람객들도 잘 아는 경주 과정이 펼쳐진다. 바로 ‘예시장’ 보행으로 경주로에 진입하기 전 출전마들의 걸음걸이 등을 선보이는 것이다. 경마팬들이 직접 말들의 건강 상태나 걸음걸이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 가장 먼저 기수가 경주마에 기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이뤄지는 장소를 ‘예시장(豫示場)’이라고 부른다.

경마장에 따라서는 예시장에서 멋진 워킹을 선보이는 경주마들에게 시상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올해 5월 12일 ‘제22회 코리안더비’ 출전마를 대상으로 ‘렛츠런 베스트 턴 아웃’이란 콘테스트를 최초 개최했다.

■ 경주 약 12분 전

예시장에서 보행을 마친 경주마들은 기수들이 기승한 상태로 경주로로 향한다. 관람객들이 위치한 관람대 앞을 지나 출발대가 있는 곳까지 기수들은 속보로 이동하는데 또 한 번의 마체검사가 진행된다. 앞서 마체검사를 한 번 마친 상태지만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마체 이상 여부를 한 번 더 점검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수의사는 관람대에서 멀리 떨어진 경주로 측면에 서서 속보를 하고 있는 경주마를 세심히 관찰한다.

경주마들이 출발위원들의 통제에 따라 출발대에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수의사들은 상시적으로 마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통상 경주마들이 출발대에서 경주 출발한 후 뒤따르는 차량이 두 대가 있는데 한 대는 기수의 안전사고를 위한 응급차량, 다른 한 대는 말 전문 수의사가 탑승한 차량이다.

예시장은 관람객이 경주에 나설 말과 기수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장소이다. 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마팬뿐 아니라 가족단위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예시장의 모습. ⓒ말산업저널 안치호
예시장은 관람객이 경주에 나설 말과 기수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장소이다. 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마팬뿐 아니라 가족단위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예시장의 모습. ⓒ말산업저널 안치호

■ 경주 출발

재결위원회는 앞서 설명한 전 과정을 총괄 운영·통제한다. 각자 영역에서 업무를 진행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경마개최운영위원회(재결위)에서 갖고 있다. 경마팬들의 베팅이 종료된 후 재결위에서는 출발 결정을 내린다. 이어 출발전문위원이 출발신호를 내면 경주가 시작된다.

경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재결위원들은 경마 시행 전반을 관찰하고 감시한다. 경주 방송 화면과 망원경을 통해 경주를 지켜보는 모습.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경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심판위원들은 경마 시행 전반을 관찰하고 감시한다. 경주 방송 화면과 망원경을 통해 경주를 지켜보는 모습.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 출발 이후

경주마들이 출발대를 떠나 질주하면 본격적인 경주가 펼쳐진다. 심판위원들은 관람대 6층에 위치한 장소에서 출발부터 결승점 통과까지의 전 과정을 면밀히 관찰한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다각도 영상뿐 아니라 망원경을 통해 육안 관찰도 한다. 바짝 긴장된 상태로 한 치의 순간도 놓치지 않을 태세이다. 누군가에게는 경마일에 열리는 경주 중 하나일 뿐이지만,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심판위원들에게는 한 경주 한 경주가 자세히 살펴야 할 업무이다. 더욱이 말과 함께 하는 경마이기에 어떠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고, 혹여 돌발상황 발생 시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 결승점 통과(순위 확인)

경주마들이 결승점을 통과하면 순위 판정실에서는 초당 1500장의 사진을 찍어 내는 정밀 카메라를 통해 순위를 확인한다. 순위 판정위원은 관람객들과 동일한 화면도 보지만, 더욱 다양한 각도의 사진들을 참조해 순위를 확인한다. 간발의 차이로 육안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다각도의 카메라 사진을 통해 어떤 말이 가장 먼저 결승지점을 지나쳤는지를 분석한다.

■ 경주 후(하마대)

경주 직후에 하마대(말을 내리는 장소)에서는 ‘후검량’이 진행된다. 경주에 나서기 전 출전마가 부담해야 했던 무게와 경주 후 측정한 무게가 동일한지 확인하는 절차이다. 역시 공정 경마를 위한 것이며, 이와 동시에 마체검사가 실시된다.

재결위는 경주에 있어 다소 의문이 든다고 판단하는 경주마에게 마체검사 대상마로 지정한다. 아울러, 경주 현장에 있는 말 전문 수의사의 입장에서 약간의 의문이 든다고 할 경우, 재결위의 특별한 지정 없이도 추가적인 마체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 경주 후(심의실)

재결위원회는 경주 후 가장 바빠진다. 경마 시행에 있어 총괄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모든 것을 결정해줘야 하는 심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경주가 종료되면 심판위원들은 심의실로 이동해 본격적인 정밀 심의를 한다. 방금 전 경주 화면을 돌려보며 출발시점부터 결승 통과시점까지를 면밀히 살핀다.

경주 화면을 통해 심의를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경주에 나섰던 기수들을 심의실로 바로 불러 당시의 상황을 묻기도 한다. 통역이 필요한 외국인 기수는 통역사가 동행한다.

재결 심판위원은 한국마사회법에 규정된 개최운영위원 중에서 임명되며, 경마장에 따라 심판위원장을 포함해 3~4명으로 구성된다. 심판위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대내외적인 보조 업무와 전문적인 조언을 위한 직원들도 활동하고 있다.

경주를 마친 후 재결위는 더욱 바빠진다. 심의실로 자리를 옮긴 재결위원들은 방금 전 경주 화면을 돌려보면서 출발시점부터 결승 통과시점까지를 면밀히 살핀다.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경주에 나섰던 기수들을 심의실로 바로 불러 당시의 상황을 묻기도 한다.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경주를 마친 후 재결위는 더욱 바빠진다. 심의실로 자리를 옮긴 심판위원들은 방금 전 경주 화면을 돌려보면서 출발시점부터 결승 통과시점까지를 면밀히 살핀다.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경주에 나섰던 기수들을 심의실로 바로 불러 당시의 상황을 묻기도 한다. ⓒ말산업저널 자료사진

■ 최종 순위 확정

‘순위 판정실’에서 순위 확인을 하지만, 최종적인 순위 확정은 재결위원회가 한다. 심의를 통해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다면 확인된 기존 순위대로 확정하며, 그 순간부터 발매창구를 통해 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4~5분 사이에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순위 확정 이후에도 기수 징계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 재결 리포트 작성 및 공지

계속되는 경주로 인해 경마일에는 앞서 설명한 ‘경마 과정’을 반복 시행한다. 비경마일에는 경마일에 심의한 재결 결과를 토대로 재결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를 공지한다. 통상적으로 법원에서 작성하는 재판서와 같은 역할로 단순히 재결 결과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넘어 고객들에게 공개함으로써 경마 이해도를 높이고, 공정한 경마 시행을 위한 근거 자료가 쓰인다.

이날 함께한 한 심판위원은 “공정 경마를 위해 공정한 판정은 필수적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납득이 가는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공정 경마를 위해 많은 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언젠간 경마 이미지 제고와 함께 빛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마 경주가 열리기까지는 많은 준비와 절차가 필요하다. 경주를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단 몇 분간 보여 지는 치열한 경주마들의 질주이지만, 이를 온전한 경마 상품으로 내놓기까지는 수많은 과정과 절차가 수반된다. 일일 재결위원 체험을 통해 그동안 일반인은 잘 모르는 경주의 세계와 흐름을 담았다. ⓒ말산업저널 안치호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마 경주가 열리기까지는 많은 준비와 절차가 필요하다. 경주를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단 몇 분간 보여 지는 치열한 경주마들의 질주이지만, 이를 온전한 경마 상품으로 내놓기까지는 수많은 과정과 절차가 수반된다. 일일 명예 심판위원 체험을 통해 그동안 일반인은 잘 모르는 경주의 세계와 흐름을 담았다. ⓒ말산업저널 안치호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