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석청을 찾아 떠난 이들의 이야기,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전해지는 히말라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책

김홍성 시인의 사진 에세이 <트리술리의 물소리> ⓒ권용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의 지붕, 네팔의 히말라야.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또는 책을 통해 마주하던 풍경을 다시 만났다. 바로 김홍성 시인의 신간 '트리술리의 물소리'를 통해서.

그냥 여행기가 아닌 사진 에세이다.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사진을 통해 현장의 생생함이 전해진다.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사진 속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땅의 내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시간이 흘러 지난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있듯이, 낡은 사진 속 네팔 현지인들과 마을의 모습에서 순수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김홍성 시인은 대학 졸업 후 여러 잡지사에서 근무, 그리고 십년 가까이 네팔에서 체류하다가 2005년 영구히 귀국했다. 2019년 현재 경기도 포천 땅에서 칩거중이라 적혀있다. 네팔에 십년 가까이 거주? 대체 무슨 이유로 머나먼 나라 네팔에서 긴 시간을 보냈을까?

저자는 이 책 '트리술리의 물소리'에서 마주했던 히말라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인도 라다크, 이듬해 티베트 등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네팔 카트만두에서 '소풍'이라는 한식당을 열고 그 곳에서 9년이나 지냈다고 한다. 먼 타지에서 9년간 한식당을 운영했던 이야기, 그리고 인도 라다크와 티베트에서 지냈던 이야기 역시 무척 궁금하다. 머지 않은 때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 볼 계획이다.

책의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저자와 일행은 당장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버스를 타고 네팔 오지로 향한다. 버스 안 100여명의 사람들, 그리고 지붕까지 40여명의 사람들이 짐을 깔고 앉아 굴곡진 네팔의 산골을 달린다. 버스 창문을 통해 현지인의 토사물이 날아 들어온다. 하지만 이런 힘든 여정들은 그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깊은 히말라야 산골로 찾아들어가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그들은 히말라야 석청을 찾아 험난한 오지로 들어간다. 히말라야 석청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사람이 먹는 '까네 무아', 그리고 먹을 수 없는 '나까네 무아'가 있다. 이들이 찾는 석청은 다름 아닌 '나까네 무아'이다. 대체 왜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석청을 찾는 것일까? 나까네 무아는 사람이 먹지 못하고 야크나 버팔로, 혹은 염소 등이 병이 났을 때 먹는 꿀이다. 심지어 사람이 나까네 무아를 먹으면 한 수저만 제대로 먹어도 잠시 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다고 한다.

다행히 나까네 무아를 먹어도 죽지는 않고, 죽기 직전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해서 일행은 죽음의 문전에 노크라도 해보고자(!?), 나까네 무아를 찾는 여정을 이어간다. 후일 허니 헌터들이 목숨을 걸고 채집해야 하는 석청의 모습을 취재하고자 4천 루피의 계약금을 지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트리술리의 물소리'에서 이후 석청을 채집하는 모습까지는 볼 수 없다. 감히 상상하기 힘든 험난한 지형에서 석청을 채집하는 모습, 언젠가 글이나 영상을 통해 한 번쯤 보고 싶은 장면이다.

나까네 무아를 구하기 위한 일행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책에 있는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나온다. 히말라야에서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이 사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트리술리의 물소리를 듣고, 히말라야의 숨결을 느끼며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 매번 네팔 현지의 술을 구해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나도 저 순간에 함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그들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석청, '나까네 무아'를 구해서 먹을 수 있었을까? 아쉽지만 그 부분은 따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과연 그들은 세상의 지붕 아래에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석청을 구하러 가는 모든 여정을 책 속의 사진들과 함께 경험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벌어졌든 일행이 부딪히는 순간의 풍경들, 사람들, 그리고 모든 일화들을 마주 한 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의 진정한 참맛을 느꼈다 이야기 할 수 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다. 석청을 구하기 위해 떠났던 여정, 그 가운데 저자가 마주했던 모든 것들이 '트리술리의 물소리'가 아니었을까? 아마 저자의 마음속에 여전히 트리술리강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흩어져 있던 모든 기억의 조각들을 트리술리 강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 선명한 물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흘러들어온 당시의 추억들이 바로 이 책 '트리술리의 물소리'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유추해본다.

트리술리의 물소리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과연 그들은 나까네 무아를 먹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신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도 많이 담겨있어 쉬지 않고 한 번에 읽게 되었다. 내가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을 다른 독자분들도 충분히 느껴보았으면 한다. 후에 작가님께서 경험했던 많은 여행 이야기를 만나길 바라며 책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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