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경마산업을 비롯한 마필산업 관계자들의 활동이 분주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사감위는 현재 종합계획의 초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와의 협의 및 자체 심의,의결을 거쳐 8월 중에 최종 규제안이 발표될 듯 하다. 규제안으로는 ID카드제, 총량제, 그리고 교차투표 및 온라인 베팅 금지안 등이 주 골자로서, 이는 사감위가 당초부터 경마산업 규제를 위해 마련되었고 시행을 목표로 하는 내용들이다.
일본, 인도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정부가 시행체 기능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이렇게 정부 내 기관에서 경마산업을 규제할 경우, 특별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약점으로 인해 경마 관계자들은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감위의 발족의도는 2006년 불거진 “바다이야기”라는 불법 게임물로 인한 국민들의 정서저해를 우려하여 탄생된 기구다. 하지만 현재는 수많은 사행산업 가운데 유독 국가 지방재정 확충과 소득 재분배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경마산업 만을 집중포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사감위의 본질이 철저히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사행산업이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역기능을 억제하되 순기능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간의 사행행위 자체를 근절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는 합법적 사행산업은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불법 도박은 철저히 억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세계적 흐름이다.
이제 선진 외국의 사례를 통해 사감위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진정한 사행산업의 통합 관리의 의미를 재조명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 세계 사행산업의 현황
현재 세계 150개 이상 국가에서 합법화되어 시행되고 있는 경마, 카지노, 복권 등의 사행산업은 국가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산업으로 집중 육성되고 있다. “Global Betting and Gaming Consultant”에 따르면 전세계 사행산업 매출규모는 2006년 약 2,578억 달러로 추산되었으며, 2011년에는 2,9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경마산업 매출규모의 경우 IFHA(국제경마연맹) 발표자료에 의하면, 일본이 30조원, 영국 20조원, 미국 15조원으로 세계 경마시장의 규모는 정체되거나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카지노를 위시한 경쟁 LB사업의 성장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선진국의 경마산업 현황과 규제정책
미국 사행산업의 시장규모는 2003년 728억불, 2006년에는 909억불로 성장하였다. 여기에는 경마, 카지노, 복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종류별 매출 비중은 카지노 64%, 복권 28%, 그리고 경마, 경견, 스포츠토토를 합쳐 6% 수준이다. 과거 198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전체 사행산업 매출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육박했지만 카지노의 확산, 경마산업의 고비용 구조로 인한 신규 투자 부재 등이 하락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경마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미 연방정부는 1970년대 주(州)간 교차투표를 허용하였고, 1990대 들어 카지노의 확산이 심화되자 경마장 내부에도 카지노 설치를 허용하였다. 거기서 발생한 매출은 모두 경마 수익금으로 활용된다. 또한 인터넷 발달로 급속하게 증가한 불법 온라인 도박(카지노)를 규제하기 위해 ‘불법인터넷도박금지법안’이 2006년 의회를 통과하여, 2007년 7월 인터넷 갬블이 전면 금지되었으나 경마에 대해서 만큼은 산업기여등 공익성을 인정하여 유일하게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과 홍콩의 경우는 경마매출 신장을 위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경마 경기에 대한 교차투표를 활성화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온라인 베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홍콩은 2006년 베팅세를 폐지하고 대신 수익금에 대한 조세를 부과하는 세제 개편을 통해 경마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 홍콩 등 선진 외국에서는 다른 온라인 갬블은 모두 불법화 하고 있는 반면 경마의 온라인 베팅은 허용하고 있다. 그들은 온라인 갬블을 전면 금지할 경우, 제3국을 통한 불법온라인도박사이트의 확산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인식과 함께 합법적 유통경로의 제공을 통해 공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비고 사감위 검토안 미국 영국 홍콩
ID카드 베팅한도 제한 위한 의무 사용 베팅한도 없음 베팅한도 없음 베팅한도 없음
온라인베팅 폐지(전체대비 매출 3%) 경마만 온라인베팅 허용 규제 없음 규제없음(전체대비 매출 48%)
교차투표 금지 주별 투표 활성화 국내 및 해외경마 교차투표 허용 국내 및 해외경마 교차투표 허용
장외발매소 축소 민간운영방식으로 구매 용이 북메이커(사설경마업자)에 의해 다수 운영 경마, 복권, 토토 통합운영


- 선진국의 카지노 등 사행산업 규제
전 세계적으로 카지노는 갬블산업의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해 카지노를 전략적으로 지원한 결과 소비자들의 과도한 이용으로 인한 폐해와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그에 대한 운영 규제 및 추가 도입을 금지하는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영국은 2000년 들어 사행산업 통합감독기구인 ‘도박 위원회’(Gambling Commision)를 출범하여 카지노 수요에 대한 감독과 카지노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도박 위원회’의 근거 법률은 카지노와 관련된 내용들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노바 스코시아 주에서는 현재 카지노 게임에 대한 규제안으로서, 고객들의 자금과 시간을 관리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카지노에 대한 과도한 이용을 예방하고자 검토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아예 카지노를 불법화하여 철저히 감독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체육진흥투표권 즉, 스포츠토토는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민간 사업자가 다양한 경기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 유사하다. 경마에 비해 시행운영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매출 대비 순이익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홍콩의 경우 스포츠토토(Football)의 시행 첫해인 2003년 매출규모는 경마 매출의 25% 수준을 기록하였고, 2005년에는 경마매출의 52% 수준까지 성장하였다. 이처럼 스포츠토토는 경마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높은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사업자간 담합 및 경기 부정 등이 발생하면서 스포츠토토에 대한 정부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경마 선진국들은 다른 경쟁 LB사업과 차별화를 두어 경마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에는, 경마산업이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과 비교해 경마공원 및 경주마 생산 등에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데다 1,2,3,4차산업의 연계된 복합적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경마시행 비용으로 4,200억 정도를 지출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 이 같은 경마산업의 고비용 구조를 고려하면서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경마에 대한 규제가 아닌 지원정책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만약 경마에 대한 규제로 경마 매출이 하락한다면, 경주마 육성 및 유지 비용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국내 마필산업의 존립 기반이 위태롭게 되며, 연계된 산업들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바로 다른 사행산업과 크게 차별화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규모는 연간 42조원으로, 그중 28조원이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사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도박으로 인한 대부분의 폐해는 바로 불법사업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전히 각종 불법도박사이트와 사설경마 등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도박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계도해 나가야할 사감위가 불법사업을 뿌리 뽑기는커녕 오히려 합법적인 경마산업에 대한 규제정책을 고집한다면 이는 명분없는 횡행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도박으로 인한 파탄을 겪은 일반인들에 대한 구제와 재활장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로서, 이러한 측면에서라면 사감위는 장려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선진외국의 경험을 무시하고 경마산업을 무조건 사회악으로서 치부해버리는 것은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결코 그 것이 사행산업의 폐해를 위한 치료약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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