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목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부천시향의 3번, 말러리안의 6번에 이어 이제 1번 교향곡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 어떤 곡인가! 젊음의 패기 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에너지가 넘치는 구스타프 말러 음악의 신화를 알리는 팡파르이다. 이런 말러 교향곡 1번이 크리스티안 테츨레프가 협연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9월 5일 목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프레트 호네크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의해 연주된다.

2019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의 말러 교향곡 1번 공연 정식 포스터, 사진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2019 서울시향 만프레트 호네크의 말러 교향곡 1번 공연 정식 포스터, 사진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Manfred Honeck)는 한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카라얀, 번스타인, 클라이버, 아바도 등 불세출의 거장들과 함께 연주했던 마에스트로로서 미국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10년 넘게 이끌고 말러의 교향곡과 슈트라우스 교향시를 녹음하여 많은 찬사를 받았다.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로서 이미 지난 1월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으로 한국 청중을 사로잡았던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330번' 이상 연주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독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줄 정통 독일 음악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도 베토벤은 단연코 기품 있고 점잖다. 연주 친화적이고 합주의 의미가 강한 바로크 시대의 비발디와 바흐, 모차르트 본인이 직접 연주하면서 악단과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 연상되는 궁정음악 풍의 콘체르토 그로서(Concerto grosso), 즉 합주의 개념이 농후한 베토벤 전 시대의 협주곡과 파가니니를 필두로 바이올린에서 엄청난 기교와 연주력을 뽑아낸 화려한 비르투오소 시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할만한 화려함은 좀 부족하지만 그걸 매꾸고도 남을 고전파 음악의 정형미와 고상함으로 역대 바이올린협주곡 중에서도 '내가 왕이야' 하는 듯한 범접하지 못하는 위엄이 있다. 독주자 개인의 행위(Performance)보다 음악 전체의 균형과 비율, 그리고 숭고함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필자에겐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필자의 94년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악대학 입학 이론 시험의 청음 과제곡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 2주제와 3악장 론도의 가운데 부분 g-minor 주제였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사진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사진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장 폴 리히터(1736-1825)의 <거인>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20대 중반의 말러가 쓴 혁신과 개혁, 심지어 젊은이의 무모함까지 느껴져 당대의 기성 음악인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영광에 찬 승리의 개파(Durchbruch)이며 거인이 말러 그 자신이다. 신비로운 자연의 고요함, 마치 태초의 無의 상태와 같은 1악장의 서주에 이어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선율이 그대로 차용된다.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부분은 1악장 마지막의 코다다. 똑같은 코다가 1악장과 4악장에서 다르게 귀결된다. 1악장은 전체의 끝이 아닌 일부분의 완성이다. 그래서 아직 온전한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말러의 우주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2악장의 민속 무곡 렌들러로 인간의 환희와 기쁨이 표출되어야 하고 3악장에서 우리에겐 'are you sleeping?'으로 유명한 'Frère Jacques'가 단조로 변형되어 돌림노래의 장송행진곡으로 지나고 간간이 헝가리 집시풍의 음악도 모습을 들어낸다.

 3악장에서 끊지 않고 연속적으로 심벌즈의 타격과 함께 4악장이 연주되는데 말러가 악보가 표기한 데로 '지옥에서 천국으로'의 폭풍 같은 움직임이다. 지옥과 천국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점점 지옥이 소멸해가고 결국은 1악장의 태초 자연의 태동과 같은 트럼펫의 팡파르로 1악장과는 다르게 여기선 완전체를 이뤄 천국으로의 문이 당당하게 개방된다. 서울시향의 지난 공연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홍보팀 담당자의 센스는 기가 막히다. 매 음악회마다 연주되는 곡들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어 음악회의 성격을 한마디로 딱 요약한 카피 문구를 집어넣은데 오늘의 음악회는 Embracing World, 즉 '세계를 받아들이다'이다. 이만큼 말러 교향곡 1번의 본질에 딱 들어맞는 문구가 있는가! 1번 교향곡의 피날레는 World Music으로서 전 세계를 포용한다.(두다멜이 지휘하는 첨부영상을 참조하라.) 연주하는 이도 듣는 이도 말러 교향곡 1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날의 연주로 다수의 말러리안이 또 탄생할지 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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